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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Pak Jan 14. 2021

20210114 한 줄 일기

배아 저장

 친구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미디어와 교과서에서 봐온 평균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청소년기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공부했고 운이 좋게 대학에 입학하여 그간 공부하느라 누리지 못한 자유를 느끼며 살았다. 졸업반이 되자 고3 때보다 더한 취직 준비를 했고 이번에도 바로 취직에 성공하였다. 직장생활을 하며 번 돈으로 진탕 놀고 여행 다녔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적당한 시기에 짝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또다시 그림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마음속 깊은 한 구석에서는 그런 삶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지금껏 살면서 정상 인생궤도를 벗어날만한 큰 일탈은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앞으로의 남은 삶이 평균적인 삶과 멀어질까 봐 불안해졌다. 경계 밖으로 벗어난다는 불안함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미래에 아이를 갖고 싶어도 물리적인 이유로 못 가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으로 까지 번졌다. 결혼이야 지금 하거나 나중에 하거나 큰 차이가 없지만 아이는 다르다. 젊은 엄마, 아빠에게서 더 튼튼한 아이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데 내가 나이가 들어서 아이를 갖고 싶어 지면 어떡하지. 아이를 갖기에 너무 늦어버린 때가 되면 어떡하지.

 매년 직장에서 새로운 아이들을 나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새해가 되니 나이가 실감이 난다. 잊고 살려고 했지만 우편으로 발송된 건강검진 결과서에서는 어색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수치상의 나이가 적혀있다. 그리고 한겨레의 이 기사를 봤다.


https://news.v.daum.net/v/20210114104802863

 ‘임신할 때는 나이가 들었지만 배아를 채취할  나이는 30살이었고,’


 기사 말미에 30살에 배아 저장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사의 전체적인 주제나 내용은 차치하고 내 눈에는 이 구절이 박혔다. 나도 조금이라도 젊을 때 배아를 저장해두어야 할까? 나와 비슷한 또래 중 결혼 생각이 없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사람들 중에 배아 저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나? 자연임신을 해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과학의 힘을 빌려서라도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확률을 높이는 게 최선의 안전한 선택일까? 내 인생궤도가 배아 저장을 해야 할 만큼 평범의 기준에서 많이 벗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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