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아-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불행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나는 행운아였다. 서로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상처 입히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왔지만, 그분들은 아직도 건강하게 함께 사시며, 여전히 티격태격하신다. 그래도 요즘은 두 분이 너무 보기가 좋다. 생각해보니, 옛날에도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술을 먹고 만취가 돼서 집에 와서 술주정을 부린 적도 없었다. 나는 행운아다.
표현에 서툰 아버지이지만, 언제나 묵묵히 우리 곁을 지켜주셨다. 다른 것들로 내게 표현하셨다. 아직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무렵에 맞이한 6월 8일 내 생일 때 아버지는 월드컵 공인구를 선물로 사다 주셨다. 너무 기분 좋아서, 놀라서 뒤로 나빠져진 나를 보며 기분 좋게 호탕하게 웃으시는 아버지가 기억난다. 그리고 중학교 무렵 내 생일 때, 한 권의 책을 선물로 주셨다. '아들아 머뭇거리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비전'과 '꿈'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남들보다는 조금 빨랐다. 그 덕분인지 요즘 나는 청소년들에게 비전과 꿈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다니고 있다. 나는 행운아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 창업(준비)까지 경험을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했다. 1년 이상 뿌리를 내린 곳이 없었다. 근데 그랬기 때문에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나에게 맞지 않는 것과 맞는 것을 경험으로써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내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에 필요한 지금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행운아다.
나는 마냥 행복하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니 불행한 것도 아니었다. 나의 생각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스스로를 움츠러들게 하고, 남의 눈치를 보고, 그럴 거라 예상하며 두려움과 불안을 키워왔을 뿐이다. 그러나 이 역시 내가 지나가야만 했던, 나의 통과의례였다.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며,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나는 행운아다. 행운아이지만, 가끔씩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하게 여겨질 때 주문같이 따라 부르던 노래가 있다.
알 수 없는 그 어떤 힘이 언제나
날 지켜주고 있어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거야
난 행운아
죽는 날까지 살겠어
어렵지 않아
난 자신 있어
한 번 살아보겠어
쓰러져도 난 다시 또 일어나
다시 시작해
니가 없어도 좋아 이젠
나는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언제 어느 때 그 어디에서
내게 다가올 그 행운들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었던 거야
나는 행운아
나는 행운아
(...)
-행운아,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Infield Fly] 5번 트랙
현재가 바뀌면, 미래가 바뀐다, 근데 놀라운 건 현재가 바뀌면 과거도 바뀐다. 과거를 재해석하는 능력은 현재에 달려 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존재하는지,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우리의 미래와 과거는 바뀐다. 나의 행운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절망이라는 녀석이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었기에 변화를 모색했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았으니깐. 이 보물들을 가지고, 또 여러 여정을 통해 얻게 될 보물들을 통해서 나는 죽는 날까지 살고 싶다. 오늘은 가장 젊은 날이니 아직 우리에게 많은 오늘들이, 많은 젊은 날들이 남아 있다. 계획된 우연이 그늘에 놓인 해시계를 햇빛으로 옮겨나갈 수 있는 힘을 내게 선물해 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삶을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 빈센트 반 고흐
그러니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해야겠다. 희망이 찾아오든 절망이 찾아오든 계속해서 말과 글로 나에게,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세상 사람들에게.
나의 변화와 성장을 통해서, 사람들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 이로써 나만의 답을 삶으로 인생에게 보여주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것이다. 나는 이렇게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