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에픽하이
어두운 밤일수록 밝은 별은 더 빛난다. 달이 지고 해가 뜨면, 별은 보이지 않지만, 그곳에서 별은 언제나 빛나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걸 텍스트로 아는 걸 넘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인정하게 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라는 작은 별, 그 별이 빛을 잃어버린 줄만 알았다. 반짝이는 빛을 쏘아내며, 어두움을 밝히는 작은 별이었던 내가 점점 빛과 생기를 잃어가다 보니 그 별이 죽어가는 줄 알았다. 간혹 그런 시기처럼 보일 때가 있다. 빛이 사라져 버리고, 생기를 잃어버리고, 활기를 잊어버려 도무지 일상을 이어 나가기 힘든 순간들이 눈 앞에 펼쳐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 노래를 들었다.
(...)
눈을 뜨고 바라봐도 빛은 없고
꿈을 꾸며 살아가도 길은 멀고
내 뜻대로 가도 숨을 몰아 쉬었고
진실을 말해도 돌아섰죠
아직도 찾는 것을 못 찾았고
아무도 너를 사랑하지 못한다고
낙오감에 빠져도 Never die
날개를 피고 Let's go
everybody Fly
You Can Fly 누가 뭐래도
higher 나는 절대로
저 하늘 위에 새들보다
내 꿈을 포기 못해
(...)
괜한 한숨에 지워지는 단 한 번의 꿈
몇 만 번의 시도 위에 갈라서는 문
눈을 뜨며 살아감에 보여 희망의 연기가
모두 털어 날려버려 비관의 먼지 다
역시 나도 때론 괜한 겁이나
천천히 가 왜 꿈을 쉽게 버리나
때론 낮게 나는 새도 멀리 봐
어두운 밤일수록 밝은 별은 더 빛나
-Fly, 에픽하이 [Black Swan songs] 4번 트랙
그 시련들은 하나의 통과의례였다. 나에게로 가는 길,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길로 가기 위한 시련이자 큰 위기였다. 우리는 무언가를 손쉽게 얻으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힘들고 어려우면 쉽사리 포기할 때가 많다. 나 역시도 그랬다. 조금 하다가 힘들면, 포기하거나, 이건 나와 맞지 않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다른 길로 슬쩍 떠나기도 했다. 헷갈리는 것은 꾸준히 이 길을 걸어야 할 때와 내 길이 아니니 미련을 가지지 않고 떠나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신은 우리를 위해 '계획된 우연'을 우리 삶에 집어넣는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며, 시작은 무언가의 끝이니 하나의 결과로 혹은 하나의 과정으로 인해 실망하거나 단정 지을 필요는 없었다. 어디로든 통하는 길이 있었다. 멈추거나, 뒷걸음질 쳐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어쨌든 스스로 선택한 길을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으니, 조급함을 내세워 남들과 비교하며 발을 동동거릴 필요도 없었다. 서른 살의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서른세 살의 나는 이제야 조금은 그렇게 살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