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물방울이 작은 컵에 퍼지듯
어느 작은 조직에서나 작동하는 원리가 있다.
그것은 힘의 대결 그리고 편 가르기
나는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난 뒤 학교로부터 각종 전화를 받았다. 오늘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이렇게 했어요, 저렇게 했어요라는 식의 다른 학부모에 의한 선생님을 통한 아이에 대한 여러 클레임내용들 하지만 우리 아이 역시 이 작은 교실 내에서 갖가지 부당하고, 불편한 피해를 받기도 한다.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우리 아이 이마가 찢어져 병원에 가기도 하고, 아이들이 서로 다투고 심한 욕설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먼저 학교에 전화를 해서 온갖 클레임을 걸진 않았다. 일단 그들의 클레임에 대해 인정하고, 가정에서 교육을 잘 시키겠다고 했다. 평소에 별로 친하지도 않은 다른 학부모들이 다 같이 교장실에 찾아가 담임선생님에 대한 클레임을 걸자는 제의가 왔을 때도 참여하지 않았다.
내가 내 아이가 받은 모든 피해와 부당함을 매일 일일이 학교에 전화해서 클레임을 걸지 않은 것은 내가 학교에 만족했다거나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입지 않아서가 아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단지 삶의 과정이라는 것을, 어쩌면 아이가 사회라는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겪을 일이기에 아이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기를 희망했고 무엇보다도 이런 사소한 일로 학교의 행정력이 낭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황당한 일로 다른 학부모가 하굣길에 우리 아이에게 직접 협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학부모가 자기 자신의 아이와 그 옆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 친구들을 대동하여, 내 아이에게 소리를 치고 자기 말로 훈계를 했다고 한다. 아이는 공포심에 나에게 전화를 했고, 학교 가는 것이 무섭다고 나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다. 나는 그 학부모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분노가 치밀었고 처음으로 학교에 전화를 해서 사태 파악을 요청했다. 물론 학교에서는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작은 학교에서 당장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건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구성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 자식만 소중하고 남의 자식은 소중하지 않다는 이기적 태도! 아이에게 위협적 태도를 가한 그 학부모는 내 아이가 자기 아이에게 욕을 해서 훈계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쌍방다툼이었고 먼저 때린 것도 그 학부모의 아이였다. 그리고 아이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을 가지고 진상파악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아이가 말한 것만 믿고 다른 아이에게 위협을 가한 그 학부모의 비상식적 태도 그리고 나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고 '7살짜리' 아이가 이상해서 자기가 참고 있었다는 괴변을 늘어놓으며 내게 뻔뻔한 태도를 보였던 그 학부모를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러면서 내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 휴우~ 그 학부모는 그 작은 시골 마을 아파트에 아줌마들 모임을 하고 있는데 자기 아이에게 우리 아이와 놀지 말라고 할 거라도 자기도 우리 아이에게 인사를 하지 않을 거란 유치한 헛소리를 시전 했다.
그래 나는 여기서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이 더 이상 무익하다고 판단했다. 이건 이성의 범주를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인구소멸시대다. 지금 겨우 운영되고 있는 이 작은 학교도 어쩌면 2-3년 내에 정원을 채우지 못해 문을 닫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몇몇 '님비' 혹은 극도의 이기적인 집단행동들은 그 소멸의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 생각된다.
아이들이 차고 넘치던 내가 자라던 시대에는 그런 소수의 이기심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검은 잉크를 희석시킬 수 있을 만큼 컵의 크기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단의 규모가 너무도 작은 조직에서는 소수 학부모들에 의한 그런 이기적인 행동들은 결국엔 다른 평범한 사람들을 자꾸만 떠나게 만들 것이고 결국엔 그 피해는 떠나지 못하는 그들에게 온전히 가게 될 것이다. 우리 각자가 하는 작은 행위 하나하나가 우리가 몸 담고 있는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집단의 크기가 작아져버렸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인구 소멸시대에서는 더 이상 그런 편 가르기, 내 것만 소중하다는 아상, 인상을 버려야 한다. 어차피 내편, 네 편 나눌 사람이 마땅치도 않는 곳에서 소모전을 벌이면 다 같이 파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