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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셈트 Jun 23. 2024

나 뭐해..?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되기 위한 탐구시간.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을 판매하거나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모인 플랫폼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이야기 중 늘 나도 눈길이 가는 후기가 있다. 고객이 '손으로 만드는데 왜 비싸요?'라는 질문을 하며 불평했다는 것. 아마도 인간의 손길은 더 서툴고 실수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에 비해 기계는 더 정교하고 실수할 여지가 거의 없는 완벽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나 보다. 혹은 효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 수도.


내가 만약 그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나도 씁쓸한 마음에 힘이 빠질 것 같다. 그리고 함께 든 생각. 

'핸드메이드'는 tpo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것. 


핸드메이드 방식과 수식어가 득이 되는 것들이 있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것들이 그렇다. 하지만 효율성과 합리성이 더 중요한 제품들은 '핸드메이드'라는 수식이 붙으면 부담스럽거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만약 핸드폰을 핸드메이드로 만든다면? 지금도 150만 원을 넘나드는 고가의 물건인데 그럼 아마 공정의 까다로움과 비효율적인 생산성 등으로 가격은 30배는 더 비싸지고, 초호화 럭셔리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핸드메이드의 tpo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서 제작방식에 대한 내 생각을 먼저 적어보았다. 


무언가를 만드는것에 매력을 느끼고 그 방식에 강하게 끌리는 나.

그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하고 그럼 나는 무엇을, 어떤 소재로,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나는 뭘 만들고 싶을까?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채워온 나의 핀터레스트 폴더에는 47개의 폴더가 있다. 몇 개는 정리하고도 거의 50개가 다되어가는 이 폴더들은 요리 레시피와 강아지사진부터 웨딩 디렉팅까지 나의 상황과 관심사에 따라 생기고 발견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나는 만들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어떤 걸 만들어야 하지? 고민이 들 즈음 이 폴더를 모두 열어 공통점을 찾기 시작했다. 


핸드메이드 60%, 머신메이드 40%, 섬세하고 부드러운 것들을 좋아하는 나.


각 폴더마다 베스트 5>3>1 순으로 좁혀나가다 보니 보이는 내가 진짜 끌리는 것들. 

사실 나는 내가 중성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머리로는) 하지만 이미지 필터를 해보고서 나온 결과를 보니 정말 달랐던 것.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 빈티지함이 묻어나기도 하고, 내추럴한 느낌을 좋아했다. 

더 모던하고 시크한 이미지들이 잔뜩 나올걸 예상했던 나는 다른 결과에 놀라며 지인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다들 '이제 알았어? 너만 몰랐어'라고 답했다. 

정말 나만 몰랐다. 사실은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았던 것이다.

그렇게 나온 이미지로 만든 무드보드. 

이미지들을 보며 키워드도 뽑아냈다. 마치 자아성찰, 나를 찾아가는 과정과 같은 시간이었는데, 스스로 치유해 보는 시간을 가지자는 생각으로 우선은 내 취향에 훅 빠져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무드와 소재, 방식으로 갖고 싶은 것을 만들면 그것만큼 치유되는 게 뭐가 있을까? 


이렇게 굳이 '치유'가 필요했던 건 그 당시 내 마음은 너무 지쳐있었고, 스스로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 이렇게 나를 살짝 탐구해보고 나니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해보자!'

그렇게 오래 눈팅만 해오던 장비를 당근에서 하나 구매했다. (쿨거래 허락해 준 남편에게 땡큐)



그래서 처음 뭘 만들어 봤냐면

그래서 처음 만들어본 건 내가 선물할 때 활용하고 싶은 페이퍼 태그와 카드였다.

나는 생각보다 만들기에 심취했고,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하면서 만들고 사진 찍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만든 것들을 가장 친한 친구와 동생에게 보여주고 '너라면 살 것 같아?'를 연신 물어보며 솔직히 말해달라고 했다. 여러 피드백 속에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게 했던 이야기는 '좀 더 설득력 있으면 좋겠어. 너의 이야기를 더 담아봐!' 라는것.


사실 이렇게 내가 좋아서 만든 것들을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보여주기 쉽지 않았다. 나는 좋아서 만들었지만 너무나 솔직하고 실망스러운 피드백이 와서 내가 즐겁게 몰두한 시간이 의미 없는 시간이 될까 봐, 내가 틀린 방향으로 갈까 봐 두려웠던 마음이었다. 

하지만 처음 마음먹었던 그대로 다시 한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마음먹었다. 실패가 두려워 주저하기에 나는 꽤 즐기며 만들었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더 커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만든 것들을 밖으로 가지고 나갔고, 내 취향을 넘어 이야기를 담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은? 

4화에서 소개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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