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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Jul 31. 2021

일본 백신 근황

닛케이 비즈니스 리뷰(2021.07.12)


 현재 일본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백신이다. 주변에서는 누구는 예약이 가능했고, 누구는 벌써 맞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마치 안부인사처럼, 백신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모든 대화는 예약의 어려움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끝난다.

 나의 주변 20대는 백신 접종 후순위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이지만, 일본 자체의 백신접종률은 나쁘지 않다. 물론 OECD 국가들에 비하여 크게 뒤져있지만 7월 31일 현재 백신접종률은 27%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7월 초만 하더라도 12.6%(7월 2일)로, 경제 규모가 다른 터키, 멕시코, 브라질보다 낮았다. 그리고 최근 들어 백신 접종은 정체되기 시작했다. 올림픽, 델타 변이의 확산 등, 확산의 리스크 요인은 늘어나고 있지만, 접종 속도는 그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일본 정부에 있다. 구제적으로는 책임감 회피의 태도, 전략의 부재, 그리고 규제이다. 사회학 시간에 배우던 관료주의 폐해의 전형적인 문제점들이다. 어쩌면 이번 코로나 19 사태는 일본 정부가 갖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들을 노출시킨 하나의 계기였다.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응하는 일본 정부의 행동들을 통하여 일본 정부의 특징들과 그 문제점들, 그리고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책임감의 회피


 일본의 낮은 접종률과 예약이 힘든 가장 큰 원인은 책임감 회피이다. 책임감 회피로 인한 문제는  백신의 전달체계와 공항 검역의 단계 2군데에서 일어났다. 일본의 경우 초기 정부는 백신 접종을 지자체에, 지자체는 개별 병원에 일임했다. 책임소재와 행정처리 또한 결국 점점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백신이 들어오기 시작한 결국 4~5월에는 본인의 주치의(かかりつけ医)에게서만 백신을 맞을 수 있었지만, 그 누구도 주치의의 정의나 규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정하지 않아 초기에 혼선을 빚었다.

 공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공항에서 모든 것을 막는다” 의 태도로 엄격한 입국규제를 실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서도 구멍이 생긴 것이다. 일본은 현재 입국자를 대상으로 위치정보와 건강상태 확인을 위한 어플 설치를 요구한다. 그러나 현재 그 어플을 관리하는 주체는 아무도 없다. 후생 노동성은 공항 검역소를 지목하고, 공항 검역소는 후생노동성을 지목한다. 그러는 사이, 어플을 통해 위치정보가 확인 가능한 개인은 전체 입국자의 13%, 어플에 등록된 메일을 통해 매일 건강상태를 보고하는 사람은 전체 다운로드 수의 16%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처참한 실패가 아닐 수 없다.



#장기 계획의 부재


 일본 정부는 백신 공급과 관련하여 장기적인 전략이 부족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의 채널은 다양해졌지만, 오히려 백신 접종률 상황 및 접종에 필요한 인원의 일원화된 관리가 불가능해졌다. 앞서 말했듯이 일본 정부는 초기에 백신 접종을 지자체에, 그리고 지차체는 개별 병원에 접종의 책임을 전가했다. 결과 접종률은 정체되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급하게 자위대를 통한 대현 접종센터를 설치하고 직장 접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서 현장에 필요한 인원의 충당이 우선 어려워졌다. 접종계획이 장기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다 보니, 필요한 의사, 간호사의 충당이 어려워져, 일부 지자체에서는 웃돈을 주고 의사를 모집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또한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각 채널 간의 정보 공유 및 예약 시스템의 공유는 불가능해졌다. 카카오톡이나 왓츠앱을 통해 잔여백신을 예약하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이다. 일본 정부가 사전에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백신 접종을 진행했다면, 지금의 혼란과 더딘 접종 속도는 피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쓸데없이 강한 규제


 마지막 요인은 일본 정부 특유의 규제이다. 일본인은 안전성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이유로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규제 강화는 결국 백신 개발과 도입의 지연으로 이어졌다.  백신 규제의 유명한 사례는 곤충세포를 원료로 이용한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 실패이다. 일본의 한 제약회사는 2017년 기존의 달걀이 아닌 곤충세포를 원료로 이용한 인플루엔자 백신의 승인을 요구했다. 이미 2013년 미국에서 같은 기술이 미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기에 안심하고 있었지만 결국 일본 후생노동성을 “불가” 판정을 내렸다. 안전성이 의심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미 여러 과학적 실험 결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타국에서 승인을 받은 기술도 일본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백신 또한 이러한 이유로 도입 자체가 늦어졌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각 제약사에 일본 도입에 대하야 일본에서의 임상시험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한다. 이미 해외에서 수만 명 규모의 대규모 임상시험이 이루어진 백신을 대상으로 불과 수백 명의 임상시험을 실시하기 위해 백신의 접종이 수개월 늦어진 것이다.



 책임감 회피와 장기적인 전략의 부재, 그리고 규제만능주의는 어쩌면 단순히 옆 나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관료주의 조직이라면 어디에서나 나타나기 쉬운 문제점들이다. 이 문제들을 단지 웃음거리로 삼는 것이 아니라, 조직 실패의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정부조직은 과연 이러한 실패가 일어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민간 기업 또한 위기관리에 대한 조직의 실패라는 관점에서 이를 본다면 유의미한 성과가 있을 것이다.


출처: 닛케이 비즈니스 2021년 7월 12일 2099호, 특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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