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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활동가 유튜브라면

by 권영은

가끔 여행 유튜브를 해보면 재밌겠다 할 때가 있다. 주로 국제연대를 갈 때 만나는 이들 마주하는 장면들을 보면 세계테마기행에서 마주하는 사람과 행사나 유명 유튜브가 담아내는 장면 못지않다 생각한다. 가끔은 더 재밌을 수.


예를 들어 대만 아시아젠더평등 포럼에 참석한 우이노지즈코와 호텔 복도에서 만나 숙소에서 즐겁게 얘기 나누다 다음날 대만의 페미니스트 서점을 찾아가 서점 주인도 손님도 우리도 모두 신나 한 만남도... 나만 간직하긴 아까운 얘기이다. (자랑하고픈 이름들을 부러 빼며 글로 담아둔 지난 글도 있긴 하다)

안로브와 UN에서 만난 활동가들에게 UNDP 직원에게 반올림의 부채에 담긴 “투쟁”을 가르쳐주며 이것만 알면 한국에서 집회에 참여가능하다고... (영상 찍는데 쓱 지나가다 갑자기 끼어 V자 그린 이도 이름을 생략한다)

케이팝의 열기를 이어받아 열심히 ”투쟁“을 외치며 연대의 밤을 다지는 장면은 꽤나 유쾌했는데!

CCC 행사에 갔을 때 직전 인도 특보에게 파키스탄 의류 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던 활동가가 나를 보자 반가워하며 자신의 전통 드레스를 뽐내는 모습 또한 내겐 즐거웠다. 활동가의 강함과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랄까.

추석인데도 본가에 와서 연 영화 상영회에서 나눈 이야기도 참 좋았다. 산재 소식이 종종 있는 포항에서 보수적인 정치색이 강한 이곳에서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책방에 모인 이들의 얘기가 그 장면이 내게만 인상적일까. 짝꿍의 직장 동료인 법률 활동가가 우연히 영화를 보러 와 반가워하기도 하고, 간디학교 학생과 양육자 관심도 남다르고. 어둠 속에서 영화에 집중하던 우리들 멀리엔 아이는 영상을 보다 캐러멜 까먹다 졸고 말이다.

활동가 유튜브로 재미난 장면을 떠올리는 걸 보면 잘 쉬었나 보다. 추석 연휴 전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산에서 울던 나를 떠올리면. 그 장면 역시 유튜브에 담을 만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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