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는 읽지만 생각은 멈춘 아이들

읽는 힘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by 작가의식탁 이효진

우리 아이 초등학교에서는 아침 독서 시간이 있다. 교실마다 아이들이 책을 펼쳐놓고 조용히 읽는 시간. 하지만 나는 종종 생각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힘까지 자랄 수 있을까?'


나는 글쓰기 수업을 하는 교사이자 초등학생 아이의 부모로서,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런데 그 '읽기'는 때로 너무 빠르다. 페이지를 넘기기 바쁘고, 문장을 이해하기보다는 '읽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아이들은 짧고 자극적인 정보에 익숙하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스크롤만 올려도 새로운 영상이 줄줄이 이어진다. 생각할 틈이 없다.


나는 수업을 하면서 질문을 중요하게 여긴다. 질문은 아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질문에 익숙하지 않다.


'이게 맞나?' '틀리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지 눈치부터 본다.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는 걸 부끄러워 한다. 그래서 나는 내 수업에서도 늘 아이들에게 말한다.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괜찮아. 네가 지금 알고 있는 상태, 그 생각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대답을 두려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의 경험 속에서 들었던 말들 때문이다.


'그것도 몰라?' '그건 기본이지.' 이런 말들이 아이의 입을 닫게 만든다. 그래서 질문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해주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 너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런데 선생님은 이런 생각도 있어."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 안에는 '틀려도 괜찮아'라는 신호와 '다른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아이의 말이 맞고 틀림을 가르기보다, 그 아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 그게 진짜 배움의 순간이 아닐까.


IE003533169_STD.jpg 아들과 신문 스크랩


나는 글쓰기 수업 외에도 아이들과 신문 텍스트 읽기를 한다. 책이 아니라 짧은 기사나 문단 정도의 글이다.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 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읽는지, 어디에 억양을 두는지, 글자를 읽으면서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그 짧은 순간에도 다 드러난다. 다 읽고 나면 꼭 이렇게 묻는다.


"지금 읽은 문단의 핵심 내용은 뭐였을까?"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대답하지 못한다. 왜일까? 읽으면서 '핵심을 찾아야지'하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글자 읽기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 아이들은 변한다. '선생님이 또 핵심을 물어보겠구나.' 그걸 예상하게 되면서 조금씩 생각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다. 이때 비로소 '글자 읽기'가 '생각 읽기'로 바뀐다. 이게 바로 진짜 독서의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독서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보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생각하는 힘이 저절로 자라는 건 아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그저 글자를 눈으로만 쫓는다면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 세대다. 짧은 영상,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져 있다. 눈은 바쁘지만 머리는 멈춰 있다. 정보는 넘쳐 나지만 그 안에서 '왜?'를 묻는 시간이 점점 사라진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어도 질문이 없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 인물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런 물음이 사라진 독서는 결국 '글자 읽기'에 그친다. 나는 부모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책을 많이 읽히는 것보다 질문하며 읽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신문 한 문단이라도 좋다.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고 이렇게 물어보라.


"이 문단의 핵심 내용은 뭐라고 생각해?"


그 짧은 질문이 아이의 생각 근육을 자라게 한다. 스마트폰으로 흘러가는 세상에서 '생각하며 읽기'는 아이의 사고력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힘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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