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동체 Jan 31. 2024

밥 한입, 명상 한입.

하루 세 번 식사와 함께 명상하는 법

플럼빌리지에서는 굳이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하루에 세 번이나 일상 속에서 명상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식사명상이다. 간단히 말해도 복잡하게 말해도 먹으면서 명상을 하는 것이다. 



처음 이 명상을 접한 공식적 첫째 날(첫날밤을 지난 둘째 날)에 나는 이런 것들을 기록했다. 


식사명상 하는 법

단순하게 맛을 느끼기는 것이 요지인데 간단하게 들리겠지만 아주 어렵다. 

아침은 반드시 한 명 이상과 식탁을 공유하며 같이 먹을 것. 저녁은 마음대로.

음식을 먹기 전에 내가 무엇을 내 입에 집어넣고 있는지 제대로 볼 것. 

점심을 먹을 때는 특별히 이 음식을 정성스레 만들어준 이들에게 감사하며 먹을 것.

첫 20분간은 '충분히'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며 천천히 먹기.


플럼빌리지의 음식은 다행히도 너무나 맛있어서 음식을 한 입 한 입 천천히 먹는 것은 고되기보다는 즐거움이었다. 작은 깨 한 알의 맛이 느껴질 때, 야채의 식감과 맛이 증폭되는 것을 느낄 때, 먹는 행위가 이렇게 오감을 일깨워줄 수 있구나 하고 다시금 깨달았다. 어려운 점은 물론 관성적으로 평소 속도대로 먹게 되거나 잠시 딴생각에 빠져 음식에 집중을 하지 않게 되는 부분인데, 한 5일째 돼서는 조금 쉬워진다. 


제일 어려운 것은... 적절한 양만 담기

내가 지낸 뉴헴릿의 음식은 어퍼헴릿, 로워헴릿 스님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음식의 질이 높다. 우리 스님들이 직접 농사지은 야채에, 일본, 베트남, 한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온 그녀들의 손맛이 발휘되어 어디서도 먹을 수 없는 정말 건강하고 맛깔난 채식을 세 끼나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양조절이 너무 어려웠다. 나는 원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자꾸만 조금씩 더 많이 담게 되었는데, 이게 한 접시에 또 담다 보니 처음에는 계량이 안 되는 것. 그래서 자꾸 내가 먹어서 딱 좋은 양보다 많이 담은 것 같다. 혹은, 천천히 먹으면 뇌에 신호가 제대로 가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양이어도 훨씬 배부르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무슨 경우든 내 양을 아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것도 5일째 정도 돼서야 안정이 되었다. 언제든지 더 담을 수 있으니, 가시는 분들은 처음엔 조금만 뜨는 걸 연습해 보기를. 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많이 뜨게 된다고 해도 다들 그러니까 부끄러울 필요는 없다. 다만 여러 사람이 먹기에 뒷사람을 위한 양은 남겨두는 배려는 꼭, 꼭 필요하다. 


너무 맛있는 나머지, 셋째 날부터는 내가 뭘 먹었는지, 어떤 마법 같은 음식들을 스님들이 해주셨는지 그림과 글로 기록했다. 



아침은 거의 변함이 없다. 맛있는 빵, 여러 종류의 죽, 신선한 과일, 견과류 및 씨앗, 잼과 미소페이스트, 시리얼 등으로 이루어진 건강한 뷔페이다. 나는 아침을 공들여 차려먹는 사람이라, 다양한 종류의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기뻤다. 



이 기록들을 보면 정말 재밌다. 식단이 어떻게 변했고, 내가 아침에 어떤 것들은 매일 먹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여섯째 날에는 홍콩 출신의 스님이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주신 기억이 있다. 아래 사진에도 보이지만, 여기에서 나는 식용들꽃으로 예쁘게 꾸며 맛도, 보기에도 좋았다. 여기 있으면서 가끔 주방일을 도왔는데 내가 자른 당근, 내가 씻은 시금치가 점심이나 저녁으로 나오면 괜히 기분이 더 좋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거기서 먹었던 수많은 끼니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식사 공간의 공기, 사람들이 조용하고 평화롭게 침묵 속에서 다 함께 식사 명상을 수행하고, 가끔 서로 눈이 마주치면 슬며시 웃어 보이던 모습까지. 


그 후

정말 어렵다. 하루에 한 끼도 명상을 하며 먹는 게 쉽지가 않다. 내가 현대사회의 일상에 맞게 실천하려고 하는 방법들을 공유해 본다.

 첫 5분은 명상을 하며 먹고 그 후에는 자유롭게 먹는다. 첫 몇 입이라도 수행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으면 그 식사는 뭔가 다르다. 

핸드폰이나 티비로부터 멀어진다. 그러면 더 음식에 집중할 확률이 높아진다. 

쉽지 않지만, 한 번이라도 집중해서 해본다면 왜 스님들이 매 끼니 밥 한입, 명상 한입을 실천하는지 알게 될 수도 있다. 아래는 그녀들이 우리에게 만들어준 귀하고 또 귀한 음식들의 사진이다. 


날씨가 좋은 날엔 가끔 밖에서 먹었다.
나의 스탠다드 아침. 견과류, 아삭한 사과를 올린 오트밀에 버터 바른 빵
홍콩스타일 젤리 디저트. 맑고 청량한 달콤함이 너무 좋았다.
달지 않은 팥죽. 매일은 아니지만 하루 걸러 한 번은 나왔던 것 같다.
가끔은 배, 오렌지도 먹었다. 여기 자두밭에서 딴 자두잼도 간혹 등장하곤 했다.


작가의 이전글 걸으며 명상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