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또 다른 기회-1

그냥 그대로 살아가기로..

by Far away from

민재와의 부산여행.

올해 초 겨울에 오고 올해 들어 두 번째 여행이다.

이제 민서도 많이 자라 둘만의 여행이 점점 힘들어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최근의 '홍대 사건' 이후로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 추진하게 된 여행.


내 핸드폰엔 민재와 이번 여행 때 나누고자 했던 대화들의 목록이 가득했다. 현재의 심리상태는 어떤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은 누가 있는지, 어려운 거 힘든 건 없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등...


아마도 '홍대 사건' 이후로 자신감이 무척이나 상실된 것 같은 조바심으로 말미암은 대화목록이었으리라.


하지만 나의 그 조바심은 기차 안에서 내게 기대고, 내 손을 꼭 잡은 손의 온기를 타고 거짓말처럼 증발해 버렸다. 불안감이나 조바심, 걱정 등의 모든 감정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그냥 이 아이와 이 시간을 온전히 보내고 싶은 마음이 지배를 해버렸다.


'아마 나는 이성적인 아빠는 되지 못하나 봐..'


아이와 새벽 5시 45분 기차를 타기 위해 4시 20분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곧이어 맑은 눈으로 일어난 민재. 피곤하거나 귀찮아 보이는 기색은 단 1도 없고 나와의 여행을 설레어하며 잠을 설친 순수하고 맑은 두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난다.


'너와의 관계에서 난 무엇을 의심하고 불안해했던 거니..'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와이프와 민서에겐 미안하지만.. 다녀올게~'


동탄역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민재는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피곤해 보이면 다시 돌아갈까 봐 불안했던 거니? 아님 진심으로 설레어 피곤함을 못 느끼는 거니?'


같이 하는 게임에 대한 얘기로 삼매경에 빠져 길도 놓친 채 돌아 간 끝에 동탄역에 도착한다. 도착해서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 은근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합실 티브이에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하이라이트 방송을 하고 있었다. 이럴 때 보는 방송은 왜 이렇게 달고 재미있는지..


SRT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 길에 민재가 속이 안 좋다고 한다. 빈속에 차를 타고 이동하면 항상 속이 안 좋다고 하는 아이.. 비닐봉지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혹시나 멀미를 하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지만 괜찮아 지길 바라는 마음에 아이의 손을 지압을 하면서 잠시라도 눈을 붙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감아본다. 날 따라 하기 좋아하는 아이니까..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해가 떠오를 무렵이었을까? 움직임이 없이 잠이 든 것을 느낀다. 나도 이내 마음이 편해져 스르르 잠이 든다. 한 30분 정도 잤을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을 떠서 서로를 쳐다본다.


'이런 것도 똑같니!?'


"아빠, 잤어?"

"응. 민재도 잠들었지?"

"응. 속이 안 좋아서 눈 잠깐 감고 있자 했는데 민재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자고 나니까 속이 좀 괜찮아?"

"응~! 아빠는 어때?"


항상 자기보다 나를 더 챙겨주는 아이.


"응~ 아빠도 민재 덕분에 잘 잤지."


우리는 팔짱을 낀 채로 동쪽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부산 근처의 산에도 단풍이 어느 정도 들었음을 느끼며 이야기한다.


8시가 좀 넘은 시간에 부산역에 도착한다. 예약해 놓은 런닝맨 부산점의 오픈 시간은 10시였기 때문에 시작까지는 시간이 좀 남은 상황. 부산역에 내려서 자연스럽게 아침을 먹으러 본전 돼지국밥집으로 향한다. 경상도 부산권역에서 정말 맛있는 맛집으로 인정하는 진짜 몇 안 되는 맛집..


식당에 도착하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식당의 오픈 시간은 8시 반~

잠시 주변을 서성이다가 식당으로 가니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이 아빠랑 아들이랑 오는 경우는 보지 못했지만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족단위로 온 집들이 몇 집 보였다는 것이다. SRT 기차를 탔을 때부터 봤던 사람을 식당에서도 셋집 정도 또 봤다.


'저 사람들도 오늘 연차를 내고 온 것일까?'


휴가철도 아니고 단풍철에 찾을 관광지도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집이 있어서 놀랐다. 하지만 비슷한 동질감 같은 것을 느껴서 기분이 푸근해짐을 느꼈다.


'내가 아들과 함께 가는 부산 기차여행 관련하여 책을 내면 이런 류의 여행이 유행이 될 수도 있을까?'


혼자 생각하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것에 웃음이 나와 피식 웃어본다.


국밥을 먹다 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역시 이 곳은 남다르구나! 금요일인데~!'


생각을 하며 서둘러 먹고 식당을 나온다. 부산역에서 화장실도 가고 편의점에서 민재 먹고 싶은 과자도 한 개 산 다음에 버스를 타러 간다. 서면역 옆에 있는 런닝맨을 가야 하기에 그곳으로 가는 버스를 잡아 탄다. 부산역의 공기는 여느 때처럼 기분 좋았다. 일 때문도 아니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평온함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래서 부산이 이미지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일까?


서면역 근처의 정류장에서 내려서 런닝맨까지 걸어간다. 런닝맨에 도착해보니 아직 오픈 시간이 좀 더 남은 상황. 우리가 첫 손님인 듯 매장 안에는 종업원들밖에 없었다.


'사람이 많은 것도 싫지만 아무도 없는 것도 싫은데!'


좀 기다리니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오기 시작한다. 우리는 번호표를 뽑고 첫 손님으로 입장을 한다! 런닝맨 Easy 코스로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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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친 듯이 미션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오래 매달리기, 빨리 뛰어 미션 수행하기, 절대음감, 멀리뛰기, 거울미로 찾아가기, 숨겨진 R포인트 터치하기, 농구공 던지기, 도형 맞추기, 배수관에 물 안 넘치게 하기, 같은 그림 짝 찾기, 월리를 찾아라(?) 같은 것, 벽 터치하기, 구슬 구멍에 넣기, 레이저 구멍에 구슬 세우기 등등 수많은 미션들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 도와가며 미션들을 수행했고 1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결국 같은 그림 짝 찾기 빼고 모든 미션을 완수! 94점의 점수로 통과하였다. 90점이 넘으면 인증서를 만들어 준다고 해서 민재와 난 인증서와 배찌 두 개씩을 얻은 후 기분 좋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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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정말 대단해!!'


미친 듯이 했더니 땀범벅.. 이제는 버스를 타고 부산 과학교육원으로 간다. 그동안 가봤던 부산 과학관과 과학체험관보다 더 먼저 설립되었다는 곳.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구관이 명관일 것 같은 느낌에 찾아가기로 한다. 버스를 타고 약 50분 정도 이동을 하여 연산8동주민센터에서 하차를 한다. 그런데 하차해서 걸어가는 길이 완전 등산코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재는 크게 짜증을 내지 않고 걷는다. 이제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점점 사라져 거의 청소년기 같은 느낌을 주는 민재. 언제 이렇게 큰 것일까? 든든하면서도 서운한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마치 가을 같은 느낌이라 할까? 무척 좋으면서도 약간 쓸쓸한 그런 느낌..


부산경상대학교와 연천초등학교 연천중학교 등을 거치고 나서 나온 부산 과학교육관! 건물은 허름하고 오래된 공과대학교 건물 같이 생긴 건물이다. 안에 들어가니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안내해주시는 분 한분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아 네~ 예약하고 오셨는교~"

"네~"


우리는 2시부터 진행되는 평일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왔기 때문에 안내 데스크에는 예약자에게 걸어주는 목걸이 두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찍 오셨네예~"

"네~ 근데 혹시 여기 식당이나 이런 건 없나요?"

"아.. 여긴 오래된 과학관이라 그런 건 없어예~ 식사 하실라믄 저 밑에까지 내려가야 해얘~"


지금은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민재의 동의하에 일단 구경과 체험을 진행해 보기로 한다. 무료로 운영되는 과학관이었지만 안에 볼거리 놀거리는 굉장히 많았다. 민재가 이해하기에 어려운 개념의 전시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알기 쉽게 체험위주로 전시해 놓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어!'


민재와 한참을 시간 보내다가 안내 방송이 나와 1시 가상현실 VR 체험을 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상현실 체험이었는데 너무 짧았다!! 그리고 또 구경을 하다가 2시에 미래 탐험선 4D 상영을 보았다. 다행히 우리 외에 한 팀이 더 있어서 네 명이서 봤다. 9살 여자아이와 엄마라는데 부산에 사는 모녀 같았다. 초식공룡과 육식 공룡의 동거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꽤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댄싱로봇 공연. 무척 완성도 높고 재미있었는데 우리 네 명이 보기엔 참 아까웠다. 서울 경기권에서 이 정도 공연이면 사람이 미어질 텐데.. 그리고 이어서 우주 과학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지하로 내려가서 만들기 체험을 했다. 달의 위상 변화에 관한 관찰기를 만드는 거였는데, 나름 전구도 들어가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직접 만들고 선물로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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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로봇축구도 하고, 선박 체험, 항공기 운전 체험, 토네이도 만들기, 지진체험, 자석 축구 등 신나는 놀거리를 정신없이 즐겼다. 시설도 깨끗하고 사람도 없으니 천국 같은 시간. 배가 고픔에도 불구하고 민재는 체험을 더 하고 싶어 했다.


마지막으로 천체투영실에서 진행하는 가을철 별자리에 대한 영상을 보고 우리는 과학관을 나왔다. 4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배고픔도 잊은 채 정신없이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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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하는 민재를 위해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돈가스집을 찾았다. 주변에 학교가 많아서 그런지 분식집들을 지나 돈가스 집이 딱 나왔다. 왕돈가스와 모둠 가스를 시켜서 먹었는데 맛은 학교 앞 분식 맛. 기름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좋지 않은 기름이어서 그런지 먹고 나서 속이 니글니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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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버스를 타고 정든 숙소인 토요코인 해운대 2를 찾는다. 해운대해수욕장 역에 내렸을 때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해운대와 그 옆의 풍경들이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정겨웠다.


이번 부산여행..

그동안의 부산여행과는 다른 마음으로 출발했었다. 아이의 근심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고, 아이와의 교감을 증폭시키고 싶었던 과거 여행과는 달리 이번엔 뭔가 캐내고 싶고 분석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 동안 둘이 온전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의 마음은 첫 여행을 떠날 때의 마음과 같아졌다. 이 순수한 아이가 하는 행동은 속되지 않은 그만의 이유가 있는 것이며, 왜곡돼서 해석하는 건 바로 나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은 내게 달린 것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은 것이다.


사람은 왜 끊임없이 깨달아도 또 과오를 범하고 깨닫기를 반복하는 것일까? 모든 불온한 감정은 하늘에 띄워 보낸 채 온전히 이 아이와 함께 있고 싶다. 그냥 함께 웃고 즐기며 자연스럽게 즐기는 이 시간이 좋다.


'난 아마 네가 그냥 너무나도 좋은 것 같다. 너도 그런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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