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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신곡2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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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le Oct 17. 2024

05. 가라앉기를 기다려라, 무엇이 그토록 탁하였는지

(11)

한주는 미나를 바라보며 여전히 고민중이었다. 동정따위가 들어 망설이는 것이 아니다. 그저 걸리는 것은 윤조였다. 


‘왜 이렇게 약해빠진 것을 못 살려서 난린지…’


한주는 한쪽 입을 못마땅한듯 씰룩이며 여전히 미나를 바라보았다.




“약속을 마 칼같이 지키네? 

근데 미나 그년은 유종의 미란 것을 모르네. 무식한 년. 공손하게 돈을 처받들고 가져와서, ‘오라버니, 그간 보살펴주셔서 참말로 감사합니다’ 하고 다소곳하니 건네야 하는거 아냐? 어디 남자친구를 대타로 보내고 앉았냐. 것도 혼자는 겁나서 못 오는 애송이를…”


“맞나 세어보고 여기 서명도 하세요.”


석수는 속이 뒤집혔지만 아무 말 없이 돈봉투를 건네자 정호가 잽싸게 대신 말을 거들었다.


“뭐... 맞네... 너무 싸게 해 준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잉~

다 뭐 좋은게 좋은거니까... 미나한테 가서 말해라. 착실하니 학교 잘 댕기고, 혹시라도 천직이다 싶으면 돌아 오라고 말야. 히히히”


돗대는 더러운 입 끝에 문 담배를 질겅질겅 씹으며 이죽거렸다. 석수가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주먹을 힘주어 쥐자 정호가 얼른 재킷 안으로 석수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럼 형님들 수고 하시구요, 저희는 이만…”


“그래. 좋게 좋게 보내주는거 감사하게 새기고이, 잘 드가라.”


“네네, 형님.”


“진짜 웃긴년이네, 아니 지 일 봐주는건데 코빼기도 안보여? 미친거 아냐?”


정호는 돗대앞에서의 싹싹함은 온데간데 없이 화가 나 씩씩대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직접 가보게? 뭐냐, 너? 하 윤조랑은 뭐고 조 미나는 왜 이리 신경써?”


“자그마치 16년지기다. 그럼 그냥 두냐? 야이 악랄한 놈아!”


석수는 내내 침묵하고 있다가 폭발한 듯 소리를 지르고 마침 도착한 버스에 올라버렸다.


한편 미나는 한참을 엎드려 있다 무언가 결심한 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며칠을 굶은 듯 휘청이는 발걸음으로 향한 곳은 좁아 터진 욕실이었다. 가뜩이나 좁은 욕실을 가로질러 쳐져 있는 빨래줄을 조용히 걷는 미나를 한주는 쳐다보고 있었다. 


의자를 가져온 미나는 벽 한 쪽에 흉하게 튀어나와 있던 배수관 파이프에 빨래줄을 단단히 동여매고 있었다.


‘이런... 저 자식이 또 훼방을 놓으러 왔군.’


한주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이내 반지하방의 작은 창문을 누군가 세차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조 미나!! 너 집에 있지? 빨랑 문 열어!! 조 미나!!!”


미나는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조용히 석수가 갈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 결국 그가 포기하고 사라지자 표정 하나 없이 미나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드디어 줄을 다 매고 매듭을 목에 건다...

의자를 딛고 섰던 발로 의자를 차기 전 미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눈물을 흘렸다. 의자가 발 밑에 쓰러지고 허공에 매달린 미나는 이내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한주는 여전히 아무 표정 없이 미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나의 몸부림이 더욱 격렬해지는가 싶더니 그녀는 고통에 극심히 힘들어하고 있었다.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없어?’


미나는 드디어 한주가 보이기 시작했다. 미나는 핏발이 뻘겋게 거미줄처럼 뒤덮힌 눈으로 한주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보이나 보군... 후훗.

하나만 알아둬. 죽는다고 끝이 아니야.”


한주는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그때였다.


“야! 조 미나!! 문 열어!! 

내가 너 땜에 야자 째는 일은 이제 없다고 했는데 이게 또 일 저지르고 있어!”


반지하 쇠문을 사정없이 주먹으로 두드리고 있는 것은 윤조였다. 


‘제기랄... 귀찮게 됐군.’


한주는 잠깐 망설이다 하는 수 없이 미나의 목을 옥죄고 있는 빨래줄을 끊어버렸다.


미나는 이미 정신을 잃고 방바닥에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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