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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애 Mar 06. 2017

반짝반짝 빛나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너   

힘든 일요일이 저물고, 쉬지 않고 일 한 탓에 피로가 몰려왔지만 수민이가 나왔을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각나서 새벽 1시에 다시 보기로 시청을 했다. 연예인 기획사로 출강을 다니면서 꽤 많은 연습생들과 수업을 했고, 그중 데뷔를 해서 스타가 된 친구들도 여럿이다. 모두 다 매력적이고 사랑스럽고, 대단한 노력파들이라서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브라운관을 통해 그들의 연기, 춤, 노래를 보고 있으면 다시는 만나지도 볼 수도 없을 것 같아서 문득문득 그리움이 목까지 차오른다. 그래도 뭐, 그들이 꿈을 이뤘다는 것이 중요하니깐. 그렇게라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는 생각도 들고, 옛 추억이 떠오르면서 나만 아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는 했다. 별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한 법이니깐!


반짝반짝 빛나는 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범벅이 되어 하얀 티셔츠에 잿빛 얼룩이 생겨도 구슬땀을 닦아가며 밝게 웃었다. 숨이 머리 끝까지 차올라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갈 것 같은데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90도 인사를 해야만 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참 불편했지만 한 편으로는 꿈을 향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초인적인 힘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수업시간에는 또 얼마나 열성적이던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손을 들어 "저요! 저요!" 하는 통에 누구에게 발언 기회를 줘야 하는지 멈칫 멈칫했야만 했다. 나는 그들의 생각과 말이 참 그들다워서 연신 "그래. 맞아. 그렇지!" 하면서 맞짱구를 쳐주면서 음악에 장단을 맞추듯 참 즐거워했다. 세상에 정답은 없으니깐. 자신의 가치와 신념 그리고 욕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그들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타인의 생각도 옳다는 것을 인정하는 법도.


그중 수민이는 유독 눈길이 가는 아이였다. 맑고 투명해서 자꾸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그런 아이. 바쁘고 힘들어도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책을 미리 읽어오고, 그 당시 유학을 다녀온 탓에 한국말이 조금 서툴렀지만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 위해 신중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아이. 그리고 배려심도 많고 따뜻한 아이였다. 나는 수민이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간혹 춤을 추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적은 있었지만 모두 다 춤 실력이 뛰어나서 역시 연습생들은 다르구나 했을 뿐. 그런데 이번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수민이의 노래 또한 신중하고, 명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희열 심사위원의 말처럼 수민이의 목소리는 정교하게 다듬어 완성시킨 것처럼 귓가에 선명하게 전달될 뿐 아니라 그 울림이 마음까지 와 닿는다. '찌릿찌릿 감전되는 목소리가 이런 거구나!' 나는 무대를 응원하며 늘 환호했다. 그리고 기뻐서 눈물을 흘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감동을 주는데, 만약 내가 수민이를 몰랐어도 응원했을 것이다. 자신만의 매력을 아낌없이 발산하는데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미 알만큼 알고 있는 나라서. 얼마나 생각이 깊고, 얼마나 맑은지, 얼마나 배려심이 많고 따뜻한지. 모두 알고 있는 나라서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너무 예쁘고, 또 예쁘더라. 그런데 그런 수민이가 오늘은 많이 지처보이고, 정말 힘들어 보여서 참 마음이 아팠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3주 간격으로 매번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실력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래야만 12살 때부터 꿈꾸던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그 누가 벅차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요령껏 꾀부리고, 대충하는 재주가 없는 아이라 강행군에 지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흔들림 없이 무대를 소화하는 모습 역시 감동이었다.


무대를 보면서 마음많이 아팠지만 문득 다른 기억이 떠올라 마음을 쓸어내렸다. 세명의 심사위원에게 모두 합격 카드를 받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소속사를 나와야 했고, 예전에 참여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터라 막막하고 불안했을 수민이는 "다시 무대에 설 수 없을 줄 알았는데.."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동안 많이 힘들었냐는 인터뷰에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아니요. 저 괜찮아요."라고 애써 웃었다. 나는 힘들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길을 잃게 될까 봐 무서웠다고 말하지 못하는, 수민이의 모습이 더 짠하고 마음 아팠다. 그래서 오늘, 힘든 모습도 지친 모습도 아픈 모습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수민이가 오히려 너무 자랑스러웠다. 온전히 모두 표현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감정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겨서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그런 모습을 응원해 주고 싶다. 


"괜찮아. 힘들 수 있어. 지칠 수도 있어. 그러니 애써 웃지 않아도 돼!"


사실, 생각해보니 이런 말은 처음으로 해주는 것일지도. 연예인에게 대외적인 이미지는 실존의 자아보다 중요한 법이니깐. 이미지만으로 평가받고, 이미지만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직업이니깐. 가면을 썼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숨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으리라.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지금도 그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수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대중의 감정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래서 찍어낸 듯한 천편일률적인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가수는 대중에게 감흥을 전해주지 못하는 법이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솔직하게 표현해야지 억압해서는 안 된다. 나는 수민이가 자신만의 세계와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무대를 선보일 때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가면을 쓰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이 더 예쁘고 아름답다고, 아무도 너의 감정을 비난할 자격 따위는 없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수민아. 세상에는 보고 있노라면,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들이 . 그리고 알면 알 수록 더 예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지.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야. 보고 있어도 더 보고 싶은 사람, 알면 알 수록 더 매력적인 사람. 네가 얼마나 예쁘고 멋진 사람인지 고 있..? 너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도 더 알 수 있어서, 나는 정말 기쁘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와. 뛰어오지 않아도 돼! 지름길이 아니라도 확신 있는 길을 찾아서 천천히 너 답게 오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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