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다니는 여자의 페미니즘

기독교 그리고 페미니즘

by 송희운

※ 이 글은 성서를 기반으로 하여 페미니즘을 분석하는 글이 아니며, 기독교를 신앙으로 가지며 페미니즘을 겪고 느낀 바에 대한 이야기 하는 글임을 사전에 말씀드립니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교회를 다닌 기독교인이다. 유아부부터 시작해서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모든 성장 과정 동안 지속적으로 교회를 다닌 모태 신앙인에 가깝다. 첫 시작은 어머니의 손에 의해 다니기 시작했지만, 내 안에서도 믿음이 뿌리를 내렸고, 내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으로 자리 잡았다. 기독교는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올 수 있도록 많은 가치관을 부여해준 나의 종교가 되었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가치들과 더불어 내게 중요한 가치관이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페미니즘이었다. 아무 의식 없는 채로 ‘된장녀’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사용했지만, 아마 많은 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강남역 살인사건’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이후 "왜?"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고, 그 질문은 점점 커져가면서 이 질문이 이제는 내 삶에서 중요한 가치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한 1, 2년 전만 해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기독교와 페미니즘은 얼핏 봤을 때 쉽게 양립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고 많은 이들이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기독교는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종교이며, 페미니즘은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대변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여러 면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측면이 많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심지어 어떤 이는 "교회 다니는 여자가 페미니즘을 한다고?"라고 반문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그렇기에 항상 고민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 두 가지는 과연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종교는 내 삶 전체를 통과하는 내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고, 페미니즘은 이후에 접했지만 평소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끼친 주요한 가치관이다. 두 가지 모두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나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들 중 하나인데, 나는 이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럴 때 두 가지 책을 접했는데, 하나는 [페미니즘과 기독교]라는 이름을 가진 소책자였고, 다른 하나는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이었다. 이 두 책은 혼란스러웠던 나에게 방향성을 잡게 해 주었다. 첫 번째 책은 서로 완전 다른 속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기독교와 페미니즘이 서로 양립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내게 알려주었다. 두 번째 책은 여기서 나아가 내 안에서 기독교와 페미니즘을 어떻게 엮어서 받아들여야 할지 방향성을 알려주었다. 두 번째 책은 강좌 내용을 하나로 엮은 책이었는데, 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 중에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예수님이 넓은 의미에서 페미니스트였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모든 인간들을 평등하게 대하셨다는 의미에 가까울 것이다. 모두가 돌을 던지는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서 무리 중 죄 있는 자가 돌을 던지라고 하며 그녀를 감쌌고, 남자 제자들이 아닌 마리아에게 가장 먼저 나타나 자신의 부활을 알리셨다. 인간들 사이에서 형성된 수직적인 관계의 틀을 모두 깨고 그 시대에서 가장 차별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셨고, 그중에 항상 차별받는 여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내가 생각하고 있던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이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차별받는 여성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포용과 사랑으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가는 것. 이렇게 내 안에서 기독교와 페미니즘이 서로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것만 같이 보였다. 다만 나도 가끔 성경을 읽을 때나 혹은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을 때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대부분 성경 속에서 여성은 창녀 혹은 성녀로만 묘사되어 있다. 가장 악하고 사악한 것이 사람의 마음을 미혹시킬 때 이를 창녀/음부라고 가리키며 부정적인 것에 대한 묘사를 여성으로 표현을 해왔고, 목사님들도 이를 기반으로 설교를 하실 때 무의식적으로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들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시고는 했다. 이런 것들을 접할 때면, 과연 정말 이것이 예수님께서 원하는 방식이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서 내가 정확한 답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기독교가 본질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는 같으나 그 시대의 배경으로 인한 선입관과 관념이 녹아들어 표현되는 방식에 있어서 구시대적으로 표출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내 사라의 권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첩 하갈을 들였던 아브라함, 여동생 라헬을 사랑하는 야곱과 결혼해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해야 했던 레아라든지. 이는 모두 지금 시대가 아닌 그 시대의 맥락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일 것이다.


물론 나의 관점이 틀렸을 수도 있다. 성경에서 의미하는 바를 너무 단편적으로만 분석한 것일 수도 있고, 또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의미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본질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의 주요한 문구인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는 기독교와 완전히 반대되는 가치는 아니다. 기독교의 기본인 사랑이라는 가치관에서 모든 인간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세계가 확장되는 것. 내 안에서 기독교와 페미니즘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들을 감싸 안으셨던 '사랑'이라는 키워드 덕분이었다.


성별로 억압하고 한정 짓는 것에서 벗어나 각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은 여성뿐만 아닌 모든 인간에 대한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품을 수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내가 기독교와 페미니즘을 엮으면서 내린 나만의 결론이며,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이를 같이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불안과 공포의 시대에서 모두를 차별하고 억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기독교의 본질인 사랑과 더불어 페미니즘에서 이야기하는 가능성과 자유를 더해 우리 모두가 조금씩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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