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다. 내 집으로. 내 활동과 육아와 책임과 휴식을 스스로 해나가야 할 집이다. 삑삑 비밀번호를 열고 들어서니 청소도구도 세탁기도 냉장도 김치도 딱 알맞게 있었다. 듀얼모니터와 컴퓨터 속도는 일처리 하기도 알맞았고.
곳곳이 여행 전 한 시간 일분도 허투르지 않으려 효율적으로 살아내려 애쓴 게 보였다. 남편은 부엌으로 들어가 밥과 김치찌개를 만들고 난 빨래와 짐 정리를 아이는 샤워를 한다. 각자 자기가 맡은 것을 후다닥 해내고는 밥상 앞에서 짠. 만족감.
마지막 3일 레이크체크 아웃까지 머문 곳은 반 클랑의 위앙 이었다. 아담한 곳에 세심히 살펴진 공간이었다. 티크 가구와 패브릭 카펫, 적절한 시간에 곳곳을 비추던 조명과 정성스러운 아침식사, 잘 가꾸어진 조경과 정갈한 인테리어
스태프들이 주인이 아니라 오롯히 편히 머물고 갈 손님 위주 같았다. 종을 살짝 쳐야 비로소 나와 친절히 응대하는 이, 이른 아침 바나나잎을 따던 청년, 어느새 체크아웃 때 어디서 나타나 짐을 실어주고 사라지는. 청소도 바쁘지 않게 슬쩍 와서 치워주고 가는.
충분히 쉴 수 있게, 방에서도 답답하지 않고 밖에서도 여유롭게.
그런 공간과 쉼과 무엇보다 보살핌이 필요했던 것 같다. 비행기간이 늦어 오후 6시에 체크아웃할 때까지 쉬고 또 쉬었다. 그 시간과 공간을 아쉬워하며.
집에 왔다. 이젠 나의 몫, 우리의 몫이다. 아이는 개학이고 난 국회의원 간담회, 국회토론회, 기자회견... 줄 줄이다. 집은 이제 효율의 공간보다 쉼을 위한 공간으로 바꿔나가야겠다.
여행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