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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셈트 Jun 09. 2024

[프롤로그] 뒤통수와 발에도 눈이 달렸으면 좋겠다.

이것은 발견하고 포착하는 것에 대단한 욕심이 있는 나의 이야기.

유명한 밈 중 '인간극장'의 말벌아저씨를 아는가? 

누군가와 이야기 중에도 말벌이 나타났다 하면 후다닥 뛰쳐나가는 그 모습이 나는 낯설지 않았다. 

윤슬과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스르르 흩날리는 나뭇잎과 꽃잎, 1분 1초가 다른 노을과 태양. 나를 황홀하게 하는 이런 찰나의 모습들을 눈과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하는 내 모습도 비슷하다. 


내가 이런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기록하는 것에 진심인 것을 진작이 알고는 있었지만 2019년, 친구와 함께 일 겸 떠났던 런던에서 완전히 인정해 버렸다. 괜찮은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때를 기다리고 카메라를 들이대던 그때. 열흘 중 친구와 떨어져 혼자 돌아다니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에 좋았던 건 눈치 보지 않고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것. 걸어 다닐 때면 늘 레이더가 좌우로 15도씩은 더 넓어지는 같다. 

 템즈강 위 다리를 지날 때였다. 다리 끝 즈음, 철망 사이로 반짝이는 빛을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쫓아갔더니 계단 아래로 윤슬이 빛나고, 그 앞으로 사람들과 강아지가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카메라를 들이댔고, 그 장면은 나에게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엽서, 우리 집의 작은 액자 속 사진, 때로는 나를 감성적으로 만드는 기록이 되었다. 

이건 아주 우연히 나에게 '포착'된 장면이다. 반면 세밀한 계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도 있다. 빛과 이동, 바람과 방향 같은 것들을 일부러 만들거나 타이밍을 노려 장면을 기록하는 것. 그 또한 매력적인 기록이 된다. 



이렇게 우연히, 혹은 계산적인 기록에 나는 늘 아쉬움을 느낀다. 너무 마음에 드는 기록물을 보고 있자면 한 번씩 드는 생각. '이 반대편은, 위에서 보는 모습은 또 어땠을까?' 하는 새로운 시점에 대한 갈망. 욕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툭 튀어나오는 솔직한 마음이기도 하다. 

한창 노을이 황홀할 때 혼자 운전하다 보면 지금 이 장관을 기록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손, 노을 반대로 갈 때면 내 뒤통수에서 벌어지는 저 장면이 너무너무 궁금하다. 타닥타닥 걷는 내 발걸음의 시선이 궁금하고, 꿈에 그리던 거리를 혼자 걷고 있는 나의 뒷모습이 궁금하다. 

내가 이렇게 보고,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에 애착을 가진 것은 그런 것들이 나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며, 더 열심히 잘 살아보고 싶은 용기를 만들어주기 때문. 그것을 내 주변사람들에게 나누고 기뻐하는 그들의 반응을 보는 것은 마치 처음 한 장면을 발견했을 때 시작된 레이스의 마침표 같기도 하다. 


나를 행복하게 하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과 용기를 주는 기록에 대한 애정. 

이것은 지금 내가 두려움과 설렘을 적절히 가지고 시작하는 또 다른 시작의 밑바탕이 된다. 그래서 최대한 솔직하게 담아볼 이번 연재. 끝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전혀 상상도 안되지만 행복이 묻어나는 결말이라면 좋겠다.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새로운 관점을 끝없이 찾아가기 위해, 지쳐 주저앉기보다 털어내고 다시 나아가기 위해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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