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고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쌤 Nov 06. 2023

너, E야?

Feat.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

부키의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는 나 자신에 대해 한번 더 고찰해 볼 수 있는,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사실 나를 실제로 만나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나는 극 외향적인 사람이다. 평생을 100:0으로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나를 알아왔고 그만큼 사람을 만나는 게 좋고,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많이 얻는 편이다. 그래서 직업도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 업으로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혼자 책 읽고 사색하는 게 그렇게 좋다. 혼자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 조용한 시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향적인 면이 나도 모르게 나오는가 보다 싶었다. 


이 책을 읽었더니 나의 기질에 대한 답이 나왔다. 칼 융이 그랬다, 외향/내향을 따질 때, 100:0은 없다고. 누구나 저마다 외향적/내향적인 면을 둘 다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 그렇다면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내향적인 면에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책에 의하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콘서트를 집에서 편히 시청하는 게 좋은 사람과 그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서 티켓팅부터 몇 시간의 줄 서는 것을 다 참아가며 콘서트를 즐기러 가는 게 좋은 사람. 생각해 보니 나는 정말 후자가 맞긴 하는데, 전자도 꽤나 끌리는 선택지다. 실제로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콘서트를 몇 번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오빠 얼굴을 가까이서 보지 못하는 것 빼고는 (사실 그게 정말 크다) 온라인도 나쁘지 않았다는 게 나의 생각. 


이렇듯 사람에게는 내향적/외향적인 면이 둘 다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게 개인적으로 이 책의 최대 아웃풋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결혼식에 온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 드는 것과 동시에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마주 보고 인사하는 것이 끔찍하게 두려웠다는 작가. 극 내향적인 성격의 작가가 겪은 일을 읽으면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까지 말하는 것을 어려워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면서, 내가 묻는 말에 답을 안 한다거나 눈을 못 마주칠 때면 살짝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그들에게는 나와 독대하는 시간이 그 어떤 시간보다 두렵고 힘든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알고 나니 조금은 그들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 책은 극 내향인이 1년 동안 집 나간 자신의 외향성을 찾아가는 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소설가 장강명이 말한 것처럼,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외향인은 내향인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내향인은 자신을 좀 더 안아줄 수 있게 하는 그런 책. 꼭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텍스트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