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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키오사우르스 Feb 19. 2024

데이터 분석, 왜 하는 거지요?

데이터 사업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서

2024년을 사는 우리에게 '데이터 분석을 위한 별도의 조직'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일상업무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이라는 업무가 이제는 모든 팀에 스며들어있는 것이지요, KPI를 산정하거나, 마케팅 결과를 보고할 때, 경쟁 분석을 할 때 데이터가 들어가지 않는 업무는 거의 없습니다.

데이터가 필요할 때 데이터분석팀으로 요청을 하기도 하지만 높은 비율로 각 팀에서, 각 본부에서 자체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분석가들의 계정을 모아 관리하고 교육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이런 일들은 꼭 데이터분석팀이 아니라, IT에서 해도 되고 교육팀에서 주관해도 될 겁니다.


그렇다면 팀 단위로 데이터분석팀이 존재할 때 그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는 '2010년의 데이터분석팀'과 '2024년의 데이터분석팀' 역할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이 아니라 완전히 천지개벽하는 수준으로요.


데이터분석팀에서 하고 있는 일이 꼭 내부에서 해야 하는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주를 줄 수는 없을까요? 우리 직원들이 하면 더 잘하는 건가요 아니면 싸게 할 수 있는 걸까요? 직원 역량 내재화를 위해 직접 한다고 표현하기에, 우리는 우리 고유의 업무들도 외주를 많이 주고 있습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요.


분석에 대한 만족도 측정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전에 농담으로 데이터 분석 업무는, 데이터 분석을 하는 직원들이 가장 만족하는 직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수요자를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혼자 만족하고 있다는 거지요, 자뻑이 있는 일이라는 우스개 소리였는데, 우리도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들이 내가 뭐 하는지 모른다는 건 내 일이 고급스러워서가 아니라 일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지원이라는 게 사실 안 해주는 거보다야 뭐라도 해주면 도움이 됩니다.

없는 거보다 있는 게 낫다는 전제가 있고 내부에서 분석해 주면 돈을 낼 필요도 없지요, 게다가 아무래도 업에 대한 이해가 있으니 설명을 조금만 해도 대충 알아들을 겁니다.

이런 편의적인 이점 말고 진짜 분석 기술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볼까요? 분석을 어떻게 했고 시간이 얼마나 걸렸고 그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 줬는지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 내부의 분석팀이 바깥세상의 전문가들보다 경쟁력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가 계속 반복해서 하는 말이지만 모델링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2024년 목표: ~~ 모델링 2건' 이런 내용은 산출물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산출물이 아니라 성과입니다. 성과는 모델링 개발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겠다, 그것을 측정하는 데 있습니다.

모델링 그 자체를 목표로 두면 필연적으로 일정은 늘어지기 마련이고, 구축 이후에 아무도 관리하지 않다가 5년이 지나도 예전 초기 구축자를 찾아 업무를 물어야 되는 한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될겁니다. 모두 주변에서 많이 봐온 내용 아닌가요?


저희 회사는 데이터 접속 권한을 가진 직원이 전체 직원의 1/5 정도입니다, 굉장히 높은 수치로 보이는데요, 거의 모든 팀에 한 명 이상의 데이터 분석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데이터분석팀은 뭘 해야 되는지를 생각합니다.

많은 직원들이 sql을 직접 다루고 시각화된 대시보드를 활용하고 있으며, 데이터 관련 교육에 가장 많이 참여하는 환경 속에서 회사에서는 데이터분석팀에 어떤 것을 기대할까요? 내부직원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또 분석팀 내부에서는 어떤 걸 해보고 싶을까요? 이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팀이 잘 굴러갈 수 있을 겁니다.


데이터 직무로 면접을 보면 대부분의 지원자가 우렁차게 외칩니다

“파이썬을 배웠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공공기관 빅데이터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탔습니다. 귀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우량 고객을 위한 모델링을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늘 생각하지요

“sql이나 잘했으면 좋겠는데……”


단축키를 많이 안다고 데이터 분석을 잘하는 게 아닙니다. 데이터를 빨리 뽑는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요,

sql을 잘하는 사람이 파이썬도 잘하리라는 신뢰는 ‘잘한다는 의미’에 기술적인 것 이외에도 일머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사업 지원을 위한 분석조직을 가지고 있거나 팀 안에 분석 인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사업을 위한 분석 지원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나는 지원하는게 업무잖아, 너네 수익 목표가 얼마인지는 관심없어"

"나는 분석가니까 외부에서 잡힌 회의는 안 갈 거야"

"저는 을로 살기 싫어서 데이터 전공한거에요, 을처럼 일하고 싶지 않아요"

"분석하면서 활용까지 생각하면 좋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월급 더 주실꺼에요? 제 일은 아니잖아요"

"여기서 스펙 쌓아서 이직할꺼에요, 분석했다고 하면 이직이 잘되잖아요"

"분석 요건을 정의해서 요청을 해야지 그렇게 말로 하면 어떻게 하라는거야?"

"2주안에는 못해, 나도 일이 있잖아, 3달은 걸려"

"왜 우리가 사업을 지원해야 되나요? 분석이 필요할 때 그럼 사업팀이 지원해주나요?"


모두 제가 들어본 말입니다. 저는 데이터 분석 자체가 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내부 고객이 데이터로 어떤 분석이 필요한지는 찾아가 묻고, 최대한 그들의 일정에 맞춰 아웃풋을 내고 가서 설명도 해주고 많은 활동을 하면서 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데이터 사업'을 지원하는 일에는 한발 뒤로 물러서고 뭔가 억울해 하고 너네가 알아서 하라는 자세를 고수하는 걸까요?


데이터 분석이던 사업이든, 데이터 그 자체가 영업입니다. 날 것으로 표현하자면 <훌륭한 분석을,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 해내는게> 목표입니다. 아무리 고도화된 모델링을 설계했다 해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팔릴 수 없습니다. 경쟁사보다 개발이 늦으면 경쟁력을 잃겠지요.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요건에 맞춰 분석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그런데 영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요?

데이터분석가가 해야 할 일 중에 검은창을 띄우고 귀에 커다란 이어폰을 꽂고 혼자서 컴퓨터와 씨름하는 그 일부분만을 나의 일로 정의할 때 분석가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 분석과 데이터 사업은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진짜 한 팀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의미보다는 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맞춰 같이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데이터 사업에서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 분석을 할때 데이터 분석가들도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 데이터에 어떤 니즈를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지 파악하고 배워서 좋은 것들을 내부에 전파해야 합니다.


데이터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내부에 있는 것도 같습니다. 업무 자체가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자주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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