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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신곡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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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le 11시간전

04. 네가 내게 왔다…

(9)

“책상안에 책이 하나도 없냐? 조 미나! 학교는 왜 다니냐? 가방 내놔!”


모두의 예상대로 조 미나는 학생주임과 담임에게 있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듯, 학생 주임이 직접 미나를 취조하고 있었다.


“... 전...훔치지 않았습니다. 믿어 주세요…”


미나는 여전히 가방을 움켜쥔채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


“그래, 안 훔쳤는지 훔쳤는지 보자구. 털어서 안 나오면 누가 의심하겠어. 보자... 어디…”


학생주임은 미나의 가방을 잡아 당겼지만 여전히 미나는 아귀힘을 풀지 않았다.


“안 훔쳤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가방 누가 뒤지는 것 싫습니다.”


“지금 네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이나??”


참을성이 없는 학생 주임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기... 돈을 찾은 것 같긴 한데... 금액이 빕니다…”


돈을 찾았다는 성택의 말에 모두 술렁이기 시작했다. 성택이 멈춰 서 있는 곳은 반에서 정미의 둘도 없는 짝으로 소문나 있는 송희였다. 정송희는 집도 못 사는 편이 아니었고, 공부도 보통은 하는 평범한 아이였으며 특히 돈을 잃어버린 정미와는 밤낮으로 붙어 다니는 사이라 아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장 놀랜 것은 누구나 예상하듯  정미였다. 이미 잃어버린 돈 중 5만원은 비어 있었고 한 쪽은 배신감에 오열을 또 한 쪽은 죄책감과 당황스러움에 눈물을 터뜨려 반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일단 담임 선생님! 훔친 애를 교무실로 데려가 기초 상담 시작하시죠. 교무 회의 통해서 징계 수준은 결정할 겁니다. 우선은 담임 선생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니까 얼른 이 학생과 면담 좀 부탁합니다.”


학생주임은 노련하게 일 처리를 하더니 여전히 미나의 가방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건 그거고, 나는 너의 태도가 심히 의심스럽기 짝이 없구나, 혹시 네 가방에서 빈 5만원이 나오면 네가 송희를 사주한거라고 볼 작정이다. 내놓거라.”


미나는 핏발이 선 눈으로 학생주임을 한참 노려보다가 하는 수 없이 가방에서 손을 뗐다.


학생주임은 시선을 여전히 미나에게 고정한 채 가방을 천천히 열었다. 윤조는 아까부터 아예 뒷 쪽으로 돌아 앉아 있는 참이었다.


“..... 어떻게 빈 가방을 들고 학교를 다니지? 벌써 가방을 어디다가 비운거냐?”

“...그냥 제가 꼴보기 싫어 죽겠다고 하세요. 그럴 시간이 있었습니까?”


분명 가방 안에는 펜 몇 개와 연습장 하나, 그리고 머리 끈 몇 개가 다일 뿐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도 미심쩍은 듯 학생주임은 가방을 뒤집어 보고 털어도 보더니 못마땅한 듯 미나를 훑어 보며 말했다.


“학생이 교과 준비를 하나도 안 해서 다니다니.. 너는 오늘 방과 후까지 반성문 빽빽이 수준으로 써서 5장 채워 낸다. 실시! 그리고 거기 앞에 불량한 것들은 열을 맞춰 나를 따라 교무실로 간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불시검문에 걸린 불쌍한 영혼들이 투덜대며 학생 주임 뒤를 따라 나서자 반은 금세 들끓기 시작했다.


“너.. 나 좀 보자…”


여전히 충격에 빠진 표정인 미나가 급히 윤조의 어깨를 두드렸다.


둘은 아무도 없는 운동장 한 켠의 수돗가 벤치에 앉았다.


“무슨 짓을 한거야? 넌 체육시간에 애들이랑 같이 있지 않았던 유일한 인간이니까 네가 그새 미리 알고 내 가방을 청소하기라도 한 거야? 그래서 아까 나한테 그런 이상한 질문도 한거냐?”


“......아니... 설명하기 힘들어. 그냥 알려고 하지 마…”


“대체 지금 말이 안 되잖아. 네가 그 도난 사건이랑 관련이 있을리도 없고 ... 사전에 계획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내 가방에서… 그나저나 정말 우라지게 춥네…”


파카 깃을 올리는 미나 바로 옆에 바짝 붙어 앉은 한주가 보인다. 한주는 조용히 입에 손가락을 붙여 보였다.


“잘 넘어갔으니 다행이지만.. 다음부턴 이상한건 학교에 가지고 다니지 마라.... 아니.. 그냥 그런 것들에 손을 안 대는건 어때?”


“야! 잘난 척 하지말라고 했지? 네가 진짜 도와준 건지 뭔지는 내가 대가리가 나빠 지금 이해가 안 가는데... 선생처럼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


“그럼 계속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살던가.. 그렇게 사는게 좋으냐?”


“까짓거 살다 지겨우면 죽으면 그만아냐!”


“미친년... 그렇게까진 안 봤는데... 완전 쓰레기네?”


윤조는 험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뱉는 미나가 질렸다. 


“재수없는 년... 넌 처음부터 재수없었어. 초등학교 1학년때도 잘난척 하면서 혼자 다니더니... 너처럼 부족한 것 없고 공부도 잘 하는 년은 걸리는게 없지? 너 같이 잘난 것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같은 것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리가 없지... “


“… 알아야 되냐? 학생이 몸 팔아서 돈 벌고, 공부에는 요만큼도 신경 안 쓰면서 애들 삥뜯으러 학교 다니고... 그런 것까지 알기엔 내가 좀 바빠서 말야... 넌 정말 구제불능이다. 난 갈께.”


윤조는 차갑게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조금만 더 있어보지.. 쟤가 열 받아서 뭔가를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이미 수업이 시작되어 조용한 복도를 걸어가는 윤조 옆에 한주가 따라 붙었다.


“뭘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냥 네가 말해주면 되잖아…”


“.... 난... 알고 있어도 네게 말 못하는 것들이 있어. 그게 비로소 내가 다음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열쇠일 수도 있고, 뭔가를 푸는 실마리일수도 있어…”


“... 뭔 소리야? ... 그러니까.. 너도 어딘가로 그러니까.. 천국이나 지옥 뭐 이런 다음 세상으로 가고 싶은데 해결이 안 되어서 나한테 붙어 있는거란 얘기야??”


“... 응. 그런셈이지... 문제는 그게 뭔지를 나도 아직 찾고 있는 중이란 거야... 나를 너에게 묶은 것이 무엇인지를... 그 주정뱅이 영이 그랬어. 절실히 원하지 않으면 자기처럼 몇 십 년이고 구천을 떠돌게 될거라고. 그리고... 시간이 지체될 수록 더 어려워질거라고... 나.. 아직은 괜찮지만 약간 이 생활이 지겹거든. 이도 저도 아닌... 뭐가 되고 싶을 수도 될 수도 없는 이 처지가... 그래서 이제부터 나도 생각을 해 볼 참이야.”


한주는 알 수 없는 얘기들을 두서 없이 늘어놓은 후 갑자기 사라졌다.

윤조가 반으로 들어갔을 땐 이미 수학 수업이 시작중이었다. 신경질적이기로 유명한 수학선생은 날카로운 눈으로 교실 뒷문을 쏘아 보았다가 윤조인 것을 확인하자 별 말 없이 계속 판서를 했다.


“송희, 아마 유기정학 받을지도 모른대... 그런데 걔가 비는 5만원은 친구한테 빌린 돈을 갚았다고 했다는데 그 친구가 누군지 죽어도 말을 안 한대... 근데 애들이 다 김 하영 같다고 그러고 있어... 요즘 들어 김 하영이 뻑하면 송희를 찾아왔었대... “


정수가 수학선생 눈치를 흘끗 보더니 급히 윤조에게 속삭였다. 윤조네 반 꼴찌 3인방은 한 마디로 ‘시라소니’ 스타일로 불량하긴 해도 각자 따로 노는 식이었지만 정수가 말한 김 하영은 3반 여학생으로 다른 학교 불량배들과 어울려 삥을 뜯는걸로 유명했다.

“그런데 왜 다 안 주고 5만원만 줬대?”


“약아빠졌잖아. 혹시 걸리면 자기는 빠질라고 수 쓴거겠지… 훔치라고 시킨건 김 하영이고, 송희가 안 걸리면 아마 다 뺏을려고 했을걸.”


“...그런데... 송희같이 평범한 애가 어쩌다가 약점이 잡혔지?…”


“...그거야 모르지. 재수가 없을 뿐이지 뭐. 난 대호 오빠한테 쓰던 편지 마무리해야 해서 이만…”


수군거리는 소리에 수학선생이 반짝이는 은테 너머로 쏘아보고 있었다. 윤조는 멋적게 웃어보인 후 필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나는 어딜 간 것인지 교실에 빈 가방만 놓아둔 채 사라지고 없었다. 윤조는 기껏 생각해줬는데 독한 소리만 쏟아 부은 미나에게 더 이상 관심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교실 앞문이 갑자기 홱 제쳐지며 열리더니 오 석수가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미나를 찾기 시작했다.


“조 미나. 잠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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