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랑받을 때의 태도가 그 사람의 품격이다.

사랑받고 있을 우리의 태도는 어떤가요?

열애가 남기는 어깃장

“오늘 너무 예쁜 것 같아”
“다행이네. 근데 오빠는 배도 좀 나온 것 같고, 키도 원래 이렇게 작았나?”     


 선우와 민정이는 사귄지 3개월이 조금 지났다. 선우 친구의 결혼식에 민정이와 함께 왔다. 선우는 한껏 차려입은 민정이가 아름다워 보여서 마음을 표현했다. 민정이는 내심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민정이는 선우의 외모에 대해 이런 저런 지적을 했다. 민정이는 선우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일까? 아니다. 민정이 역시 멋진 정장을 차려 입은 선우가 근사해보였다. 하지만 민정이는 오히려 선우에게 ‘배가 나왔다’, ‘키가 작아 보인다’는 핀잔을 주었다.     


 민정이는 왜 그랬던 걸까? 왜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없는 단점을 찾아서라도 선우를 주눅 들게 한 것일까?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다. 사실 민정이의 눈에 선우는 한 없이 근사해 보였으니까. 민정이가 어깃장을 놓은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선우를 너무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애를 하고 있는 동안 가끔 불안하다. 그 불안의 정체는 나는 연인을 너무 사랑하고 있는데, 상대는 나만큼 사랑이 깊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다


 그 불안감 때문에 민정은 선우에게 느낀 대로 칭찬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느낀 대로 칭찬을 해주었다간 선우가가 기고만장해져서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까? 혹은 그 자신감으로 나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다른 여자들이 들이대지 않을까?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없는 단점도 날조해서 기를 죽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민정이는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심지어 선우에게 상처를 주는 어깃장마저 놓은 것이다.



사랑받고 있을 우리의 태도는 어떤가요?


민정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열애를 하면 사랑받게 된다. 그렇게 사랑을 받을 때 우리의 태도는 어떤가? 때로는 민정처럼 괜한 어깃장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줘서 기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을까? 또 어느 순간 사랑받는 것에 익숙해져 그 기적 같은 사랑받는 일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때로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소중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을까?


 너무나 매혹적이었기에, 그녀와 연애할 수만 있다면 세상에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기적이 일어났다. 그녀는 나의 고백을 받아주었고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더 사랑해주었고, 나는 그 사랑 받음에 점점 익숙해져갔다. 그 사랑 받음에 익숙해져 갈수록 그녀를 함부로 대했다. 약속 시간에 늦기도 했고, 멋대로 약속을 취소하기도 했고, 아무 이유 없이 그녀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


 나는 민정이만도 못했다. 그마나 민정이는 선우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래서 언제나 자신에게 묶어두기 위해 어깃장을 놓은 것이었다. ‘성숙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순수하다’고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성숙하지도 순수하지도 못했다. 정직하게 말해, 그저 사랑받는 것에 익숙해져 소중한 연인을 함부로 대한 것일 뿐이었다. 상처를 주기도 또 받기도 한, 적지 않은 연애를 경험했다. 그 경험을 통해 한 사람의 품격을 어찌 판단할 수 있는지 나름 알게 되었다.



사랑받을 때의 태도가 한 사람의 품격이다.

   

사랑은 모순적인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발생하는 사건이다. 자신의 중심을 버리고 상대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일, 그리고 상대가 자신의 중심을 버리고 내 중심으로 들어오는 일, 물리적으로는 결코 동시에 일어날 수 없는 모순적인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이 바로 사랑이다. 전자가 ‘사랑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사랑받는’ 것이다. 전자, 그러니까 ‘사랑할 때’는 누구나 근사하다. 자신의 중심을 버리고 타인의 중심으로 기꺼이 들어가려는 사람은 언제나 근사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 사람의 품격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의 품격은 후자, 즉 ‘사랑 받을 때’ 드러난다. 사랑 받는 것은 너무나 매혹적인 일이다. 그 매혹적인 경험이 일상이 될 때 한 사람의 품격이 드러난다. 사랑받을 때 연인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품격은 그 정도인 것이다. 소중한 것을 소중히 다루지 못하는 경솔하고 오만한 품성을 가진 사람이다.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를 내 곁에 묶어 두기 위해 상대를 의도적으로 깎아 내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만큼이 그 사람의 품격이다. 연인을 폄하해야지만 자신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사람 될 수 있다는 처량한 품격.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할 때, 그 모습이 자신의 품격이라고 여기지 말자. 아무리 허접한 인간이라도 사랑할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줄 수 있으니까. 자신의 품격을 알고 싶다면, 오히려 사랑받을 때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편이 낫다. 너무나 사랑하는 상대에게 사랑 받게 되었을 때, 자신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살펴보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그게 한 사람의 품격이다. 상대가 나를 사랑해주는 것에 황송해하며 더 깊은 사랑을 할 때 그는 꽤 괜찮은 품격을 가진 사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직하지만, 무례하지 않은 연애를 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