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야겠다 마음을 먹는다.
요즘 다시 몸공부 할 시간이 찾아왔다. 믿기지 않았지만 또 왔으니 또 성장하는 거다. 다시 지나갈 거고 괜찮아질 거다.라고 마음을 먹는다. 그러다가도 잠을 못 자고 울긋불긋 올라온 피부와 상처 투성이가 돼버린 팔다리를 보고, 간지럽고 따가워서 잠 못 이루는 날들을 보낼 때면 축 쳐진다. 지친다.
이번엔 뭘까?
여러 조건이 맞물려 다시 피부는 뒤집어졌다. 예전보다 더 강력한 아이가 찾아왔다. 될 수 있는 데로 수업을 다 뺐다. 쉬는 시간을 더 챙겨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대부분의 조건이 예전과 동일하게 맞춰줘 있다. 음식, 요가, 라이프 변한 게 딱히 없었다. 그래서 원인을 추적하는 게 비교적 쉬웠다.
바다수영
환절기
리바운딩
마음
나는 그중 마음을 가장 크게 봤다. 왜냐하면 정말 큰 게 왔기 때문이다. 완치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그때 그 일이 해결되어서 다 나은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바깥 조건이 바뀐 것뿐 나의 내면이 바뀐 게 아니었다. 어쩌면 이 반복은 나를 느끼고 풀어주고 알아줘야 하는데 그걸 또 놓쳐서 다시 일어난 게 아닌가 싶다.
원래가 예민하다. 근데 몸이 더 예민해졌다. 나는 이 예민이 삶에 유익함을 줄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요가하면서 예민해져 가는 몸 감각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독이 되었다. 생생히 살아있는 감각들은 나를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자꾸 몸 감각으로만 빠져버리게 한다. 그냥 느끼고 멈추면 되는데 느끼는 즉시 판단과 생각이 이어진다. 난 거기에 끌려간다. 요즘은 약간만 불편해도 바로 반응한다. 긁으면 긁을수록 이 증상은 더 퍼져간다. 가만히 앉아있는 게 쉽지 않다. 가뜩이나 집중이 안되는데 더 집중이 안된다. 고요한 상태가 될수록 몸이 더 날뛰는 기분이다.
다시 문제를 직면한다. 그래서 뭘 하면 될까?
나의 민감함, 예민함, 곤두서버린 신경들을 내려놓는 작업이 절실하다.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아니라 다 내려놓고 그냥~ 쉽게 ~ 가볍게 ~ 편하게 ~ 이 작업이 필요하다. 요즘에 와서 느끼는 건데 이게 나한테 엄청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대방은 결코 그 의도로 표현한 게 아닌데 내 위주로 그렇게 해석을 하고 괴로워하는 나를 봤다. 그러고는 나는 어떻게 해야겠다. 굳게! 마음을 먹는다. 그걸로 압박을 만들고 받는다.
그 상황이 그렇게까지 힘든 상황이 아닌데 스스로 확대해석하고 큰 문제로 인식을 한다. 생각이 멈추지 않고 나를 긴장 상태에 위치시킨다.
내가 원하는 건 이건대, 이걸 취하면 내 주변사람들이 힘들거라 판단한다. 선택의 순간 오만가지 생각들이 동원되지만 매번 나는 맨 뒷자리에 있다. 모두를 위하는 마음. 그 모두에 '나'를 빠뜨렸다. 그리고 그게 진짜 모두를 위한 결정인지에 대한 생각은 깊게 안 한다.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받아들인 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흘러가는 데로 힘 빼고 살아간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항상 '나'가 붙어 있고 내가 선택하고 판단하고 이끌어 나가야 할 것 같은 착각이 깊게 배어있었다.
이 몸은 진짜 마음과 연결되어 있을까? 암환자, 자가면역질환, 불치병, 당뇨병, 심장병 등을 가진 사람은 어떠한 건가? 딱 정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나의 경험으로 봐오건대 정말 연관이 깊게 있다고 느낀다. 정말 마음이다. 아. 마음이었구나. 와! 진짜 마음이네. 휴 또 마음이야.. 이렇게 탄식하고 감탄하고 몸을 통해 경험해 보는 중이다. 지금 이거 제대로 경험하라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 같다.
그래서 내 느낌은?
그래서 지금 내 감정은?
이 화두가 계속 머물러 있다.
삶이라는 게 모든 걸 내가 원하는데 맞추고 따라갈 수는 없지만 내가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연습이 지금 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key)라고 판단된다. 아자아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