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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도 글을 씁니다

내 이야기를 다시 깨운 곳

지난 2018년 어느 날이었다. SNS를 넘기던 중 우연히 후배 방송작가의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


“어? 후배 글이 메인에 올라갔네? 어떻게 올리는 거지?”


그렇게 검색을 시작했고 곧 오마이뉴스의 모토를 마주하게 되었다.


-모든 시민은 기자입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도 충분히 뉴스가 될 수 있다는 말. 그 한 문장에 묘하게 끌렸다.


‘그래… 나도 한번 써볼까?’


첫 기사 소재는 남편이 혼자 집을 지은 이야기였다. 그 글을 올리자마자 편집부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시게 됐어요?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글이 메인에 올랐다. 일상이 뉴스가 되고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가닿는 경험.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처음 알았다.


그렇게 한창 재미를 붙여가던 때, 나는 오마이뉴스 활동을 잠시 멈췄다. 유튜브에 도전하고 싶어서였다. 2019년 말부터 2020년, 2021년까지 나는 영상의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하지만 글쓰기는 어느 순간 뒤로 밀렸고 유튜브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주지 않았다.


그러다 2023년 1월, 다시 ‘그냥 생각날 때마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남편의 이야기였다. 육지 땅을 사서 우리 가족만의 꿈의 놀이터를 만들어가는 이야기. 그런데 신기하게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제안이 들어왔다.


“이 이야기 방송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 이후 동네 빵집 자영업자 이야기를 올렸더니 “이 인물과 연결해 줄 수 있나요?”하고 방송국 작가가 연락을 해왔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 가장 많은 반응을 준 건 오마이뉴스에 쓴 글들이었다. 방송 제안도, 인터뷰 요청도, 누군가의 공감도 전부 글에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길이 열려 있는데 내가 멈추고 있을 이유가 뭐지?”


그리고 2025년 여름, 나는 다시 조심스레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더 빠르게 반응이 돌아왔다. 수많은 좋아요와 응원의 댓글. 그리고 뜻밖의 ‘독자 원고료’ 응원까지. 그때 나는 한참을 내가 쓴 기사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금액의 크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값을 지불하고 싶을 만큼 의미가 있다는 사실. 그 마음이 오래, 깊게 남았다.


특히 지역 축제 이야기를 올린 뒤 그 행사를 기획한 소장님께서 “소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하고 따뜻한 인사를 보내왔을 때는 기자로서 보람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독자와의 교감도 하나씩 쌓였다.


“키오스크 대신 무인 주문기라고 쓰면 어떨까요?”


부드럽게 건넨 그 한 문장이 내 글 속 단어 하나에도 책임감을 가지게 했다. 글은 혼자 쓰지만 독자와 함께 만든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글의 가치를 ‘보이는 형태’로 돌려주는 곳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주 현실적인 보람. 바로 원고료다. 선정만 되면 최저 2000원. 조금 더 주목받으면 그 이상. 어떤날은 그 돈으로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주고 어떤 날은 생활비에 보태 숨을 한 번 돌리기도 했다. 한 달에 몇 편만 올려도 크지는 않지만 조금씩 쌓이는 수입이 가정 경제에 은근히 도움이 되었다.


나는 깨달았다. 오마이뉴스는 단순한 기사 플랫폼이 아니다. 쓰는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조용히 길을 열어주는 곳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고 그들이 보내온 반응이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힘을 되찾고 있었다.


이곳에는 ‘사는 이야기’라는 코너가 있다. 이웃의 삶, 누군가의 작은 실패와 회복, 우리가 스쳐 지나간 풍경 같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기사로 세워져 있다. 그 글들을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런 일상도 기사가 되는구나.”


이 깨달음은 큰 문을 열어준다. 글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경험했을 것이다.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환하게 하는 순간들


지난 11월, 아이가 수료한 ‘어린이 사서 프로그램’에 관한 글을 썼다. 도서관에서 보냈던 시간들, 함께 웃었던 장면들을 정성스럽게 기록해 올렸다. 그리고 그 글을 사서 선생님과 강사 선생님, 그리고 참여했던 학부모님들께 보내드렸다. 잠시 뒤, 강사 선생님께서 답장을 보냈다.


“너무 멋진 글이네요”


사서 선생님도 그간 어린이 사서 활동들이 다시 펼쳐지는 것 같다며 좋은 추억이 되어주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글이 한 장면을 다시 불러냈고, 그 장면 덕분에 우리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때 생각했다. 아, 내가 기록한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다시 켜는 스위치가 될 수 있구나. 이런 소소한 기쁨과 따뜻함은 다른 어떤 플랫폼에서도 쉽게 얻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당신의 첫 기사를 올려보라고. 당신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기다리던 뉴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날 당신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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