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당연한 일상을 더욱더 특별히 맞이하며 살아가리라.
생각이 지어내는 고통
요즘 나는 금강경 사경을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처음 장을 넘기자마자 내 정신을 일깨우는 구절을 발견했다.
"존재하고 있는 모든 정신적, 물질적인 것은 실체가 없고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니,
만일 이와 같은 줄을 알면 '참 부처님'을 보리라."
그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변하고 있다.
단지 내 생각만 그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불편해하는 상황과 관계들은
언제나 변했고, 또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과거에 고정되어 있거나,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매달려 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온을 잃은 것이 아닐까.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너무 아름다운 계절, 2024년 가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원생활을 누리며,
나름 워라밸이 가능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가끔 마음은 지옥을 향해 달려간다.
남편의 아픈 모습을 보거나,
회사에서 불편한 상황을 마주할 때,
혹은 아이가 학교생활을 힘들어할 때.
아직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며 잠을 설치고,
이미 지나간 과거를 곱씹으며 후회하고 분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허상이다.
오직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지금'뿐이다.
며칠 전, 남편이 나에게 이수와 린이 부른 '음'이라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린이 이수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며,
"저런 눈빛을 받는 이수는 얼마나 행복할까"하고 남편이 말했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건강했을 때, 너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게 후회돼."
노래 가사 속 구절이 내 가슴을 찔렀다.
'너와 눈을 마주치고,
너의 웃음을 보고,
손을 잡으며, 걷고 싶은데,
그 당연한 것들의 일상이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아름다워.'
과거형으로 쓰인 이 가사가 아팠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아니야, 지금이라도 괜찮아.
지금 이 순간,
그 당연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거야.
그러니, 우리
이 아름다운 계절을,
조금 더 기쁜 마음으로, 조금 더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자.
과거에 대한 후회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내려놓고,
오늘이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하루를 잘 살아내는 충만함으로 우리의 지금을 가득 채우자.
#지금이라는선물, #소예의일상철학, #브런치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