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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를 단 1.9kg의 아기

첫 번째 면회

by 수지로움 Mar 23. 2025
아가. 우리 드디어 다시 만났다. 
엄마가 너무 늦게 왔지.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미안해.


이상하게도 이 글을 쓰기가 힘들었다. 다른 글들은 금세 주욱 써내려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날의 기억은 마음이 시큰했던 모양인지 자꾸만 하기 싫은 숙제 대하듯 마음 저편으로 밀어 버렸다. 


혹시라도 마음이 덜컥했다면 새드엔딩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미리 하고 싶다. 그저 그날의 기록 일 뿐.



수술방에서 우렁차게 울며 나를 안심시킨 작디작은 아이는 신생아 실에서 두 번의 무호흡 증상을 보이며 곧장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아이를 낳은 지 3일째가 되던 날 처음으로 면회를 했다. 내 몸에서 나온 아이를 안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었다. 



손을 닦고, 마스크를 끼고, 위생복을 입었다. 그리고 글러브까지 착용해야만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심지어 혈관으로 연결된 가장 가까운 사이였는데, 아이를 보기 위해선 해야 할 게 많았다. 



이렇게 작은 사람이 있을 수 있구나. 싶을 만큼 작은 사람이 누워있었다. 호흡 한 번에 파르르 떨릴 만큼 작은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작은 얼굴에 호흡기를 달고 있는 아기를 보는 내내 마음이 미어졌다. 분명 건강하게 퇴원해서 아무 탈 없이 자라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일순간 무너졌다.


이상한 감정이었다. 여전히 표현할 수가 없다. 

하염없다는 말이 맞는지 모를 만큼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은 소리도 없이 눈물이 자꾸만 흘러 내려왔다. 뒤이어 나오는 눈물이 재촉이라도 하듯, 방울방울 눈물이 계속 새어 나왔다. 



우리가 다시 만났다는 반가움과 이제야 왔다는 미안함. 안아 볼 수도 없는 박탈감, 그 다양한 감정이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유난히 덥게 느껴졌던 그곳에서 나는 온몸으로 울었다. 

땀과 눈물이 범벅되어 온몸으로 울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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