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꿈꾸다

내 낡은서랍 속의바다-패닉

by 범준쌤

바다를 좋아한다. 넓고도 드넓어서, 아직 가보지 않은 이 세상의 바다가 99% 이상인 그런 바다를 좋아한다. 똥물도 바다로 흘러오고, 맑은 물도 바다로 흘러온다. 바다는 그런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아무도 찾지 않는, 잊힌 쓰레기 같은 존재가 바다로 흘러오든, 모든 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반짝이는 보물이 바다로 흘러오든 바다는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를 포용하고 받아들인다. 바다는 받아들일 뿐이다.


나는 바다를 꿈꾸었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개천에 흐르는 한 줄기의 물처럼 좁디좁았다. 언제마를지 모르는 개천 같은 내 신세로 인해 바다를 동경해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부산을 가면 항상 바다에 간다. 그 바다를 보며 바다를 꿈꾼다.



내가 사랑하는 광안리
광안리 씨 참 맑네요


특히나 광안리를 좋아한다. 스무 살부터 기쁠 때나 슬플 때 항상 함께해온 공간, 수많은 추억들과 시간이 간직된 그 공간을 나는 사랑하며 가장 아낀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곳을 찾는 걸 즐긴다. 부산에 볼일이 있을 때 친구들을 못 봐도 광안리는 항상 보러 간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 같은 존재가 광안리 바다다.


스무 살 시절, 면허증 잉크도 마르지 않을 무렵, 친구 차를 타고, 피자 한판 사들고 차 안의 좁디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어깨를 부딪히면서 신나게 광안리로 갔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으로 광안리의 야경을 보았을 때, 처음으로 새벽 운동을 할 때 일출을 보았을 때, 다이나믹듀오의 고백을 들으면서 리듬에 몸을 맡기며 흥얼거렸을 때, 좋아하는 지인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그 바다 산책길을 걸어 나갈 때,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광안리에서 고백을 했을 때는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이들도 있고,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시간들이지만, 바다를 볼 때면 바다처럼 모든 걸 인정하고 흘려보낸다.



내 바다 속에는 깊은 슬픔과 헛된 고민들

회오리치네

그 바다 위에선 불어닥치는 세상의 추위

맘을 얼게 해

때론 홀로 울기도 지칠 때

두 눈 감고 짐짓 잠이 들면

나의 바다 그 고요한 곳에

무겁게 내려가 나를 바라보네


난 이리 어리석은가 한 치도 자라지 않았나

그 어린날의 웃음을 잃어만 갔던가

초라한 나의 세상에 폐허로 남은 추억들도

나 버릴 수는 없었던 내 삶의 일분가


나 어릴 적 끝도 없이 가다

지쳐버려 무릎 꿇어버린 바다

옛날 너무나도 고운 모래 파다

이젠 모래 위에 깊은 상처 하나

행복하고 사랑했던 그대와 나

생각만으로 웃음 짓던 꿈도 많아

그런 모든 것들 저 큰 파도에 몸을 맡겨

어딘가 가더니 이젠 돌아오지 않아

바다 앞에 내 자신이 너무 작아

흐르는 눈물 두 손 주먹 쥐고 닦아

많은 꿈을 꾸었는데 이젠 차마

날 보기가 두려워서 그냥 참아

그때 내가 바라보던 것들 아마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눈을 감아

나의 낡은 서랍 속의 깊은 바다

이젠 두 눈 감고 다시 한번 닫아


때론 홀로 울기도 지칠 때

두 눈 감고 짐짓 잠이 들면

나의 바다 그 고요한 곳에

무겁게 내려가 나를 바라보네


난 이리 적은가 한 치도 자라지 않았나

그 어린 날의 웃음을 잃어만 갔던가

초라한 나의 세상에 폐허로 남은 추억들도

나 버릴 수 없었던 내 삶의 일분가


나 어릴 적 끝도 없이 가다

지쳐버려 무릎 꿇어버린 바다

옛날 너무나도 고운 모래 파다

이젠 모래 위에 깊은 상처 하나

행복하고 사랑했던 그대와 나

생각만으로 웃음 짓던 꿈도 많아

그런 모든 것들 저 큰 파도에 몸을 맡겨

어딘가 가더니 이젠 돌아오지 않아

바다 앞에 내 자신이 너무 작아

흐르는 눈물 두 손 주먹 쥐고 닦아

많은 꿈을 꾸었는데 이젠 차마

날 보기가 두려워서 그냥 참아

그때 내가 바라보던 것들 아마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눈을 감아

나의 낡은 서랍 속의 깊은 바다

이젠 두 눈 감고 다시 한번 닫아


-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패닉 [Sea Within] 3번 트랙



바다에 흘려보낸다. 바다에게 초라한 나의 세상에 폐허로 남은 추억들을. 과거를 바꿀 수 없기에 우리는 후회하지만, 현재를 바뀌면 과거가 바뀌기에 우리는 살아갈만하다. 현재가 바뀌면 미래도 바뀌고, 과거가 바뀐다는 것을 아직 몰랐을 때 이 노래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바다를 보며,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금세 마음 깊은 곳에 에너지가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소리쳐보기도 하고, 눈물 흘려보기도 하고, 바람을 맞으며 흥얼거려보기도 했던 나의 젊은 날의 광안리 바다에서 나는 많은 것을 꿈꿨다. 이룬 것도 있고, 이루지 못한 것도 있지만 바다 앞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별 의미가 없었다. 드넓은 바다 앞에 서면 항상 좌절하면서도, 항상 다시 시작할 용기와 힘을 얻는다.



이전 08화힘이 들 때, 힘이 되어준 소중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