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서로, 내가 나로서 지낼 수 있는 인생의 매뉴얼
나는 최근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해왔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칫 고리타분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 고민할수록 '그러게, 인생 별로 재미없네, 행복하지 않네.'라는 답에 도달하면 우울감을 일으킨다. 그러니 대화보다는 사색만 할 뿐이다.
이미 그런 답에 도달하여 맴돌고 있었다. 많은 것들이 지겨워지고 재미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 버텨내기만 하는 삶에 내가 이루어 영위한 게 있기는 한가?
이렇게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면 내 것, 내 생각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의심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에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고는 내 생각의 핸들을 다른 사람에게 줘버린다.
"이런 걸 해보는 건 어때?", "요즘 뭐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코로나 때문에..."
게다가 각자의 삶에서 버티느라 '누가 갈피 못 잡은 제 핸들을 잡고 갈 곳을 정해주세요. 탓하지 않을게요.' 하고 호소해도 관심은커녕 진지하게 임해주지 않는다. 이 또한 서글퍼진다.
그래서 나는 이래도 저래도 찾아오는 심적인 불안을 '내 인생의 매뉴얼 만들기'를 통해 해소해보기로 한다.
매뉴얼 만들기는 내 무너진 서재를 다시 정리하는 것으로 비유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란, 행복이란, 재미란, 죽음이란, 건강이란, 가족이란, 우정이란, 사랑이란 무엇인지 작성해보는 것이다.
내 서재의 정리본은 꼭 10 계명, 행동강령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 가구 조립 설명서처럼 만들어도 된다. 나는 그중, 사전의 형태를 채택하여 분류하고 정리를 해보았다.
내 생각을 씀으로써 나를 위로하는 것이므로 일기와 키친테이블 노블*(*Kitchen Table Novel, 모든 일과가 끝나고 끄적인 소설, 성공의 여부와 상관없이 일과 후 부단히 씀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위로한 것을 말한다.)과 비슷하나 일기는 쓰고 난 뒤 다시 읽는데 내 생각이 가공조차 하지 않은 날 것으로 보는 게 너무 부끄러워 그만두었고, 내 나름대로 정의 및 정리를 한다는 점에서 사전의 형태가 낫다고 생각했다.
나는 마침 홈페이지 개발 중, 백엔드에 대해 공부를 하기 위해 Node.js와 Express 모듈, MongoDB와 Mongoose를 연습해봐야 했다. 데이터를 읽고 쓰고, 수정하고, 삭제하는 과정들을 연습해보기 위해 이 '인생의 매뉴얼 만들기 프로젝트'를 활용하기로 했다.
<서로서로서>는 '서로가, 서로서로, 내가 나로서 지낼 수 있는 인생의 매뉴얼'을 뜻하는 이름으로 형태도 앞서 말한 사전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열람'페이지에서 읽어볼 수 있다. 사전의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처음으로 <dl>, <dd>, <dt> 태그* 등을 사용해봤다(* 사전적 정의를 하는 목록을 만들 때 사용하는 html 태그). 그리고 생각이 바뀐다면 취소선을 긋고 밑에 적을 생각이다.
온라인으로 배포된 사전이라는 콘셉트를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웹사이트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지만 인쇄 화면에서는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변한다. 그리고 POS 프린터와 같은 얇은 폭의 종이에도 반응하여 인쇄 화면도 신경을 써봤다.
마지막으로, '작성'페이지에서는 내가 정리한 분류에 맞춰 자신의 매뉴얼을 올려볼 수 있다.
나의 생각들을 온라인으로 이런 식으로 올린다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나의 지식을 자랑하는 것 마냥 보일 수도 있고, 멋진 말들로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읽는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의도 또한 절대 아니다.
나는 내 인생의 매뉴얼을 만들어보면서 확실히 생각이 정리되었고, 나에게도 괜찮은 문장이, 괜찮은 생각이 사실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생각의 핸들을 줘버리지 않고도 심적인 불안을 맞이할 때 내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돌아갈 수 있는 나의 견고한 기본 상태를 만들 수 있었으니 내 삶에 대한 의심도, '재미없다'는 생각도, '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도 줄어들었다.
나는 이런 고양감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온라인으로 배포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백엔드도 마침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둘이 합쳐본 것뿐이다. 모두가 각자의 견고한 서재를 다시 정리해보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
<서로서로서> 사이트 주소 : https://seoro-seoro-seo.web.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