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예측 가능하고 단조로운 패턴 속에 들어가면 지루함을 느끼고 심지어 괴롭기도 한 까닭은, 보상 예측 오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상에 대한 예측이 빗나가고 새로운 이익을 얻을 때, 뇌는 도파민을 분비한다.
행복감을 느끼고 가슴이 설렐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예측할 수 없는 삶 그 자체에 있었다니! 더 나아가 이것이 행복을 좌우하기도 한다는 건 참으로 멋지고 놀라운 일이다. 빨간 머리 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이 새로운 앎은 대니얼 Z. 리버먼의 <도파민형 인간>을 읽으며 얻었다. 많은 이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에는 도파민이 쾌락을 관리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사실은 도파민 자체는 쾌락을 주기보다는 그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심층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성공을 꿈꾸고, 세계의 진리를 탐구하고, 신과 인간에 대한 사유를 하도록 하는 그 모든 것이 도파민으로부터 유발된다. 즉, 도파민은 천재를 만들기도 하고, 미치광이와 중독자를 만들기도 한다. 행복하고 꿈을 성취하는 인생은 결국 이 도파민을 얼마나 잘 관리했느냐에 달려 있는 거였다.
우리의 삶에서 행복을 이루기 위해 예측 불가능한 일과 일탈적 행위와 사건들이 종종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는 한편, 낯선 것의 자극에 빠져 계속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중독의 길로 들어서지 않기 위해 도파민이 활성화되는 조건과 상황에 대해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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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과 사업가의 도파민 활성화 방식의 차이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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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회로 활성화에 대한 쉬운 일례: '당연하게'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월급보다 인센티브 등 보너스에 더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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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에게 있어 수익이란 직장인의 월급과는 전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것은 금액의 크기가 달라서가 아니라, 그 주기와 규모를 예측 가능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초기 단계의 사업가들은 기본적으로 도파민형 인간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그 상황 뒤에 올 색다른 보상에 중독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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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사업가들이 삶의 중심축을 사무실에 두고 살고, 밤새 먹고 마시는 일을 거르고 일만 하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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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자 유형의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갑자기 누군가의 부추김이나 시대적 열풍에 따라 창업을 하더라도 삶이 단숨에 행복해거나 성취감을 얻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다. 보상 체계가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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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유형 패턴: 매일이 일요일 같고 월요일 같으니 '불금' 같은 게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일요병에 걸릴 지경이다. 왜 금요일에 불타야 하는가? 매일이 불타고 있는데. (매일이 불탄다는 말은 중의적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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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비의 'No Monday'라는 곡을 들어보면 이런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이 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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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도파민형 인간>에서는, 사랑이 처음에는 뜨거운데 나중에는 식고 더 나아가 무미건조해지기까지 하는 이유도 다루고 있다.
정말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 책 광고 아닙니다. 100% 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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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에 실린 베리지 박사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도파민의 욕망회로는 강력하고 대단히 영향력 있는 반면 애호회로는 작고 미약하고 깨우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두 회로가 이처럼 다른 이유는 뭘까? 이 질문에 박사는 이렇게 답했다. "인생에서 '즐거움'은 '욕망'과 달리 훨씬 드물고 짧기 때문입니다." 애호는 도파민이 아닌 현재지향적 화학물질들을 사용해서, 완전히 다른 회로를 통해 메시지를 발송한다. 특히, 애호의 감정이 동원하는 화학물질은 동반자적 사랑의 장기적 만족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들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바로 엔도르핀과 엔도카나비노이드 계열 분자들이다. - <도파민형 인간> 본문 중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욕망하는'가?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알면, 일과 삶이 조금 더 평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