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겐 관심법이 없어요.
"나는 네가 쓰고, 말한 것만 봐"
관심법이란, 궁예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 초능력으로, '볼 관(觀), 마음 심(心)', 즉 남의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렇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내면을 읽어내는 능력이 없, 아니 읽어내면 안 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인터뷰에서 있었던 일이다.
“저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이러이러한 자료를 작성하고 (블라블라).”
“그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네? 아, 그러니까 MS Word나 Excel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블라블라).”
면접관은 그제야 적기 시작한다.
정확한 워딩은 다르지만 실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면접관의 체크리스트에 ‘MS Office’ 항목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Word 문서 작성이나 Excel 수식 사용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면접관에게는 관심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간혹 느슨하거나 배려심이 있는 면접관은 보충 질문을 해주기도 하지만, 융통성이 없거나 보수적인 성향의 면접관이라면 가차 없이 항목에 비체크를 할 수 있다.
이 상황을 응용해 더 살펴보자.
A: 재무제표 작성
B: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검증한 뒤 재무제표 작성
위와 같은 두 개의 답변이 있다고 치자. 사실 두 사람의 실무 경험은 비슷할 수도 있지만, 면접관은 두 번째 답변에 더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두 번째 답변에는 점수를 더 줄 수 있는 ‘키워드’(데이터, 분석, 검증...)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는 영어 회화 시험(토익 스피킹, 토플)과 비슷하다.
그럼 키워드는 어디서 찾을 수 있냐고? Job Description에 힌트가 있다. 주공무원 채용 공고에는 반드시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명시되어 있으니, 지원서 작성과 인터뷰 준비 시에 이 내용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Job description의 내용을 완벽 이해 했다면 반이상 성공한 것이다.
초고속으로 시리즈를 옮겨가며 승진한 친한 동료가 말하길,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 혹은 할 수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바로 '키워드'를 잘 넣어서 '있어 보이게' 말하는 것이라고. 일머리가 있는 친구라 새 자리에서 빠르게 적응해서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충분히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을 만큼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능성이 없는 말은 아니다. 그만큼 '키워드'를 넣어 '자세히 풀어쓰는 게' 중요하다 정도로만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