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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by 들국화

행복한 날에는 시를 쓰지 않게 된다

때 아닌 것들에게 마음을 빼앗기기 좋은 날씨다

빗길 밤 운전은 아무리 해도 서툴고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 탓이다

잠을 쫓으려고 마신 잘 마시지도 않는

오늘의 커피가 심장을 격하게 뛰게 만든 탓이라는 이야기다

오지 않을 것들은 오고 와야 할 것들은 오지 않는 것이 닲다

방울 토마토 한 팩을 쥐어주고 나는 조립하는 장난감 두 상자를 들고

마트를 나오던 날에 창 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 역시 봄비라면 봄비다

때 아닌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기 좋은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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