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 로물루스> 단평
※ 프리퀄을 포함한 <에일리언> 시리즈와 <에이리언 : 로물루스>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할리우드 공포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되는 <에일리언> 시리즈는 프리퀄인 <프로메테우스>, <에일리언 : 커버넌트>까지 무려 6편에 달하는 영화로 제작된 장수 시리즈이다. <에일리언 1>을 연출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프로메테우스>와 <에일리언 : 커버넌트>가 기존 에일리언 팬들에게는 다소 안 좋은 평을 받았지만 시리즈의 대부분 작품들이 이 정도로 퀄리티 높게 만들어진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앞선 두 프리퀄이 에일리언이라는 본질(?)을 다루지 않고, 인류와 에일리언의 기원이라는 다소 심오하면서도 결을 벗어난 듯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에일리언 시리즈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은 사실 많이 낮아져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상태에서 다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에이리언 : 로물루스>가 드디어 국내 개봉하였다. <이블 데드> 리메이크판 및 <맨 인 더 다크>로 할리우드 호러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은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연출한 <에이리언 : 로물루스>는 에일리언의 모든 영화를 관람한 에일리언의 팬으로서 상당히 만족하면서 관람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는 이미 알려져 있는 것처럼 <에일리언 1>과 <에일리언 2>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기는 2142년, 식민지 행성의 암울한 미래 대신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청년들은 새로운 행성 이바가로 갈 결심을 한다. 이바가로 가기 위해 필요한 동면 캡슐을 찾으려고 웨이랜드의 버려진 우주 기지를 유일하게 열 수 있는 합성인간 앤디와 앤디를 보살피는 레인을 함께 데리고 우주 기지로 떠난다. 그들은 우주 기지에서 동면 캡슐을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냉동 보관실의 냉매를 건드리고 이에 동면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페이스허거들이 차츰 깨어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페이스허거가 동면에서 깨어나고 이를 피해서 도망치던 중 페이스허거 한 마리가 일행 중 나바로의 얼굴을 덮쳐버린다. 일행들은 페이스허거를 떼어내는 데 성공하지만 이미 나바로의 몸속에서는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자리 잡게 되고, 자신이 타고 온 우주선으로 도망친 나바로의 가슴을 뚫고 나온다. 이 소동으로 일행들이 타고 왔던 우주선은 통제를 잃은 채 날아다니다가 우주 기지의 상하차 갑판으로 들어가고 경보음이 울리면서 우주 기지가 폐쇄되자 일행들은 그대로 우주선에 갇힌다.
<에이리언 : 로물루스>의 이야기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번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에일리언 1>의 큰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에일리언 시리즈 모든 작품의 팬임을 자처한 감독은 이러한 큰 줄기에 이전 시리즈들에서 등장했던 내용들이 서로 충돌되지 않게 영화 속에 잘 섞어 넣었다. 곳곳에 포진한 요소들이 눈에 띄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요소는 팬들로부터 다소 외면받았던 <프로메테우스>와 <에일리언 : 커버넌트> 이야기의 계승이다. 그동안 에일리언 시리즈들에서는 제노모프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크리처들이 등장했었는데, <에일리언 : 로물루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처음 등장한 '오프스프링'이라 불리는 괴물은 이 존재의 근원 자체가 <프로메테우스>, <에일리언 : 커버넌트>로부터 시작된다. 데이빗이 <프로메테우스>에서 처음으로 조우하고, <에일리언 : 커버넌트>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구하고 발전시킨 검은 액체가 이 오프스프링 탄생의 근본인 것이다. 로물루스 우주 기지에서 인간들은 검은 액체를 실험하면서 식민지 행성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인간들을 더욱 강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려는 연구를 했었지만, 레인 일행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실험 영상 속 쥐가 괴물이 되어버린 것처럼 검은 액체는 끔찍한 결과물만을 가져왔다. 제노모프에게 어깨를 뚫렸던 케이는 처음에는 레인이 검은 액체를 맞지 못하게 해 저지당하지만, 이내 레인이 앤디를 구하러 가기 위해 떠나고 혼자 남게 되자 자신의 목에 그 검은 액체를 주입한다. 이 액체를 맞은 케이는 임신을 하고 있었고, 이 액체로 인해 뱃속에서 자리 잡았던 아기는 급속도로 빠르게 성장하며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끔찍한 이형의 존재로 탄생하여 주인공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영화는 분명 <에일리언> 기존 시리즈들에 대한 헌사로 가득 차 있지만, 감독이 자신만의 연출력으로 담아낸 공포스러운 순간들도 존재한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연출한 장면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초반 페이스허거들이 깨어나는 장면이다. 냉매를 잘못 건드려 저온 보관실에 잠들어있던 페이스허거들이 깨어나기 시작하고, 저온 보관실에 갇힌 일행은 쓰러져있던 합성인간에게서 칩을 빼내 앤디에게 주입한다. 이때 경고를 알리는 붉은색 조명과 날카로운 알람 소리가 저온보관실을 가득 채우고, 하나둘씩 깨어난 페이스허거들이 물속으로 떨어지는 위험천만한 상황 앞에 앤디가 한 자리에 우뚝 멈춰 서서 흰자를 드러내고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모습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이미지처럼 느껴진다. 이는 끔찍한 존재들이 깨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이 영화 속에서 레인 일행들에게 얼마나 참혹한 사건들이 벌어질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후 곧바로 페이스허거들이 일행들을 무섭게 따라오고 공격하면서 이들이 있는 우주 기지는 가장 끔찍한 악몽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이번 작품에서 합성인간-인간 간의 관계도 상당히 흥미롭다. <에일리언 1>에서 리플리는 영화 속에서 경험한 사건으로 인해 합성인간들에게 상당히 적대적인 상태였다가 <에일리언 2>의 비숍과 <에일리언 4>의 콜을 보고 마음이 조금 돌아서게 된다. 하지만 프리퀄 시리즈에서 데이빗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인간다운 합성인간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드러났고, 특히 <에일리언 : 커버넌트>의 엔딩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몸속에 숨겨온 페이스허거들을 꺼내보이면서 이 합성인간은 창조주가 되기 위해 어떠한 짓도 서슴지 않는 끔찍한 존재로 변모했다. <에이리언 : 로물루스>에서 앤디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어린아이로서의 모습과 업그레이드된 이후에는 감정적인 판단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을 하라는 룩의 조언처럼 위기의 상황 속에서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감정을 배제한 이성적인 판단으로 도망치는 무리 속에서 위기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앤디의 변화는 인간들 내부에서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내고 이는 이전 <에일리언 1>, <프로메테우스>에서 인간과 합성인간 간의 대립을 연상시킨다. 제노모프에게 공격당하고 칩이 망가지면서 앤디는 이성적인 모습을 더 이상 드러내지 못한다. 다시 '어린아이'처럼 되돌아간 앤디는 바닥에 버려져 있고, 앤디를 두고 탈출하려던 레인은 차마 가족으로 여겼던 앤디를 버리지 못하고 케인을 먼저 보낸 채 앤디를 구하러 간다. 이들의 관계는 다시 이전처럼 재정립된다. 영화의 엔딩은 마치 <프로메테우스>의 엔딩을 연상시키는 듯하다. 엔지니어의 고향을 방문해서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려고 했던 쇼와 목이 뽑힌 채 망가져버린 데이빗. <에이리언 : 로물루스>도 <프로메테우스> 속 그들처럼 같이 있던 일행들 모두를 잃고 레인과 앤디만 남게 된다. 두 영화의 엔딩은 서로 유사해 보이지만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자신들을 만든 목적을 찾기 위해 이들이 떠났다면, <에이리언 : 로물루스>의 엔딩은 <에일리언 1>처럼 끔찍한 괴생명체의 공격으로부터 겨우 살아남아 자신의 목숨을 보전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앞서 말한 것처럼 너무나도 익숙한 플롯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충격을 받을 만큼 '새로움'은 없었지만, 기존 에일리언 작품들에서 등장했던 요소들을 적절하게 가져오면서도 이야기의 큰 줄기는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했기에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럽고 즐겁게 관람했던 작품이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호러 영화'의 느낌보다는 '호러 액션 게임'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순간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일리언 : 커버넌트> 이후 후속작이 개봉되길 기다려왔던 팬으로서 이번 작품을 계기로 하여 커버넌트 작품의 후속작이 다시 한번 윤곽을 드러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