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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셈트 Apr 08. 2024

코펜하겐 4일 차, 지도 없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지도를 손에서 놓고, 여유를 한 뼘 더 늘렸다.

코펜하겐 홀로 여행 4일 차 아침 5시 39분.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을 관찰하고 싶어서 조금 일찍 일어났다.

 전날 기차여행으로 쌓인 피로가 근육 곳곳에 뭉쳐 풀어주기로 했다. 담요를 매트 삼아 바닥에 깔고 마사지볼과 라텍스 밴드로 시원하게 스트레칭해 주니 잠이 깨고 눈이 뜨인다.

코펜하겐의 이른 아침은 생각보다 더 어둡다. 해가 일찍 뜨긴 하지만 구름 때문에 어스름이 꽤 오래간다. 6시 30분이 넘으니 동쪽에서 구름사이로 해가 반짝이기 시작하고, 높은 건물에 그 빛이 반사되어 빨간 해가 떴구나! 알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뻥 뚫린 하늘과 건물들, 각자의 방식대로 꾸며둔 창가를 관찰하는 하루의 시작이라니 괜히 뿌듯했다. 어제는 코펜하겐의 오랜 것들을 경험해 보았으니 오늘은 비교적 현대의 것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첫날 지나가기만 했던 Atelier September에서 아침을 먹고, 빈티지&리빙숍 거리를 지나 코펜하겐을 대표하는 여러 리빙브랜드 쇼룸을 들러보고, 카다멈 브리오슈를 먹는 것이 목표! 그리고 오늘도 오후 2~3시쯤을 기점으로 전반/후반으로 나누어 여행하기로 했다.


여기서 잠깐 호텔의 소소한 어메너티와 욕실 집기를 소개할까 한다.

욕실 집기는 모두 HAY(헤이), 어메너티는 hopal이라는 브랜드로, hopal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찾아보았다. 해외여행을 하면 샴푸나 트리트먼트가 잘 안 맞는 경우가 많아서 집에서 쓰던걸 챙겨갔는데 이번에는 거의 쓸 일이 없을 정도로 어메너티가 좋았다.

hopal을 찾아보니 호텔의 운영 방침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 아래에 함께 소개한다. 지내는 내내 나를 뿌듯하게 했던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다.


Hopal (Hotel amenities)

web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제품 컬렉션으로 패키지도 재생가능 소재로 만들어졌다. 북유럽 에코라벨(Nordic Ecolabel)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이 인증으로 제품력과 '지속가능성 실천'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직접 써보니 은은한 허브향에 두피가 민감한 나에게도 아주 잘 맞았다.

패키지를 잘 보니 뚜껑이 뒤집어진 채로 제품 입구에 붙어있었는데, 일체형으로 만들어 떼어내서 쓰는 방식이었다. 제품 위생마개를 따로 쓰지 않는 방식이어서 사용하기에도, 그 후에도 좋은 방법 같았다.

Hopal 홈페이지 내 소개글과 제품 사진


Coco Hotel

web IG

코펜하겐 중심부에 위치한 4성급 호텔로 독특한 점은 코펜하겐 요식업 브랜드 Cofoco(Copenhagen Food Collective)에서 운영하고 있다. 레스토랑 Cofoco도 코펜하겐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기 때문에 더 궁금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호텔이지만 2023 Best Hotel in Scandinavia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방문 전 믿음이 갔다.

요식업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호텔답게 카페, 바, 레스토랑이 그저 가벼운 호텔 조식 개념이 아닌 메뉴 하나하나 모두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는데 정말 커피와 빵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었고, 저녁시간에는 바를 찾아온 사람들로 붐볐다.(그럼에도 객실은 조용했다)

아직 한국사람들 사이에서는 엄청 알려지지는 않은 듯했고, 올해는 또 다른 호텔 하나를 더 오픈한다고 한다. 외관만 봐도 달려가고 싶을 만큼 내 스타일....


중요한 그들의 운영방침.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은 이제 코펜하겐 어느 카테고리에서나 기본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호텔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과 BOOK YOUR STAY - PLANT A TREE라는 제도로 하루 숙박예약을 할 때마다 케냐에 나무를 기부/심어주는 Eden Reforestation Projects를 진행하고 있는 것. 현지에서 이 프로젝트로 공정 고용도 진행하고 있고, 이미 나무 3만 그루 이상을 기부했다고 한다. 내 여행이 직접적으로 어딘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외에도 직원들에게 환경보호에 대한 교육 진행, 전기자동차 픽업 서비스, 자전거 대여 등 그들의 운영방침은 왠지 부지런하고 생동감 있어 보였다.


코펜하겐 여행을 계획하면서 정말 많은 숙소를 찾아보고 예약했다가 바꾸기를 몇 번 반복했는데 요즘은 그 호텔에서 또 다른 날을 보내고 있는 나, 코트야드에서 진행하는 작은 파티나 행사를 기획하는 나를 상상하곤 한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리고 코펜하겐 호텔/숙박에 관한 리뷰는 따로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



평일 아침 7시~8시면 코펜하겐의 카페&레스토랑 대부분이 문을 연다. 그 시간에 맞춰 나도 준비하고 부지런히 나섰다. 여행지에서 길 적응이 꽤 빠른 나는 이제 한번 가 본 동네와 그 주변은 지도를 안 보고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지도를 일일이 찾지 않으니 두 발은 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두 눈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두 손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거나 기분 좋게 흔들며 걸을 수 있었다. 마치 '우리 동네'를 누비는 것처럼.

 드디어 먹으러 가는 Atelier September. 사실 코펜하겐을 여행지로 고르면서 미식여행을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러다 점점 정보를 찾아보면서 어라..? 싶은 맛있는 정보들이 쏟아졌고, 그러고 보니 내가 그 유명한 "Noma"를 잊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에서 먹는 것에 크게 할애하지 않던 내가 이번 여행에서 만큼은 먹기 시작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 시작이 여행 중반부터였다는 것.

이른 아침인데도 자리가 한 두 개 제외하고는 꽉 차 있었다. 여행객들과 현지인들이 섞여 자유로우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 분위기를 주도하는 직원들의 친절함은 인사만으로도 그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따뜻한 라테와 모닝 플레이트를 주문하고 2인테이블에 앉아있던 나는 뒤이어 들어온 커플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창가 자리로 갔다. 요즘 A.S의 책을 읽으며 하는 생각이지만 다시 간다면 Avocadomad, 그래놀라와 쥬키니잼, 교토스타일 자몽을 시킬 것이다. 모닝 플레이트는 그들의 시작점을 보여주기도 하는 기본이니 다음에는 그들만의 해석으로 보여주는 음식을 먹고 싶은 것. *다행히 최근 신사의 애시드하우스에서 그래놀라에 쥬키니잼을 올린 메뉴를 먹었다. 기분 좋은 신맛에 행복했던 코펜하겐에서의 아침이 떠올랐다. 정말 여러모로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이다.


치즈와 휩버터, 사워도우와 블루베리잼, 계란, 허브가 들어간 소금, 고소한 라테. 한국에서도 먹었던 구성이지만 그 신선함과 풍미는 정말 달랐다. 접시를 비울 때까지 행복한 이 미식 경험으로 나는 이번 여행동안 가능한 이 전형적인 '대니쉬 플레이트'를 다양한 곳에서 먹어보자고 생각했다.


든든히 먹고 다시 나선 거리. 인테리어 소품, 가구, 리페어샵들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는데 사이사이에 작은 갤러리도 많이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천천히 걸어가며 구경하니 이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걷다 보니 발견한 가솔린 그릴. 코펜하겐에서 유명한 햄버거를 파는 곳이다. 아침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고, 주변 나무들과 너무 잘 어울리는 로고 컬러가 너무 예뻤다.

조금 더 걸어 하우스오브 핀율 쇼룸으로 가는 길. 중심부로 다가갈수록 건물이 더 높고 아름다운 장식이 더해져 눈이 점점 더 즐거워졌다.


House of Finn Juhl

Gothersgade 9, 1123 København, Denmark

핀율 하우스를 다녀온 지 24시간도 안되어 오게 된 하우스오브 핀율. 서울에도 매장이 있긴 하지만 오리지널은 규모도 다르고 무엇보다 내부 디자인 사진을 보고 안 가볼 수가 없었다.

외관부터 마치 저택을 보는 듯했던 하우스오브 핀율. 입구 양쪽 벽에 오리지널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규모에 압도된 채로 내부로 들어갔다.


더 멋진 내부.. 높은 천고에 자연광이 들어오는 천장,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아름다운 대칭을 만들고 있어서 혼자만 들리는 감탄사를 남발하며 조용히 둘러보았다. 직원들이 있었지만 편하게 둘러보라고 하고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 나처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빈티지가 아닌 새 제품을 이렇게 모아 놓은 건 처음 본 것 같다. 만져보고 앉아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둘러보니 감동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는지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부카 베이커리. 카다멈 브리오슈번을 꼭 먹어보고 싶어서 지도에 찜해두었던 베이커리라서 고민 없이 바로 들어가서 딱 하나 남은 빵을 사들고 나왔다.

카다멈을 한국에서는 먹어본 적 없는데 베를린, 코펜하겐에서 베이커리에 꽤 활용을 많이 하는 듯했다. 루바브 또한 코펜하겐에서 많이 활용하는 재료인데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것.. 카다멈은 향신료 종류로 살짝 후추와 시나몬을 섞은 맛이 나는데 달달한 시럽을 더한 브리오슈번은 커피랑 조합 최고!

달달한 냄새에 벌이 엄청 꼬였다. 한 입 떼어먹고 가방 안에 넣어두고 숙소 돌아가서 점심으로 먹기로 한다. 사실 한 입 먹자마자 커피가 너무 당겨서 바로 카페 찾아가기로.


하지만 바로 카페로 갈 수 있나? 백화점 근처 번화가로 들어서니 예쁜 디자인숍이 많았다.

심플한 디자인에 컬러풀한 진열대에 끌려 들어가 보니 헤이와 코스 그 중간 어디쯤.. 의 느낌이 났다. 제품 퀄리티나 가격이 다 괜찮아서 구경하다가 조카 이유식 스푼세트 구매!

그리고 건물 입구에 너무 귀엽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 유럽에는 강아지들도 뭔가 내추럴하고 시크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화장실도 갈 겸 들른 ILLUM(일룸) 백화점. 코펜하겐을 여행하다가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루프탑에서 경치 보며 휴식하고 싶다면 강력추천하는 곳. 특히 나는 해외여행에 식료품 코너를 가보는 것을 좋아해서 지하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숙소에서 먹을 납작 복숭아와 초코바를 사고, 한국 마켓의 몇 배가 되는 유제품, 맥주 코너 구경!

유럽여행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향신료 코너에 빽빽하게 나열된 다양한 제품. 코펜하겐은 거기에 정말 다양한 맥주 브랜드가 많아서 라벨 구경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간다. 그리고 대망의 유제품 코너. 사진에 보이는 진열대 양쪽으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너무 다양한 맛 많아서 이것저것 먹어봤는데 먹는 것마다 성공적인 맛에 감동..

땀도 조금 식혔고 루프탑 구경까지 하고 나서 HAY 매장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HAY HOUSE

Østergade 61, 2, 1100 København, Denmark

근처 공사로 입구를 겨우 찾은 헤이. 입구부터 헤이스러운 컬러와 가구, 그리고 너무 귀여운 엘리베이터! 저 하늘색 문이 엘리베이터다. 올라갈 땐 엘리베이터, 내려올 땐 계단으로 내려오기로!

온통 헤이 제품으로 채워져 진짜 인간 헤이의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많은 컬러가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다니! 흰 벽과 나무 바닥, 큰 창과 창밖의 풍경이 공간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큰 창이 정말 좋았는데 일룸 백화점에서 루프탑 카페를 안 갔는데 헤이에서 그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

계산대 디자인 너무 예뻤다. 헤이는 색을 진짜 잘 쓰는구나.. 를 제품에 이어 공간에서 까지 보니 더 체감되었다. 직원들 패션까지 너무 예쁘고 미소는 늘 기본 옵션.


그리고 계단으로 다른 층 이동하면서 본 건물 디테일. 계단 코너 라운드와 창문으로 들어오는 끝내주는 채광, 그리고 철망 디테일이 꽃 이라니! 언젠간 내 집에 써보고 싶은 디테일이었다.



쇼룸은 집을 모티브로 한 만큼 욕실, 주방, 거실 등으로 구역이 나뉘어있다. 디스플레이 구경하는 재미에 그 안에 마음에 드는 제품들을 하나하나 다 살펴보며 또 늘어가는 마음속 위시리스트.

귀여운 것들 투성이인 가운데 여행당시 기준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았던 너무 예쁜 조명을 발견했다. 가격도 괜찮아서 남편에게 급 사진을 보내고.. 정말 사갈까 고민했는데 변압 문제로 그냥 한국에 들어오면 다시 고민해 보기로 했다. 아이디어도, 디자인도 너무 좋은 조명이었다. 지금은 한국에도 출시되어 있음.

이렇게 큰 창이 많아서 공간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창밖으로 들리는 거리의 소리도 기분 좋고, 위에서 보니 또 다른 코펜하겐 도심 거리. 역시 자전거는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다.


루프탑이 오픈되어 있어 빼놓지 않고 구경했다. 쇼룸 보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 여기까지는 잘 안 올라오는지 사람은 나뿐이었다. 잠깐 앉아있기엔 해가 너무 뜨거워서 싱그러운 느낌만 보는 걸로.


헤이에서 또 한 번 집중하고 나니 정말 카페인이 필요해졌다. 가장 가까운 커피콜렉티브를 찾아가기로 했다. 커피콜렉티브는 코펜하겐 커피 브랜드로 한국 에디션 덴마크에서 처음 원두를 접해보았다. 코펜하겐에 여러 개 지점이 있어서 지점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런던에서 Watchhouse 카페 지점을 찾아다닐 때가 생각났는데 몇 가지 디자인 포인트에서 두 브랜드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았다)


Coffee Collective Bernikow

Kristen Bernikows Gade 2, 1105 København, Denmark

올리브그린과 레드컬러가 포인트였던 커피 콜렉티브. 갈증과 더위에 시원한 커피를 마셨다. 직원 추천으로 얼음을 넣어주는 게 아닌 냉침한 필터커피를 마셨다.  풍부한 산미에 시원한 커피는 최고였고, 여기서도 느껴진 손 달달 떨리는 코펜하겐 물가. 우리나라에서 스타벅스 숏~톨사이즈 정도에 평균 9천 원~만원 정도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커피콜렉티브 원두를 비싸게 팔아서 수입이라 그런가..? 했는데 현지에서도 비싼 가격.

여기 매장은 큰 쇼핑몰 같은 건물에 있어서 매장 뒷문으로 나가면 쇼핑몰 중정으로 이어져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내부에 화장실도 있는 곳.


산미 있는 커피의 매력을 확실히 느낀 김에 코펜하겐의 또 다른 커피브랜드 LA CABRA의 커피를 마셔보러 Another Aspect를 들렀다. Another Aspect 주변에는 테클라 매장 포함 다양한 쇼룸들이 있고, 호텔로 가는 길에 아르호이 매장도 있어서 호텔로 가는 길에 쓱 둘러보기로. 길을 대충 알고 있으니 어떤 방향으로 갈지 머리에 그려지기도 하고, 혼자 하는 여행이지만 정말 내가 주도하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Another Aspect & LA CABRA

Møntergade 3A, 1116 København, Denmark

패션 브랜드 Another Aspect  매장 안에 LA CABRA의 커피와 베이커리를 맛볼 수 있는 카페가 있다. 매장 앞에 테이블이 있어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고, 스툴에 가볍게 앉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LA CABRA의 원두를 한국에서는 용산 트래버틴에서 살 수 있다.)

입에서 산미 팡팡 터지는 커피를 마셔보고 싶어서 추천을 받고 살짝 시음해 보니 이렇게 캐릭터 확실한 커피는 처음! ALTOS라는 원두인데 트로피컬 과일 맛이 난다는 커피 설명이 맛으로 그대로 느껴지니 신기했다. 4만 원 정도 했던 가격에 300그람이 안 되는 적은 양이지만 한국에 와서도 원두 마지막 한 알까지 아주 기분 좋고 맛있게 마셨던 커피. 이 커피 마시러 코펜하겐 다시 가고 싶어!라는 말을 남편에게 몇 번이나 했다.


Studio Arhoj

Skindergade 7, st, 1159 København, Denmark

스튜디오 아틀리에의 제품을 만드는 과정도 함께 볼 수 있는 쇼룸. 유리 가마의 열기가 실내에 가득해서 갓 나온 빵을 사러 가는 느낌이 든다. 수공예 제품으로 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특별한 점. 투명하고 컬러풀한 장식에 눈도 기분도 즐거워지고, 예쁜데 실용적인 제품이 많아서 기념으로 사기에 좋았다.

호텔로 돌아와 납작 복숭아와 카다멈 브리오슈를 점심으로 먹고 잠시 쉬는 시간. 옷도 갈아입고 찍어둔 사진을 다시 보며 오후시간을 가볍게 계획했다. 해가 질 때쯤 운하 주변을 보고 싶기도 했고, 멀지 않은 거리에 왕립도서관과 정원이 있어서 노트와 펜 하나 챙겨 가기로했다.


멋진 건물과 사람들을 지나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쪽으로 가면 정원과 왕립도서관으로 이어진다. 투어를 마친 사람들이 줄줄이 나오며 하나같이 윤슬 반짝이는 운하를 구경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사람들 까지 거리에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궁전 옆쪽에 있는 정원. 요가 수업을 하는 사람들, 스케치하는 아이들, 책 읽는 사람들이 공원 곳곳에 있었다.

정원을 돌아 나오니 횡단보도 건너로 강이 보였다. 그 주변을 따라 왕립도서관과 건축센터가 있다. 도서관은 구관과 신관을 이어 만들었고, 그 중심부에서 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신관은 블랙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데 햇빛에 건물 외관이 반사되면 블랙 다이아몬드처럼 보인다고 한다. 구관에는 1400년대에 만들어진 책부터 해리포터에 나올법한 열람실도 있다고 해서 더 기대되었다. 다빈치코드처럼 비밀스러운 느낌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장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구관을 먼저 둘러보았다. 궁전에 온 듯한 건축과 장식, 너무 잘 보존되어 있는 모습과 자연스럽게 그 속에 섞여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했다. 고문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둘러보기도 했다.

열람실에는 내부에서 촬영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밖에서 살짝 보니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카펫 위에서 의자 끄는 소리도 은은하게 울릴 만큼 조용한 공간에서 멍 때리며 감상하기도 하고, 이 공간에 오니 가장 좋아할 것 같은 사람. 남편이 떠올라 그때의 감정을 담아 편지도 썼다.


그리고 신관으로 이동. 갑자기 시공간을 이동한듯한 느낌이지만 왠지 모르게 자연스러웠다. 도시 전체가 현대와 과거의 양식이 잘 어우러져 있어 그런가 싶다.

가운데에서 바라보니 마치 밖에서 안으로 유연한 곡선이 타고 들어오는 느낌. 코펜하겐과 잘 어울렸다. 해가 질 때쯤이라 블랙다이아몬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건물이 반짝였다. 내부는 사무적인 것 같으면서도 따뜻한 느낌. 애플 매장 같기도 했다. 북유럽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라는 말이 체감되는 규모.


천천히 걸어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티볼리 푸드코트에 들러 타이푸드를 픽업하고, 마트에 들러 맥주도 샀다. 로비에서 얼음을 픽업해서 올라오니 기분 좋은 피곤함이 몰려온 저녁. 창문 블라인드를 걷어 노을이 지는 하늘을 감상했다. 많이 걷고, 많이 볼수록 깊게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다. 그동안 시간에 쫓기듯 살았던 바쁜 날들과 확연히 다른 삶의 패턴이 어색하지 않고 좋은 걸 보니 이번 여행이 나에게 힐링이 되고 있구나 싶었다.


다음날, 5일째 여행은 글립토테크 조각미술관으로 시작해서 티볼리 야간개장을 보는 것으로 계획하고 그 사이에 골목골목을 누비며 또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갈수록 더 오래 머물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각나는 이 도시의 다음 기록도 사진으로 예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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