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사롭고 포근한 햇볕을 피하지 말자...
브런치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넘었다. 나는 그동안 글을 쓰며, 나에게 닥친 인생의 불행들을 하나씩 꺼내어 감정을 정리하고 상황을 이해하려 애써왔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다독이고 싶었다.
우리 집 화단에는 작년 난간 공사 중 인부가 무자비하게 가지를 잘라버린 황매화나무가 있다. 거의 뿌리만 남은 채 잘려 나갔고, 그 옆에 있던 블루베리 나무는 황매화에 가려 거의 고사 상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두 나무가 올해 새잎을 틔우고, 다시 잘 자라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얘네들은 이렇게 가지치기를 당하고도 다음 해가 되면 눈에 띄게 자라는데, 왜 나는... 자라고 있는 게 보이지 않을까?" 그 순간, 아주 짧은 자괴감이 스쳤다.
화초는 계절 단위로 자라고, 사람은 인생이라는 아주 긴 호흡으로 자란다고 한다. 어떤 나무는 가지를 쳐주면 더 풍성하게 자라지만, 어떤 나무는 뿌리부터 천천히 방향을 바꾸며 자란다. 나는 2022년부터 수없이 많은 내면의 가지치기를 해왔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늘 같은 고민을 반복하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강해졌을까?'
여전히 나는 여러 가지 불안과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어떤 문제도 완전히 해결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글을 써 나가고 있다. 예전의 글들은 그래 '강해져야 한다.'라는 다짐에 가까웠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상황을 바꾸기보다, 더 깊이 이해하려 하다. 그 차이를 나는 성숙이라고 믿고 싶다.
글을 이만큼 써왔으면, 이젠 좀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완전무장된 멘탈의 소유자가 되었으리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불안하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다. 나는 글을 쓰고, 되돌아보고, 내 안의 불안과 힘을 함께 끌어안고 있는 중이다.
도망치고 싶었던 수많은 순간들 앞에서도 나는 여전히 꿈꾸고 싶다. 내 인생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다시 일어나,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 이 정도면, 그래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 강해졌다고.
나는 내게는, 인생에 대하여 무한한 의욕이 있다.
'나는 봄이 오면 생각한다. 나를 미워하지 말자고.
그러나 내가 나를 미워한 그 자학의 형태가
어느 것에 속했으며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이것부터가 나에게는 식별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일을 하고 있고 내게는,
인생에 대하여 무한한 의욕이 있다.'
-- 박경리 [약이 되는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