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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담자 P Jun 29. 2020

선한 영향력의 진정한 뜻, 그리고 나의 신념

Sympathy(동정심)이 아닌 Empathy(공감력)

나는 사실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기분이 나빠진다. 영향력하면 자꾸 권력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정치인들이 떠오른다. 'influence'... 가치가 개입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서 가끔은 영어 단어를 보는 게 마음이 더 편할 때도 있다. 


꼭 누군가가 생각나서가 아니더라도, 영향력이라는 단어는 내게는 그다지 좋은 어감은 아니다. '(좋은/나쁜) 영향을 주다(끼치다).' 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영향이라는 단어는 그래도 중립적으로 사용되는데 '영향력'은 '영향력을 행사하다'라는 형태로 자주 붙어서 쓰이다보니 단어에 더 거부감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영향력이라는 단어에서는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상대적으로 더 가진 자,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자, 더 많이 알고 있는 자가 그렇지 못한 자에게 자기 의지와 반하게 어떤 행동을 하게 하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모습... 또는 현재의 상태가 부정적이어서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더라도 거기에 머무를 수 밖에 없게 하거나, 반대로 현재의 상대방을 억지로 변화시키는 거다. 


그러다보니 저 단어 자체가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율성을 엄청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러다보니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내 자율성을 침해하고 나를 좌지우지하는 위협적인 힘'으로 바라보게 되는 듯 하다. 비슷한 느낌으로 권력이라는 단어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나중에 나이가 들더라도 권력이나 명예를 거머쥔 리더보다는 서번트 리더십을 잘 실천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크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낮아질 줄 아는 게 사실 제일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를 않기에 오늘은 글을 쓰는 김에 영향력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내 선입견을 좀 털어내야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생각에는 아래의 정의가 그래도 가장 적절하고 담백하다고 느껴진다.

"어떤 수단을 사용하여 상대의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하거나 그대로 유지시키려는 경우 그것이 어느 정도 성공할 것인지를 나타낸 힘의 양(amount)"


그렇다면,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는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영어로 Positive influence, Good influence를 직역한 걸까? 어쨌든 한국어로는 어쩐지 '선함'과 '영향력'이라는 두 단어가 서로 배치되는 느낌이다. 영향력이라는 단어 자체는 타인을 통제하고 조종하려는 단편적인 인상을 주지만, 거기에 '선한'이라는 단어를 붙이니 뭔가 의미가 확 달라지면서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랄까. 서로 배치되는 듯한 낯선 단어의 만남은 참 새롭고 뜻깊다. 책 제목 중 하나인 '오래된 미래'도 떠오른다. 


음, 나는 개인적으로 선한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싶다.

'당사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또는 행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만들 수 있는 힘



어떤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영향력이 없으면 리더가 아니다. 리더라면, 다른 사람들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다른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선한 영향력을 갖춘 사람은 자기 혼자서 모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일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다보면 나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행동들이 곳곳에서 일어날 거다. 그런 행동들이 또다시 크고 작은 선한 영향력이 되어 또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거고... 그렇게 다수의 동심원 파동이 퍼져나가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좀 더 나은 곳이 되지 않을까... (체질 개선)


개인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뜻대로 누군가를 통제하고 조종해야겠다는 생각이나 어떠한 종류의 이득이나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이 없었으면 좋겠다. 누가 하지 않아도 나는 그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공공선을 목적으로 두고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모습이 나는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로 명예나 부가 따라온다면 함께 기뻐하며 축하의 박수를 쳐줄 일이다. 다만 처음부터 그런 결과적인 이득만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시작하지는 않길 바라는 거다.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서 세상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바라며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찾는 것. 



그리고 내가 나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타인의 자율성(하거나 하지 않을 권리)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진정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자격이 있지 않나 싶다.


그 행동에 다른 검은 목적이 있다는 게 드러나거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는 그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누군가를 '옳지 못한 사람', '지탄받아야 할 사람'으로 낙인찍으며 그들에게 죄책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선한'이라는 형용사는 떼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겸사겸사 생각나는 책 내용이 있어서 오늘은 그 내용도 함께 소개해본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이라는 책인데, 그 중에 오늘의 글과 관련되는 부분만 발췌.


[전세계적 슬로건, 공존과 공생]


사회는 일시적으로 선·악에 대한 분별력을 잃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항상성을 기반으로 선한 영향력의 편을 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선한 영향력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감력이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이해하는 공감력이 있어야 영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거래는 이익을 위해 싫은 일을 억지로 행하는 것이고, 희생은 이익을 바라지 않고 힘든 일을 행하는 것이며, 헌신은 이익을 바라지 않고 힘든 일을 기쁜 마음으로 행하는 것으로. 헌신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최고 단계의 감정이다.


사람은 가능하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역할을 맡는 것이 좋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든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개발자든 사회운동을 하는 사회사업가든. 비단 정치가가 아니어도 사회나 개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론 이때의 영향력은 반드시 선한 영향력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선한 영향력의 정의는 무엇일까? 단지 타인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함으로써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선량함의 근원에는 두 가지 핵심기제가 작용하는데, 하나는 sympathy(동정심)이고 다른 하나는 empathy(공감력)이다. 


(중략)


[독존이 아닌 공존을 위한 영향력]


우리는 흔히 '값싼 동정'이라는 표현을 쓴다. 인간은 자존감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며,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 역시 자존감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타인의 자존감에 대한 인정, 내가 아닌 그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같은 눈높이에서 상대의 마음이 되어 진심을 보이는 것, 이것이 empathy다.


영향력은 바로 이런 마음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이를 가리켜 '선한 영향력'이라고 부른다.  (중략) 


내가 행사하는 작은 영향력은 이렇듯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내 가게에서 빵을 훔친 아이에게 빵 하나를 더 들려서 보내는 작은 선의, 내가 키보드를 두드리며 악플을 다는 작은 행위 하나가 기적이 되기도 하고 살인이 되기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선한 영향력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중략)


적극적인 자유의지와 강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나의 그것만큼 타인의 자존감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empathy다. 우리 모두가 독존이 아닌 공존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바로 empathy인 것이다.




"empathy를 바탕으로 한 선한 영향력은 장기적으로 승리하게 되어있다."

이 신념은 내가 해오고 있는 모든 것을 지속해나가는 데 참으로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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