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하는 순간, 행복을 찾는 시간
문득 샤워를 하면서 희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해.
따뜻한 물줄기가 온몸을 타고 미끄러지듯이 흘러내렸다. 추위에 닭살까지 돋았던 몸이 따뜻하게 덥혀졌다. 새로 산 바디워시 냄새는 긴장된 마음을 풀어줬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거품이 잘 나는듯했다. 갑자기 음악이 듣고 싶어 휴대폰에서 어플을 실행했다. 조용하게 흐르는 피아노 반주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했다.
언제 가장 행복하느냐는 질문에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사는 게 바빠 행복을 찾을 기회도 없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무언가가 우연히 희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순간은 있어도, 그게 행복이라고는 느끼지 못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은 자신을 돌볼 때였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할 때. 물론 그 무언가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샤워를 하고, 잠을 자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모두 그녀를 위해 하는 것들이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집중할때면 제대로 사는 것 같았다. 그런 시간이 하루 중 얼마나 될까. 늘 누군가에게 맞춰 살아가고 있었기에, 오로지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은 부족했다.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을 때 오히려 평온했다.
어떤 질타도, 걱정도 없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그녀의 생각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먼 우주까지 뻗어 나가기도 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었다. 누구도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이 위로가 되고, 내일을 살아갈 양분이 되었다. 희수는 언제나 마음이 쓸쓸하거나 슬플때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그걸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