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출산
곧 아기가 세상에 나온다.
분만을 앞둔 나의 마음이 첫째 때와는 사뭇 다르다. 열 달 동안 뱃속에서 건강하게 품어주고 싶었던 바람이 무너지고 있어서인지 해가 뜨기도 한참 전인 새벽에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왔다.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흩날린다.
최근에 뒷목이 자주 당겼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너무 불편할 정도였고 고통스러움에 잠에서 깨어날 때도 있었다. 만삭에 접어든 몸을 지탱하는 내 등이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줄만 알았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스트레칭하며 통증을 참고 있던 어느 날, 통증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고혈압'
살면서 고혈압이 나에게 문제가 될 것이란 걸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20대에는 저혈압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혈압이 낮아 길에서 쓰러지는 일도 다수였다. 그런 내가 고혈압이라니.
나도 모르는 사이 '임신중독증'이라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던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처음 듣는 병명이 참으로 무섭게도 들린다. '네? 그게 뭐예요?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고 되묻는 목소리가 떨렸다.
모체의 몸이 고혈압과 부종, 간기능 저하등으로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아기에게 영향이 가게 되고 뱃속 환경이 안 좋아지면 아이는 뱃속을 탈출하고자 조산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모체와 태아 모두 안전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주수까지 최대한 버티고 빨리 수술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게 설명이었다.
빠르면 내일이라도 당장, 최대한 끌어도 2~3주 이내에는 아이가 나와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애는 여전히 34주 밖에 안된 상태였다. 세상에 나올 준비가 끝나지도 않은 아기를 억지로 내보내야 한다니, 너무 무서웠다.
최근 지인이 30주 응급출산 과정에서 NICU를 구하지 못해 위급한 상황을 맞이했던 일이 떠오르며 나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월요일에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았는데 화요일부터 정말 극단적으로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극심한 두통에 하루를 고생했다. 다음날은 혈압이 널뛰고 부종이 점점 심해졌다. 숨이 겨우 쉬어지는 헐떡거림이 시작되었다. 증상을 보시고는 주치의 선생님은 폐에 물이 찰 수 있다고 했다. 온몸이 불타는 것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화상이라도 입은 것 같은 모양새도 연출되었다. 이 모든 증상의 해결방법은 분만뿐.
내가 지금 위험 환자구나 느끼는 순간들이 며칠새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딱 하나만 바란다.
'엄마는 괜찮다. 끝까지 버틸 테니, 우리 아가 조금만 더 커서 건강히 나와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