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캡처 변성우 Jan 02. 2019

운전석에 앉을래요?
​조수석에 앉을래요?

자신의 삶은 누구에 의해서 결정되어지는가 

아버지 옆 자리에서 마냥 몸을 맡긴 순간이 있었습니다

제 영역이 아니었기에

핸들을 돌리시는 아버지의 손에만 저의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우측으로 돌리면 우측으로 가고

좌측으로 돌리면 좌측으로 움직였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오직 그냥 앉아있는 것 뿐이었습니다


분명히 몇번을 지나왔던 길임에도

갈때마다 새롭습니다

어렴풋이 떠오를 듯 하면서 기억에서 사라지는 현상은

기분탓일까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던 그 곳은 자동차의 조수석입니다


조수 역할도 하지 않는데

왜 조수석이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운전석 옆 조수석입니다


성년이 되어 드디어 제가 앉은 자리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조수석에 앉는 횟수보다는 운전석에 앉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녀석은 '긴장'입니다.

시선이 항상 머물던 아버지의 핸들에는 이제 저의 손이 놓여져 있습니다

놓으면 돌아갈 것 같아 손에 땀이 나도록 꽉 웅켜쥐어봅니다

다른 차들은 그저 제 갈길 가고 있을뿐인데

저한테로 돌진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바로 옆자리이지만

조수석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운전석에서 마주하는 세상은

확연히 다릅니다


조수석에서는 '산만함'과 마주합니다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립니다


운전석에서는 머리카락이 곤두설만큼 '집중력'이 살아납니다

창문을 뚫을 듯 바로 앞에 놓여진 세상에 집중합니다


조수석에서는 멍하니 앉은채 손발 위치 그대로 '생각'에 잠깁니다

몸이 움직이지 않기에 무념무상에 세상과 마주합니다


운전석에서는 손과 발이 부지런히 '행동'합니다

몸의 쉴새없는 움직임에 머릿속은 명확한 목적지로 가득채워집니다


조수석에서는 그저 누군가에 의해 보여지는 세상이 '구경' 되어집니다

구경하는 세상이 아니라 구경되어지는 세상이기에 자신의 삶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운전석에서는 가고자 하는 그곳을 향해 수많은 '전환'이 일어납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 마주하는 세상이기에 모든 것이 자신의 삶에 들어옵니다


자신은 과연 어디에 앉고 싶으신가요?


운전석에 앉을래요?
조수석에 앉을래요? 






매거진의 이전글 편안함의 각도 15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