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교시 수업을 마치기 2분 전 교내 방송이 울려 퍼진다. 아이들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얘들아~ 6교시 수업 안 하고 교육받는다는데 왜 그렇게 세상 잃은 표정이야?"
"아... 6교시 체육인데... 선생님, 저희 반만 그냥 수업하면 안 돼요?"
아이들의 볼멘소리에 난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루종일 한 뼘 책상공간에 앉아있는 아이들은 좁은 교실을 벗어나 체육관이나 운동장에서 이루어지는 단체교육을 좋아하는 편이다. 약간의 자유, 해방감을 느낀다고나 할까. 물론, 체육은 열외다.
우리 학교선생님들은 단체교육 일정을 잡을 때 스포츠 클럽 시간은 피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안타깝게도 학급의 체육 시간까지 고려하기는 어렵다. 오늘 2반은 운이 나빴을 뿐. 체육관으로 향하는 길, 속상한 2반 아이들의 마음도 모르고 하늘은 눈치 없이 맑기만 했다.
# 도박중독 예방교육
작년부터 학교에서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예방교육이 늘었다. 바로 '마약과 도박중독 예방교육'이다. 아직 얼굴에 솜털이 뽀송뽀송한 중학생들에게 마약과 도박이라니. 왠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졌다.
교육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도박 비율 : 도박 중독은 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 여학생보다 남학생의 비율이 높다. 2. 도박에 빠지는 이유 : 중학생은 뇌발달의 단계상 감정적, 충동적인 면이 있다. 또래집단을 중시하는 문화는 도박이 빠르게 퍼져나가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3. 도박의 구조 : 도박은 절대 이길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 '감정의 뇌'와 가정불화
그중 인상적인 것은 뇌발달에 대한 내용이었다.
인간의 뇌는'생명의 뇌, 감정의 뇌, 이성의 뇌'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순차적으로 발달한다. 감정의 뇌는 사춘기 무렵까지 완성이 된다.감정의 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학대, 가정폭력, 방임, 가정불화를 경험한 아이들은 사춘기 시기에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겪게 되어 폭력적, 충동적인 아이가 되기 쉽다. 반대로 유아기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은 더 쉽게 중독에 빠져든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이 떠 올랐다. 세상은 누군가에겐 엄청 불공평하다는 것.
단순히 사춘기의 치기로 중독에 빠졌다면 부모님과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본인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정환경의 문제로 중독에 빠졌다면 그 아이가 중독에서 헤어 나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슴이 조금 답답해졌다.
다음날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제 교육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야?'
"1336이요."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1336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도박문제 예방 및 치유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 상담 전화번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