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효정 Apr 25. 2024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까?

프리랜서가 사는 방법



나이 들수록, 직장생활의 영역에서 벗어날수록, 혼자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다.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시간이 예전에는 그렇게도 싫었는데, 요즘은 가끔 그립기도 하다. 어떤 때는 내가 만든 나의 고립이 우월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다른 때는 불안하고 초조하기도 하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어서, 불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기분 좋은 감정은 아니니까.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결혼 후 여자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많은 여자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자의든, 타의든 하던 일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게 세상에는 아이와 단 둘이 남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는데, 현실적으로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세상이라 아이를 누군가의 손에 맡기고 여자는 다시 자신의 일을 찾아간다. 물론 모든 여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아이는 없지만, 아이만큼 사랑하는 강아지가 있다.

누군가는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강아지와 함께하기 위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프리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우리 집 강아지 푸디는 남편과 내가 출근하면 15시간 이상을 혼자 있어야 한다. 나는 야근이 많은 직업이라, 회사에 다닐 때면 늘 불안하고 초조했던 것 같다.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늘 푸디의 일상을 지켜보곤 했는데, 너무나도 따분하고 지루해 보였다. 하루종일 자는 것 밖에 없는 푸디의 삶...


그래도 아직은 돈을 벌 수 있는 젊은 나이라 일을 하는 게 당연했다. 커리어를 포기하기도 싫었다. 회사에서는 나름 인정받고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푸디의 수술과 재활로 인해 무엇을 선택할 여유조차 없었다. 다행히 내가 프리랜서를 할 수 있는 직업이란 걸 감사하게 생각했다.


프리랜서로 산다는 건 가족에게는 정말 잘한 일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푸디와 함께 산책할 수 있고, 중간에 푸디의 간식을 만들어 먹일 수 있다. 간식을 먹고 편안하게 잠든 푸디의 얼굴을 보면, 내 선택이 헛되지 않음을 느낀다. 게다가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남편에게도 나의 선택은 어쩌면 한줄기 빛이 되었을 것이다. 내조란 별다른 것이 없다. 그저 집안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하는 것, 퇴근 후 편하게 쉴 수 있게 하는 것. 그거면 된다.



천사같이 착한 푸디와 그래도 내 걱정을 우선해 주는 남편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프리랜서의 삶은 가끔 불안하고 불편하다. 직장을 다닐 때는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아무리 일을 잘해도 보상이 좋거나 승진을 꿈꿀 수 없다. 달콤한 휴가도 없고, 보너스도 없다. 그저 하는 만큼 돈이 들어오고,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다음 달 카드값 걱정을 해야 한다. 게다가 제때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입금 확인 재촉까지 해야 하는... 꽤 불편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경비처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다녔으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들이 몇 날 며칠을 지지부진할 수 있다. 그리고 프리랜서에게 오는 일들은 대부분이 까다롭고 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전문가가 되지 않고서야 프리랜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곤 한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일해온 사람이라, 나는 내가 일을 잘한다고 자부했지만, 난감한 상황도 닥친다. 그래도 무조건 해내야 하는 것이 프리랜서라는 명패다.




혼자서 일을 하거나 푸디와 산책하는 게 대부분의 내 일상이다.

푸디는 지나칠정도로 사람을 좋아해서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눠야 직성이 풀린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때도 있지만, 가끔은 아닌 사람에게 다가갈 때도 있다. 그의 반응을 보고 리드줄을 당기는 등의 나름의 조치를 취하지만, 내 마음에는 또 하나의 생채기가 생긴다. 아이처럼 키우는 강아지라 그런지 사람들의 안 좋은 한 마디에도 예민해진다. 이런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하면, 그냥 무시하라고 하지만 그건 그냥 하는 말이다. 직접 당사자가 아니니 할 수 있는 말. 많이 무던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날은 칼날을 세우고 있는 내가 낯설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지치기했었던 것 같다.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건 나도 그만큼 미성숙한 인간이라는 것일까?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그들만의 생각이나 사정이 있다고 여기면 될 부분인데 이해를 못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상대방 무안 주는 말을 잘 못한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도 그렇지 않냐고 되물을지도 모르지만, 생각보다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사실 어떤 말 한마디로 인해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은 삼가라고 말해주는 것이 그를 위한 일일까. 아니면, 조금씩 내 바운더리에서 그를 밀어내고 가지치기를 해 버리는 것이 좋을까. 나는 늘 후자를 택했던 것 같다. 굳이 얼굴 붉혀가며 내 마음을 꺼내 놓는 것보다 안 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고 보면 나는 회피형 인간인가 싶기도 하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내 이십 대를 보냈던 지역이 모두 달라서 그런지 친구들은 대부분 뿔뿔이 흩어져 있다. 게다가 이젠 대부분 아이 엄마가 되어 바쁜 일상을 보낸다. 원래 누군가와 잘 연락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나와는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달라서 공통분모를 찾기도 어렵다. 그렇게 친구들도 멀어지고, 직장 생활하면서 친했던 사람들과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가끔 만나서 식사를 하는 자리도, 나이 들어서 그런지 귀찮아졌다.



이대로 이렇게 지내도 괜찮은 걸까? 프리랜서라도 직업상 취재를 하는 일이 있어서, 그때 잠깐 사람을 만나는 게 전부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동네 아주머니나 아저씨, 그리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잠깐의 인사를 나누는 것. 그 정도가 지금 일상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다.



생각해 보니, 지금 나는 일 외에 어떤 활동도 하지 않고 있고, 취미도, 배움도 없다. 조금은 불안하고 무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 하나는, 지금 프리랜서로 하는 일이 많지 않아서 이런 여유로운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바빠지면 또 일에만 얽매여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겠지. 그러다 일이 좀 없어지면 불안하고 외로워지는 이런 악순환을 계속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자꾸 어리석어지는 것인가 싶다. 몸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도 못지않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초보 프리랜서는 오늘도 방황하는 하루를 보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