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사라진 대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 채운 식탁, 가족의 말은 어디로 갔을까

by 작가의식탁 이효진

아이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책 읽기, 글쓰기, 토론 활동이 강조되고, 부모들은 아이에게 좋은 책을 권하거나 글쓰기를 지도하려 애쓴다. 그러나 정작 놓치고 있는 더 근본적인 것이 있다. 바로 가족 간의 '식탁 대화'다.


우리 집도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밥상머리 대화가 풍성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이야기하며 웃음을 나누었고, 함께 드라마나 사극을 보며 역사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신문에 실린 세상의 이야기를 꺼내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식탁은 자연스럽게 세상과 연결되는 작은 교실이자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풍경은 바뀌었다. 집안의 식탁 위에선 대화가 사라지고, 대신 스마트폰이 자리를 차지했다. 각자 좋아하는 영상을 보거나 방으로 흩어져 제각각 화면을 들여다보며 식사를 한다. 가족이 함께 있지만, 정작 대화는 없다. 식탁은 더 이상 대화의 공간이 아니라, 혼자 밥을 때우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씁쓸했다. 아이와 함께할 가장 소중한 시간이 눈앞에서 흩어지고 있었다.


식탁 대화는 단순한 수다가 아니다.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접하며 언어능력을 키운다. 또 뉴스나 신문, 드라마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확장되고, 사고력도 함께 자란다.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안정감을 얻으니 정서적 유대감도 깊어진다. 스마트폰이 줄 수 없는 힘, 바로 그 대화의 힘이 가족의 식탁 위에서 길러진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 집 안에 있어도 부모와 아이는 각자의 공간에 머물며, 각자의 화면 속으로 빠져든다. 이런 아이를 탓하면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학교 가고 공부하느라 바빠. 스마트폰 볼 시간도 없는데, 이게 내 휴식이야."

"좋아하는 유튜브 보며 먹방 즐기는 게 얼마나 꿀잼인데."



음식을 함께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는 존재


예전 부모들은 아이의 TV 시청을 걱정해 거실에서 TV를 치우기도 했다. 혹은 가족이 함께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고르고 시청시간을 협의해 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집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을 없애야 하는 걸까?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친구와의 대화, 학교생활, 심지어 부모와의 소통까지 연결하는 창구다. 그렇기에 "스마트폰을 없애자"는 말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이 가족의 대화를 대신할 수 있을까?


가족이란 본래 음식을 함께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는 존재다. 식탁은 단순한 식사의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하루를 나누고 세상을 배우는 작은 교실이다. 음식은 그 대화의 매개체가 되고, 대화는 사람의 기분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러나 요즘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식탁 위에 놓인 것은 음식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다. 식당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가 울면 부모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쥐여준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을 지키려는 선택이지만, 이런 장면이 일상이 되면서 '식탁 대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결국 집에서도 각자 방에서, 혹은 각자 손 안의 작은 화면 앞에서 밥을 먹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여전히 노력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엄마는 식당에 들어갈 때 작은 레고 박스를 챙겨와 아이가 조용히 놀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다른 엄마는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챙겨 아이가 그림을 그리며 기다릴 수 있도록 한다. 심지어 공부 자료를 준비해 대화와 학습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이끄는 부모도 있다. 스마트폰 대신 다른 놀이와 활동으로 아이의 시간을 채워주려는 노력이다.


식탁 풍경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가족의 대화를 되살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식탁 대화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아이가 배우고 성장하는 작은 교실이며, 가족이 서로의 삶을 확인하는 소중한 통로다. 그 자리를 스마트폰에 내어주고만 산다면, 언젠가 우리 가족의 모습도 화면 속에서만 존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고민한다. 우리 집 식탁에서 다시 대화를 되찾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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