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만난다는 것
지난 연재일은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아찔함과 함께 '놓쳤구나..' 하며 깨달았다.
이제 18개월이 된 조카와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오늘이 며칠이고 무슨 요일인지는 들여다볼 새도 없었던 것.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내 머리와 마음은 복잡했는데 그만큼 큰 변화들이 있었다.
꽤 오래 애정을 가지고 보았던 브랜드에 채용공고가 나와 며칠을 투자해 진심으로 지원서류를 만들었고,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사실 면접 제안부터 나에게는 거의 합격 알림 수준으로 기쁜 일이었다. 면접 일자를 정하고 대면 인터뷰를 한 시간 정도 했는데 뭐랄까.. 그간의 시간들이 천천히 다시 흘러가면서 그때의 나를 소환하게 되는 경험이라고 할까, 어찌 보면 테스트의 시간인데 이렇게 깊은 대화로 생각을 전하는 면접은 처음이었다.
그 기쁜 마음으로 같은 날 저녁 사랑하는 친구와 만나 시간을 보냈는데 그날은 큰 동요도, 불안도 잠잠한 날이 되어 오래 기억하자 다짐했다.
그 후 약 일주일 정도 지난 며칠 전,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고, 나는 사실 처음으로 그동안 나의 시간들이 참 값진 경험이었구나 생각했다. 내가 좋아서 찾아가고, 기록했던 것들이 다시 나에게 돌아와 새로운 문을 열어준 것 같은 그런 기분. 사실 아직도 조금 얼떨떨하고 정말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히려 차분해진다.
요 근래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 만들기 위해 진심으로 향해가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그 기회가 정말로 온다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좋아하는 것을 위해 '해보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으로만 좋아할 수 있지만 더 깊이 빠지다 보면 긍정적인 간절함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나의 애정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이 사실을 모두가 알 수 있지만 그 모두가 모든 순간 알 수는 없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만나게 된 것은 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게 해 준 사람들, 그 여정을 함께 지켜봐 주고 응원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 조금 더 단단해진 내가 있다.
어떤 대상을 정말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도시든, 일이든 모두 단순히 좋은 것 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 같다. 좋은 것과 실망스러운 것, 나를 힘들게 하는 것 등을 겪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게 될 때 하나의 마침표가 찍히는 것 같다. 그 관계가 더 끈끈하고 오래가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근래에 생긴 변화로 인해 좀 더 용기가 생겼음을 기록하고,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 또 혼자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정리해 보고 또 기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