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질주, 멈춰 세우기까지 스스로 하는 삶.
프리랜서, 혼자 일 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혼자 일할 수 있다는 것. 반면 단점도 혼자 일한다는 것이다.
그게 단점인 이유는? 할 일은 N개인데 몸은 하나라서?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소속되어 함께 일하던 환경에서 정반대의 환경으로 바뀐 지금, 이제야 나는 '소속감'이 나에게 중요한 키워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한 그룹에 소속되어 유대감을 가지고 의지하며 일하는 것. 하지만 이제는 그 유대감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언젠가 마케터 이승희 님의 콘텐츠에서 소속감을 가지고 싶어서 스스로 소속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일원으로 살아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한 것일까? 의외로 단순하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에는 나를 다잡아줄 수 있는 '중심'을 스스로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https://youtu.be/DeM2XbInY3o?si=IFnKPBO2N7TyCWZV
무언가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싶어 먼저 남편과 상의해 집의 방 구조를 바꿨다. 침실은 작은방에 더 아늑한 잠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쓰도록 하고, 서재를 더 넓고 천장도 높은 방으로 옮겨 작은 사무실처럼 쓰기로 했다.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아침의 시작도 남편 출근 준비 시간과 맞추기로 했다. 아침 식사도 선식으로 간소하게 먹고, 점심 먹는 시간, 산책하는 시간 등 점점 나의 루틴을 만들어갔다.
이렇게 일상의 루틴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나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는 일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이걸 하자!라고 했다가 이것과 저것을 하자!라고 했는데, 얼마 후에 이것, 저것, 그것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백지화하기를 몇 번 반복했다.
그러다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것, 저것, 그것'에서 공통점을 찾아보니 '만드는'이 나왔다. 결국 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하고 싶었고, 다양한 만드는 수단에 관심이 있었던 것. 그리고 글과 사진, 음악, 색, 소재 등의 관심사를 품은 그 만들고 싶은 것의 궁극적인 주제는 '행복으로 이끄는 아름다운 것'이라는 주제로 묶을 수 있었다. 점점 윤곽이 보인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내 오랜 수줍은 슬로건 'Beauty drives Happiness'(행복은 아름다움으로부터)가 활자 그대로 공식적인 역할을 가지게 되었다.
이 '중심 잡기' 시간이 사실은 내가 혼자 일하는 지금까지의 타임라인 가장 앞단에 있지는 않았다. 3편에서 소개한 그저 취향 따라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보자! 하며 카드를 만들었던 그 시기와 비슷하게 진행했던 '중심 잡기'. 순서가 잘못되었나? 생각도 했지만 덕분에 사용할 기계를 익히면서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다.
이상향 '행복으로 이끄는 아름다운 것 만들기'를 향해 가기 위해 스스로 목표를 계속해서 점검하고 인지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고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정말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가기 마련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브레이크를 걸어주어야 했다. 그래서 내가 정한 몇 가지 장치.
[하염없이 파도 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규칙]
1. 레퍼런스를 찾을 때는 키워드와 주제를 정해두기.
2. 레퍼런스를 찾는 시간 정해두기. (단, 이동 중에 찾아보는 건 제한 없이)
3. 찾은 레퍼런스의 출처 알아두기.
핀터레스트와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크롤하기 바빠진다. 그런 나를 위해 정해둔 규칙을 최대한 지키다 보니 하염없이 파도타기를 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레퍼런스 찾기 시간 후에 늘 오던 뭔가 허망한 느낌을 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레퍼런스와 함께 떠오르는 아이디어, 진행하고 있는 일들을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나만의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번거롭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것들이라 나름 검증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나, 미래의 나를 위한 기록의 규칙]
1. 노트는 구분해서 쓰기
2. 한 노트에서 지금을 위한 메모, 나중을 위한 메모 구분하기 (다음을 위한 아이디어는 별색표시)
3. 생각이 막혀버린 구간이 있다면 페이지 비워두고 표시해 두기 (1-2일 후 다시 생각하기 위해 리마인드 알람 설정해 두기)
4. 휘발성 높은 생각, 긴 아이디어의 하이라이트는 디지털 메모에 해두기
이 중 1,2번은 정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지금은 노트 네 권을 쓰고 있는데, 스케줄 정리를 위한 다이어리, 글쓰기를 위한 노트, 스케치 노트, 디자인/브랜드를 위한 노트로 나누었다. 각 노트 안에서도 메모별 역할에 따라 구분을 해두니 생각이 막힐 때 노트를 펼쳐 '나중을 위한 아이디어'들만 찾아보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과거의 내가 주는 도움이 꽤 쏠쏠하다.
이렇게 몇 가지 규칙을 만들어 지켜나가려 하다 보니 점점 습관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행위는 불안함을 잘 느끼는 나에게 감정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기록에 대한 짧은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는데 시리즈로 올리려 노력(목표...)하고 있고, 이것이 또 어떤 기회를 가지고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작은 행동에 의미를 두지 말자! 크게 생각하자!라고 생각하던 나지만 요즘은 그 작은 행동과 생각들이 가지는 파급력에 더 잔잔하고 오랜 감동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