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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키오사우르스 Feb 26. 2024

데이터에 대한 핵심 니즈

고객은 무엇을 궁금해하는가


고객마다 필요한 것은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솔깃해하는 두 가지 정보가 있다


첫 번째는 경쟁사 매출이다.

시장 현황은 조사할 수 있고 우리 매장의 매출정보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남들은 어때? 하는 접근이다.


시장은 5% 성장했는데 내가 3% 성장했으면 잘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쟁사가 1% 성장했다면 내가 선방한 게 될 수도 있다.

경쟁사가 10% 성장했다면 그놈들이 막무가내 영업을 해서 그렇다고 이상치로 해석하기보다는 비법을 찾아봐야 한다. 이왕이면 데이터로 설명가능한 원인을 찾으면 좋다. 하루빨리 만나보고 그 비법을 따라 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커피 프랜차이즈 2위, 3위 기업을 찾아가 물어볼 수 있다.

“요즘 스타벅스 매출 궁금하지 않으세요?”

스타벅스 데이터는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에게 가장 궁금한 업계 1위 데이터다.

내가 만약 이디야커피 담당자라면 스타벅스와 저가커피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면밀히 보고 싶을 것 같다. 나는 매출이 빠지는데 다른 브랜드는 어떤지, 우리 고객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궁금하지 않을까?


위에서 언급한 것보다 더 자극적인 접근은

“저희가 이번에 스타벅스 대상으로 데이터 공급 계약을 했어요, 스타벅스는 데이터를 이렇게 활용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이디야커피는 높은 확률로 없던 예산도 끌어와 뭐라도 보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스타벅스 같은 업계 1위 기업들은 데이터 구하기도 쉽다. 데이터 공급사들이 레퍼런스를 쌓기 위해 저자세로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고객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냐고 다가가는 방법이다. 우리 고객인데 너보다야 내가 잘 알지 하는 사람도 있고 그 무슨 재미없는 뻔한 말이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매우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외부에서 빅데이터 전문 임원을 영입한다면, 그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일 것이다

“고객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인지, 다른 데서는 어떤 소비를 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보고 다른 업무와 연계해 봅시다”


“데이터는 저희 내부에서도 잘 관리되고 있어서, 다양하게 분석해보고 있습니다”

“업무에 적용한 사례가 있으세요?”

“아 타깃마케팅도 하고 있고 현업부서에 분석리포트도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 보고서 몇 명이나 봐요?”

“아 저희가 보내기는 전사부서에 보내는데 실제로 몇 명이 보는지는 확인할 수 없어서..”


내가 보고 받는 임원이라면 무척 답답할 것 같다. 실제로 많은 기업에 빅데이터 임원이 새로 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 팀장들이 많이 바뀐다. 아무리 말을 해도 변화가 없으니까, 차라리 새로 가르쳐서 하자는 생각으로.


우리 고객을 자세히 안다는 것은 내가 가진 데이터만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 제일 잘 알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회사 직원들이라 매번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지 모른다.

외부 데이터를 같이 봐야 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요즘은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


데이터 사업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는 크게 B2G 그리고 B2B 고객이 있다.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예산 하에서 사업을 수주하려고 하고, 대기업들은 B2B 시장을 확대하려고 한다. 쉬운 고객은 없지만 그중에서도 이 기업 고객들이 참 쉽지 않다. B2B 고객들은 원하는 것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각기 다르다.


B2G 시장에서는 내가 노력한다고 해도 결과를 보장하기 어렵다.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관계도 영향을 주고, 운빨도 따라야 한다.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사업'은 B2G 사업과 비교할 때 노력과 성과가 그나마 비례한다는 장점이 있다.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아주 큰 단점이 있긴 하지만)


속성은 다르지만, 모든 고객들이 우리 기관보다 상위기관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다. 청춘드라마에서도 숱하게 나오는 스토리다. 반에서 2등 하는 친구가, 1등 하는 친구가 푸는 문제집 정보를 알고 싶어 하고, 1등 친구가 다니는 학원에 다니고 싶어 하고, 더 나아가면 같이 그룹을 만들어 과외를 받고 싶어 하지 않던가? 똑같은 심리다.

부산에서는 서울에서 어떤 걸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2위 기업은 1위 기업이 뭘 하는지 궁금해한다.


조금의 차이가 있다면 B2G 고객들은 '보고하는 것', '산출물을 확보하는 것'에 조금 더 관심이 있고, B2B는 직접적인 성과에 관심이 높다.

지자체나 정부기관에서는 담당자가 위로 결과를 보고하는 걸 지원해 주고, 사업에서 발생한 이슈를 해결해 주는 것에 가점을 준다면 B2B 고객들에겐 '매출을 증대'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비용을 절감'하는데 획기적인 도움이 되어야 사업이 이어질 수 있다.


고객의 니즈를 어느 정도 알고 사업을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가능한 일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오늘 네 기분이 어떠니 물어도 정확히 대답하기 어려운데, 고객에게 데이터에 대해 어떤 걸 기대하는지,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 물어본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애매한 답변 속에서 어떤 욕구가 숨어있는지 조금이라도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면 고객의 니즈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업도 필요하다. 계속  바람을 넣어야 한다. 요즘 트렌드는 이런데 왜 안 하세요? 옆집 애는 이런 거 한다는 데 왜 안 하세요? 제가 이거 잘하는데 한번 해보실래요?


늘 그렇듯이 말은 쉽다. 하지만 진짜 제대로 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매일 들은 것 같은 뻔 한말일수록 제대로 하려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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