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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라는 감각

아름다움을 찾는 훈련

by 따뜻한 불꽃 소예

점심에 과식한 탓에 억지로 산책길에 나섰다. 사무실에서 앉아 있으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늘어날 피하지방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로랑스 드빌레르의 '삶은 여전히 빛난다'를 읽고 있다.

원제는 'Le Splendeur du monde' 세상의 찬란함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가 말한 '아름다움'을 찾고 싶다. 단순히 기분 좋은 풍경이 아니라, 숨막히는 열정적인 아름다움 말이다.


아직 그 아름다움의 충격은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강변을 걸으며 짙은 녹음이 "아, 지금은 8월이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미칠듯한 매미의 굉음을 들었으며, 달콤하게 번지는 칡꽃 향기, 강가에서 먹이감을 노리며 유유히 거니는 하얀 왜가리- 그것이 오늘 내가 경험한 8월의 감각이다. 드 빌레르는 세상의 찬란함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관찰하라고 했다. 그의 문장을 읽으며, 어쩌면 나는 8월의 강변에서 마주한 왜가리의 고요한 걸음이 그 관찰의 시작임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8월은 소멸을 앞둔 계절이다. 매미는 죽음을 앞두고 발악하듯 울어대고, 나무와 풀은 제 모습으로 당당히 서 있다가 곧 단풍과 낙엽으로 변한다. 칡꽃은 잠시 향기를 퍼뜨리고 이내 사라진다. 소멸을 알면서도 당당히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8월의 방식이다.


그래서 일까, 나는 요즘 삶과 죽음을 자주 생각한다. "어차피 죽을 텐데 왜 이렇게 아등바등하나"하는 체념과, "삶이 유한하니 더욱 충만히 살아야 한다"는 다짐 사이.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

나도 아직 답을 모른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가슴을 멎게 할 듯한 아름다움을 만나고 싶다는 것뿐이다.


그것을 발견한다면, 나도 어쩌면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머릿속을 떠도는 가짜들은 사라지고 본질만 남아, 내 삶은 좀 더 가볍고, 좀 더 자유로워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아름다움이 주는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결국, 아름다움은 그런 힘을 가진 것이니까. 나는 오늘도 8월의 강변을 걸으며 그 자유를 찾아가는 연습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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