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 중요한 사람의 브랜드
몇 년 전 가구회사 브랜딩 디자이너로 근무할 때 대표님이 나에게 '역시 ENFJ이시네요! '함께'라는 말을 진짜 자주 쓰시는 것 같아요'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게 MBTI에 너무 집착한 관찰이라고 생각했는데 MBTI가 바뀐 지금도 나는 여전히 '함께'가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인정할 수밖에.
지난 화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일할 때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이 큰 시너지가 되는 사람이다. 그런데 브랜드를 구체화하다 보니 브랜드를 통한 나의 비전을 그릴 때도 어라? 역시 '함께'가 그 목표점에 있었다.
나를 투영한 브랜드를 통해 대놓고 '우리 함께 잘 살아봐요!'를 말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궁극적인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내가 가진 가치를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 그만의 작은 세계를 전하는 것은 모든 브랜드 리더들이 같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공식으로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려 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그럼 개인적인 나 자신도 그런 사람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 번 이리저리 치이고 머리를 감싸는 동안 나의 방어적이고 개인적인 면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만드는 브랜드를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자는 생각으로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품고 있던 편견과 벽이 물러진다.
그렇게 나는 브랜드 이름에 '함께'라는 의미와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은유적으로 담았다. 그렇게 <Shell.we>가 만들어졌다. 제안하는 'Shall we'에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사물로 조개를 선택해 약간의 언어유희를 주었다.
조개를 선택한 이유는 아름다움에 관련된 심벌, 문구 등을 수집해 오면서 언젠간 꼭 활용하고 싶었던 명화 <비너스의 탄생_보티첼리>때문이었다. 비너스가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나 조개껍데기 위에 서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에서 비너스만큼 존재감 있는 조개껍데기. 실제로 부와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순수'를 뜻하는 진주를 품으며 자연의 소리를 담기도 하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모양과 색감을 가진 자연물이다. 이렇게 복합적으로 다양한 아름다움을 가진 것이라면 브랜드 이름에 활용하기에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조개를 중심으로 나는 '행복은 아름다움으로부터'라는 나의 코어 메세지를 로고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 행복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을 조개와 겹쳐보거나 나란히 두기, 이어 그리기 등을 하다 지금의 로고를 만들게 되었다.
손그림 느낌을 살리고 싶어 비슷한 폰트를 찾았고, 용도에 따라 더 정돈된 버전을 쓰기도 한다. 로고를 만들고 3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비너스의 탄생 그림과 번갈아 보니 마치 가운데 위치한 하트(행복)가 비너스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럼 또 그 연관된 신화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봐야지! 꼬리의 꼬리를 물다 보면 늘 예상치 못했던 발견에 박수를 치거나 새로운 지식이 쌓이는 재미가 있다.
이 브랜드를 통해 나는 내가 경험한 것들 중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작은 제품 몇 가지로 시작하지만 언젠간 사람들에게 삶의 행복한 순간에 함께 하고 싶은, 혹은 그런 순간을 만들어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