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굳이 욕 들어가며 걷는 이유
회사의 점심시간, 나는 늘 산책을 한다. 걷는 동안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급하게 먹은 점심을 소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어떤 반대가 있어도 나는 산책을 멈추지 않았다.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 시간이, 내겐 너무 소중하니까. 봄이 오면 벚꽃 잎이 흩날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인생의 화양연화도 저 벚꽃잎처럼 덧없고 찬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특히 5월과 6월의 늦봄, 연둣빛 가로수 사이로 쏟아지는 찬란한 오월의 햇살은 내게 살아갈 이유를 준다. 나는 그 반짝이는 햇살 아래, 청량한 녹음 사이를 걷는다. 그 생생한 초록빛은, 그 어떤 우울증 약도 대신할 수 없는 강력한 생동감을 나에게 선사한다.
내가 걷는 강변 산책길에는 유독 많은 새들이 모여든다. 후투티, 까치, 직박새, 왜가리... 계절마다 다르게 들려오는 새들의 울음소리는 내 감각을 일깨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댓잎을 보며, 나 역시도 갈대처럼 조금은 운명이나 사람들에게 순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 뭐 그런 반성도 하게 된다.
박경리 선생님은 인생을 경건하게 바라보는 마음의 소리와 눈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것이 곧 교양이며, 인간의 차분한 음영이라고 말이다. 나는 그 사색의 시간을, 바로 이 짧은 점심시간 산책에서 얻는다.
물론 누군가는 이 시간에 낮잠을 자기도 하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자연과 마주하고, 나 자신과 조우하는 데 이 시간을 쓴다. 걷다 보면 탁해졌던 기운이 정화되고, 내가 겪는 갈등들도 어쩌면 나의 오해와 편견 때문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무실 안의 쾌쾌하고 썩은 듯한 냄새 대신, 상쾌하고 시원한 자연의 바람을 쐬고 나면 내 영혼은 치유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산책을 한다. 회사에서 그 눈총을 받으면서도, 이 짧고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