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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Jan 21. 2024

정서적 건강이 먼저다

모험실행 :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모험을 할 수 있다. 자기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모험을 시도하며 인생을 개척한다.

 - 10년 전, 이름 모를 어느 심리학 전공 서적에서  


  10년 전,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교양과목인 심리학 시험공부를 하다가 발견한 문장이다. 책을 읽다가 멈춤을 일으키는 문장이 있는데, 이 글이 그랬다.   


  모험은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자, 우리 인생 그 자체이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묻고,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시도이자, 실행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세상과 나의 연결점을 찾기 위한 여정이 바로 모험실행이자 자기모험이다. 


  2012년 6월, 이 문장을 올리고 모험을 떠났다. 학교를 휴학해서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기획과 교육을 해보기도 했다. 강남역 한복판의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며 직장인의 애환을 잠깐 경험해보기도 했다. 소셜벤처 경연대회를 준비하며 창업을 경험하기도 했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기 위해서 기업 교육팀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중간중간 두려운 순간도 많았다. 그 순간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스타트업에서 처음 일할 때 전화를 받는 단순 업무뿐 아니라 대표님에게 아이디어를 간단하게 피피티로 만들어 공유하는 것조차도 내겐 도전이었다. 


  그 두려움에서 도망친 적도 있었다. 평생교육사 2급 실습을 할 때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해 핑계를 대고 도망친 경험도 있었다. 그랬기에 저 문장이 너무나도 공감이 갔다.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모험을 떠나기 힘들다. 자기모험을 위해서는 마음 건강이 우선이다. 물론 모험을 떠나면서 겪는 경험 자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지만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나와 세상의 연결점을 찾는 모험의 시작부터가 힘들다. 작은 일조차 거대하게 느껴진다. '나는 충분하지 못해', '나는 할 수 없어'라는 내면의 소리가 계속해서 맴돈다. 모험을 위해선 마음의 건강이 먼저다. 


  그렇다면 정서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자주 쓰고 있는 방법은 2가지다. 

  첫 번째, why를 찾고 수용하는 것, 그리고 개선하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이유가 명확하진 않더라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있다. 무언가에서 도망친 자신에 대한 자책일 수도 있고, 타인이 내게 쏟아붓는 칼과 같은 말일 수도 있다. 뼈가 부러진 사람이 깁스를 하고 보호하는 것처럼 우선 나를 보호하고 돌봐줄 필요가 있다. 


  자책하는 나를 보며 또 자책하는 이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 두 번째 화살을 쏘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 이상적이지 못한 나 스스로에게 손가락질하고 쓴소리를 하는 나 자신을 힘들겠지만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이들과는 거리를 두고, 에너지를 주는 이들과 자주 이야기하고 만나야 한다. 상처의 가해자로부터 거리를 두되,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 소중한 이들을 가까이해야 한다. 나를 정서적으로 힘들게 하는 why를 찾고 이 why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일상에서 조금씩 해나가야 한다. 


  두 번째, 내게 힘이 되는 일상의 행동 반복하기. 

  첫 번째 방법의 why를 찾기 힘들 때가 있다. 그리고 why를 개선하기 힘들 때도 있다. 내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매일매일 봐야 하는 직장상사라면 이는 쉽지 않다. 개선할 수 없다면 내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것을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하는 게 좋다. 바로 루틴, 리추얼, 습관을 통해서 내게 힘을 주는 작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글쓰기일 수도 있고, 노래를 들으며 동네를 가볍게 산책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방 안에서 매트를 깔고 명상과 요가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새벽에 수영을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우선 여러 가지 활동을 직접 해봐야지 안다. 내게 평온함과 편안함을 주는 일상 속 루틴은 무엇인가. 정서적 건강도 근육이 크는 것과 비슷하다. 단번에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차츰차츰 쌓여감에 따라서 좋아지는 영역이다. 내게 지루함과 불편함을 주는 행동이 아니라, 누가 뭐라고 해도 계속해서 하고 싶고 하고 나면 개운함과 만족감을 주는 행동은 사람마다 다르다. 


  혼자서 하기 힘들다면 '밑미'와 '한달어스'라는 플랫폼에서 함께 해봐도 좋다. 사람들과 함께 꾸준히 무언가(글쓰기, 명상, 문장 수집 등)를 해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온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곳에서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루틴, 리추얼을 하다 보면 내게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을 찾을 수 있으리라. 


  너무 늦게 일어나 하루를 지고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면, 오전이 없는 삶에서 오전이 살아난 삶으로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닝프렌즈'라는 온라인 모임을 추천한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존재소개와 하루를 어떤 감정으로 보내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이 30분의 온라인 모임에서 힘을 충전하며 회복하고 있다.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해보지 않은 일과 떠나지 않아 본 모험을 하는 이들 중 설렘만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실패하면 어쩌나, 실수하면 어쩌나, 다른 사람들이 욕하면 어쩌나,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그리고 그 생각으로 일어난 불안함과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감정 자체는 내가 아니다. 정서적 건강도 나의 전부는 아니다. 일부분일 뿐이다. 감정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갈 때 그 건강은 다시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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