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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Mar 11. 2024

튤립구근 키우기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소녀

ⓒ hyo. 우리 집 튤립, 살몬 임프레션
ⓒ hyo. 우리 집 튤립, 살몬 임프레션



언젠가부터 튤립이 좋았다. 아마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는지 모른다. 초록의 기다란 잎사귀 사이에서 고귀하게 피어나는 한 송이의 꽃망울.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봄이 오면 튤립을 사서 화병에 꽂았다. 금방 질 것을 알면서도 몇 송이 되지 않는데도 화병을 풍성하게 만드는 커다란 존재감에 마음을 빼앗겼다.


많은 이들이 식집사를 자처하며 집 안에 다양한 식물을 들인다. 식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와 안정을 준다. 내가 보살펴야 하니, '키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정작 자라는 쪽은 나다. 그들은 언제나 부족한 나를 가르치는 삶의 스승이 된다.


튤립 구근을 사서 화분에 심어보고 싶었다. 그럼 더 오랫동안 튤립을 볼 수 있으니 나의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구근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창에 '튤립 구근'을 적었다. 수없이 많은 구근들이 눈앞에 쏟아졌다. 튤립의 종류는 너무나도 다양했다. 살몬 임프레이션, 캐서리나, 뷰티오브아펠도른, 카니발데나이스... 꽃의 형태와 색감은 구근의 종류를 고르기 어려울 만큼 모두 아름다웠다. 총 네 가지 종류를 고르고, 다섯 개씩 구근을 받아 총 스무 개의 구근을 화분에 나눠 심었다.


구근은 종류에 따라 생김새가 달랐지만, 튼튼해 보였다. 조금 늦은 감이 있게 구근을 구입해서인지, 새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튤립 구근 심는 법'은 인터넷에 수도 없이 나와 있었지만, 며칠 전 스치듯이 읽은 튤립 구근 심는 법이 생각이 나서 무작정 큰 화분과 작은 화분 몇 개 준비했다. 물론, 식물을 죽였거나, 분갈이를 했거나 집에서 놀고 있는 화분이었다.


집에는 큰 화분이 세 개나 있었는데, 구근을 다섯 개씩 한 화분에 심어줄 생각이었다. 바닥에 흙을 깔고, 배수가 잘 되게 흙을 사뿐히 눌러줬다. 그다음, 구근을 심고 흙을 덮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흙을 정말 많이 덮었다. 화분이 커서 가능했던 방법이었다. 나머지는 작은 화분에 1개씩 심었는데, 화분이 작아 구근을 1/3쯤 흙으로 덮어 심을 수밖에 없었다. 구근을 심고 나서는 얼른 쑥쑥 자라서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다 우연히 '튤립 구근 심는 법'에 대해 쓴 블로그 글을 보게 되었는데, 화분에 심을 때는 구근을 1/3만 덮어서 흙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 마이... 갓! 작은 화분에 심는 방법만 맞았고, 흙 속에 깊이 묻어둔 구근을 다시 파헤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대로 두면 구근이 썩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본 방법은 노지에 심을 때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동물들의 파헤침을 피하기 위해 구덩이를 파서 흙을 많이 덮어주는 방식이었다. 할 수 없이 화분 한 개를 구근이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파헤쳐서 다시 심고, 다른 하나는 흙을 많이 걷어줬다. 마지막은 그냥 둬보기로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파헤쳐서 심은 화분의 새싹이 가장 빨리 자랐고, 심은지 한 달 만에 혼자 꽃까지 피웠다. 바로, 사진 속 새초롬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분홍색의 꽃, 살몬 임프레션이다. 흙을 많이 걷어낸 튤립도 흙을 뚫고 나와 쑥쑥 자라고 있는 중이다. 다만, 흙을 걷어주지도 않았던 튤립은 올라올 기미가 없어, 뒤늦게 구근을 흙에서 파냈다. 구근에 곰팡이가 피고 있었다. 더 일찍 꺼내서 다시 심어줄걸 싶었다.



ⓒ hyo. 우리 집 튤립, 살몬 임프레션




튤립은 해를 보면 활짝 입을 벌린다. 화창한 날엔 꽃봉오리가 두세 배는 더 커진다. 밤이 오면, 다시 입을 다물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을 숨긴다. 튤립은 백합목 백합과의 구근초로 외떡잎식물에 속한다. 꽃말은 사랑의 고백, 매혹이라고 한다.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 빠져드니, 매혹적인 자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튤립 구근은 12월부터 식재를 시작한다. 봄꽃이지만, 꽃을 보기 위해서는 겨울부터 바지런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4~5월까지 꽃이 피는데, 여름철에는 구근을 캐서 보관하고, 겨울이 오면 다시 심을 수 있다. 꽃이 진 다음에도 잎이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비료를 줘야 구근이 튼튼해진다.


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튤립은 베란다에서 키우는 것이 정석이다. 볕을 쐬지 못하면 웃자랄 수 있고, 구근 식물이라 물을 어느 정도 보관하고 있다. 조금은 건조하게 키우는 것이 좋다.



ⓒ hyo. 우리 집 튤립, 살몬 임프레션



싱그러운 잎사귀와 우아한 꽃망울, 지금은 몇 송이가 더 피어서 그들의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시간을 내서 사진을 몇 장 더 찍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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