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56
첫맛은 시큰둥했지만 자꾸 생각나는 그 맛
뭔가 가볍게 먹고 싶은데, 대충은 먹고 싶지 않은 날이 있지요?
간단한 음식이지만 알찬 음식을 먹고 싶은 날이에요.
이런 날에 찾아가기에 딱 좋은 맛집인데요,
63년 전통의 Go르고 Go른 맛집, 고고 맛집 '중앙 모밀' 소개드립니다.
★ 어떻게 알게 되었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남포동이나 중앙동에 일 보러 가시면 당연히 찾아가는 국숫집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요.
젊었을 때부터 찾았던 집이라 옛 추억과 맛을 떠올리며 꼭 찾아가신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맛이 있을까 기대를 하고 지인들과 찾았는데요,
'중앙 모밀'의 첫 기억과 연결된 단어는 '밍밍하다'였어요.
부산 쪽 음식은 주로 얼큰하거나, 맵거나 등등 강한 맛이 주를 이루는데요,
뭔가 화끈하게 다가오지 않아서 아쉽더라고요.
그런데요, 그게요, 참 이상하게도, 맛이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부드러운 메밀국수 면발이 입 안에서 사르르 감기면서 넘어가는 느낌이 생생하고요,
육수의 들큼한 맛이 묘하게 매력적으로 각인이 되어 있더라고요.
이후 두 번째로 찾게 되고, 세 번째로 찾게 되고...
어느덧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 '중앙 모밀' 쪽으로 가게 되면 꼭 들르게 되었지요.
★ 어디에 있나?
남포역에서 데파트 뒷길인 중앙동 가로수길로 가셔도 되는데요,
실수 없이 찾으시려면 중앙역 1번 출구에서 출발하시는 게 좋아요.
중앙역 1번 출구로 올라오시면 국민은행이 보이는데요,
옆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한 블록 지나면 2차선 도로가 나오는데요,
당황하지 마시고 직진해서 쭉 올라가세요.
백산 기념관 가는 길이기도 한데요, '중앙 모밀' 간판이 보입니다.
Since 1956.
1956년부터 계속 있었던 식당이라니... 그때 그 시절은 어땠을까?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기도 하네요.
이런 오래된 가게들이 계속 우리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겨봅니다.
★ 어떤 음식이 있나?
인식하지 못했는데요, 사진을 보며 확인해 봅니다.
차림표! 참 정겨운 단어네요.
메밀국수와 우동이 주 메뉴이고요, 오뎅탕, 유부초밥, 김초밥도 있어요.
★ 분위기가 음식의 실체적 진실은?
가게 안에 들어서면 이런 깔끔한 분위기입니다.
오른쪽 벽면으로 좌식 테이블도 있어서 편하게 앉을 수도 있어요.
테이블도 매우 깔끔합니다.
주문을 하면 육수와 간장, 단무지가 나옵니다.
육수 그릇과 간장 종지에 앙증맞게 찍어 올려놓은 겨자 보이시나요?
화룡점정이라고나 할까요? 밋밋한 국수와 들큼한 육수로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맛을 알싸한 맛으로 콕 정리해주지요.
곧이어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요,
하나씩 살펴볼까요?
야들야들 부드러운 메밀국수입니다.
음... 보기만 해도 저절로 소화가 되는 느낌이 드는 '위 부담 제로' 국수입니다.
면만 먹으면 뭔가 아쉬워서 항상 초밥을 같이 시켜요.
유부초밥과 김초밥이 반반씩 나오는 초밥세트입니다.
이제 발에 올려져 있는 메밀국수를 살짝 들어 올려서
겨자를 푼 육수에 담가 휘저은 후에 한 입에 넣으면...
'아하, 이래서 나이 지긋이 드신 분들이 끊임없이 찾아오시는구나' 생각하게 되지요.
정직한 김초밥도 놓칠 수 없지요.
꾸밈없이 재료 맛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김초밥이에요.
유부초밥도 요란하지 않은 순수한 밥맛이 인상적이에요.
가끔은 특별하게 냄비우동을 주문하기도 하는데요,
시원한 굴 우동을 좋아해요.
통통한 굴과 어울리는 우동 면발이 끝내줍니다.
오래된 집이라고 해서 다 맛집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 곳 '중앙 모밀'을 찾으면 '이래서 전통 전통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끌벅적한 자갈치 시장과 사람들로 빼곡한 깡통 시장 등등 강렬한 남포동 여행을 하시다가 '중앙 모밀'에서 부드러운 부산의 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63년을 이어오고 있는 Go르고 Go른 고고 맛집 '중앙 모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