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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셈트 Jul 22. 2024

갑자기 시작된 뜨개질.

그리고 '푸른 호수 밤 시나몬롤'.

이런저런 의도치 않았던 이유로 사부작사부작 만들어 판매하던 온라인 스토어를 잠시 닫게 되었다. 

재정비를 하는 동안 또 많은 일이 있었고, 사실 희망찬 느낌보다는 '나에게 또 왜...' 하는 힘 빠지는 소리가 자주 나왔다. 마치 세상이 '모두가 공평하다'라는 것을 자꾸 알려주는 것처럼 꼭 시련과 기다림이 있어야 결실이 있는 그런 계단을 오르는 나날을 보냈다. 그 사이 스토어 운영이 바로 되지 않아서 임시로 새 스토어를 오픈했는데 감흥이 떨어져서인지 의욕은 나지 않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사실 머리가 복잡한 건 하루도 그러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나에게는 일상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각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 내가 내 인생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정도가 심각하다고 느껴졌다. 이 전 글에서도 일부 담긴 했지만 그 부정적인 영향이 내 가족에게 까지 미친다는 게 피부로 와닿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고민과 걱정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정도와 다루는 솜씨가 다를 뿐. 내가 현실적인 고민이든 아니든 그 고민을 하는 시간 동안 내내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짧고 굵게 고민하고 빠르게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방법으로 그 시간을 줄여보자 생각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지난주 남편의 선물로 읽게 된 책과 그 작가님의 북토크에서 한번 더 마주하게 되었다. 코펜하겐에서 계절음식과 차회를 운영하시는 작가님은 책에서 느껴지던 잔잔하고 다정하면서 단단한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는 분이셨다. 차분한 말투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시던 중 '저는 하고자 마음먹었으면 너무 오래 고민하는 것보다는 대체로 바로 뛰어들어 방법을 찾으려 노력해요'라는 말이 무언가 마침표를 찍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스스로 그렇게 하자!라고 마음먹어놓고선 내내 그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던 것. 

그 마음을 따라 변화하기 위해서 나는 먼저 비울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채우는 것보다 어려운 비우기. 명상과 멍 때리기, 음악, 싱잉볼, 책은 잠깐의 평화를 줄 수는 있었지만 그 또한 무언가 채우는 행위라고 느껴졌다. 나는 시각과 청각으로는 인풋이 더 잘되는 사람이었던 것. 그래서 자기 전 아무런 소리와 글 없이 손으로 만지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렇게 바로 뜨개질이 떠올랐고, 손끝에 남아있는 오래전 뜨개질의 감각을 되살려 시작했다. 뜨개질을 하는 동안 나는 한눈도, 한 귀도, 다른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한 코가 잘못되면 그 줄 전체가 잘못되고, 그럼 결국 다시 후드득 실을 풀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뜨개질은 나에게 비우기 위한 시간을 주고 있다. 

몇 시간, 며칠 집중하다 보면 뚝딱 나오는 결과물에 성취감은 물론, 선물할 사람들과 선물을 할 생각에 행복해진다. 나의 새로운 쓸모가 생기는 느낌. 


나에게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마침표를 찍어준 그 책 '푸른 호수 밤 시나몬롤'을 읽는 동안 뜨개질을 틈틈이 했다. 책 내용을 곱씹거나 그 여운을 머금은 채로 만든 코스터는 작가님께 선물로 드렸다. 정말 오랜만에 느낀 행복함에 두근거리던 순간. 비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 이런 경험까지 줄 거라고 생각은 못했지만 참 잘한 결정이었다. 


재미있다. 이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렇게 비우고 채우는 시간을 또 반복해 보자. 


그리고 이번에 알게된 사실. 

내가 코펜하겐을 가게된 계기 중 하나였던 유튜브 '노르딕 다이어리'가 이번에 푹 빠져 읽었던 '푸른 호수 밤 시나몬롤'의 작가님의 유튜브 계정이었고, 책을 읽으며 궁금한 요리가 있어 찾아보다 가장 끌리는 제목과 썸네일에 들어가 바로 구독하기를 눌렀던 브런치가 또 같은 작가님의 브런치였다.

작지만 크고 행복한 발견. 

https://brunch.co.kr/@nordicdiary

https://www.youtube.com/@Nordic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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