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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겨울겨울 그리고 봄

by 권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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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건책방입니다

드디어 오늘, 북토크 날입니다.

점심 맛있게 드시고 이따 2시에 만나 뵐게요

『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

출간 기념 최소연 작가와의 북토크


﹅ 일시 ⁑ 10. 25 토요일 낮 2시

﹅ 장소 ⁑ 비건책방 (제주 제주시 조천읍 선흘동2길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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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초등학교 차츰차츰 운동장 앞에서 문자를 받았다. 전날 비건 책방에서 사 온 책을 운동장에 누워 보고 있던 참이었다. 아이들이 운동장 앞에서 장기자랑을 하고, 빙 둘러선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선흘초등학교 가을축제 중이었다.

천 현수막은 축구골대에 달았다.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는 맨 앞 캠핑 의자에 모셨다. 오래된 나무 밑에선 가면 그리기 등 참여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린이는 뽑기를 해 솜사탕이 당첨되었다. 사더라도 500원이다. 떡볶이는 2000원. 어디 가도 못 사 먹고, 못 만나는 맛과 정이다. 텀블러를 빌려줘 집에서 가져온 커피머신으로 커피도 내려준다. 건강하고 맛있다는 선흘식탁에서 김밥을 샀다. 유부에 직접 절인 무가 과연 맛있다. 어제 산 돗자리에 누워 아이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하나씩 사 온다. 친근한 동네 주민 양육자들 사이 아는 이 없어도 전혀 부댖김 없이 즐겼다.

초록감 그냥 먹어도 되죠? 이름도 기억한다. 이름이 세 글자인 어린이 할아버지의 감이라고 아직 덜 익었다고 그냥 가져가란다. 마트에서 제주도 귤 등을 기념품으로 가기보다 제대로다싶다. 그 옆의 취나물은 이미 다 나갔다. 산자락에서 직접 따 말린 제주도 나물, 동네에 나누러 왔을 거다. 옆에선 군밤도 팔고. 그래도 달고나가 제일 인기다. 줄이 끊이지 않는다.

어머. 너희들 장사 참 잘한다. 안 살 수가 없네! 봄 햇살같이 훤한 최소연 선생님이 어지와 같은 오버롤 작업복에 머플러 하고 아이들에게 말건다. 그 옆에서 이미 도서관 만들기 위한 기금 마련 책 판매 가판에서 책을 골랐다. 오버롤과 딱 어울릴 파란색 체크 남방도 샀다. 아이들과 한참 이야기 하고 간다. 들고 있는 책이 생생하다 못해 그대로 읽힌다.

할머니를 만나기 전 제 인생은 봄-여름-가를-겨울겨울겨울이었어요! 이곳은 내내 봄이에요~ 북토크가 열리는 선흘그림작업장온 봄처럼 따뜻했다. 비건책방 사장님은 이 순간이 소중해 영상으로 기록했다. 빙 둘러앉은 할머니 그림 작가들은 허리를 꽂꽂이 세우고 맑은 얼굴 하시곤 부끄럽다 하셨다. 그림 그리기 전 일 다니느라 허리를 궂히고 다녔는데, 지름은 농부에서 화가로 전업하고 물감 마르기 전 그림 더 그려야 한다고 북토크 중 일어나시기도 했다. 내 잘 때 넌 책을 냈냐며 부러운 친구 할머니도 동참하고 마을 창고가 그림 창고로 바꾸고 보며 그리던 것에서 내 안의 무언가를 꺼내다 보니 이까지 왔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쑤다> 애순이가 나 같아 어여쁘고 애달프고 엄마 보고 싶고 괜찮다 나를 다독이고. 작업장이 전시실이다. 아이는 작품 앞에 돗자리 깔고 앉아 선흘가을축제에서 산 크레파스로 그림 그린다. 아이는 그림 얘기 들으며 색깔 책 만들었어! 라 한다. 엄마 따라온 큰 개 레오도 할머니 귤 맛있게 먹더니 얘기 듣다 바닥에 누워 존다. 그림에 담긴 시가 더 많은 세상을 만나길 바라지만 우선 내가 만날 수 있어 고맙다. 할머니께 사인을 받았다. 아이유 박보검도 만났던 분들이다!

조한혜정 선생님은 어제 숙소 주차장에서도 선흘가을축제도 북토크도 늘 계셨다. 오래전 쓰신 <다시 마을이다> 책 그대로 마을에 살고 북돋고 연결 짓고 함께하고 또 곁을 내어 내가 들어갈 공간을 만드셨다.


선흘마을 안에서만 머문 3박 4일. 충만했다. 바깥엔 억새 만발이라도 내겐 봄 같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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