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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Oct 24. 2024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뿐이다

오직 현재만이 존재한다는 기분으로 충만하게 살아간다.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 햇살이 강렬하게 비추는 점심시간에는 나는 반드시 산책을 나가서 햇빛 샤워를 받는다. 이렇게 걷다 보면 산다는 것이 별거가 아닌데, 뭘 그리 심각했나라는 반성도 되고, 지금 이 순간만은 행복하다는 기분이 든다.


어젯밤 남편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주면서 이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나는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무엇을 더 해라라는 채찍보다는 그냥 그의 푸념들을 다 들어주고 있다. 무엇인가 대단한 치료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렇게 감정을 토로하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좋은 시간이 되겠거니 하는 마음이다.


몇 년째 이어져 온 남편의 저런 모습들을 지켜보며 나도 때때로 지쳐가고 과연 이 길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불현듯 이 모든 것이 찰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잎이 파릇하게 나던 우리 집 감나무도 맛있는 감열매를 맺었고 이젠 홍시가 주렁주렁 달렸다. 그리고 잎은 다 떨어졌다. 어느새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거 같다.


감나무라는 형상은 이처럼 계절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어쩌면 사람의 인생도 이리 변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불행도 실은 불행이라는 그 생각에 머물러 있기에 더 큰 고통 속에 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상황과 때가 되면 변화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이 고통이 찰나이며, 결국엔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그 진리만 가슴속 깊이 받아들이면 된다.

결국엔 나에게 존재하는 것은 오직 지금 현재 이 순간뿐이며, 그 순간 어떤 마음과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그뿐이다. 이 순간 주어진 내 삶에 감사하고, 사랑하며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신비와 경외로 바라보며, 즐겁게 살아가면 된다. 그래 삶은 그냥 충만히 살아가는 것이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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